어느날, 친구가 죽었습니다 (1)

처음에는 우리반 25번 민서라가 첫 매장의 당첨자였다. 거짓말같이 서라에게 아무도 말을 걸지 않았다. 서라가 아무리 말을 해도 답해주지 않았다. 그리고 서라가 그 지옥에서 나올 수 있었던건, 우리반 12번 세미가, 잘못하고 모둠활동때 서라와 말을 섞은 그 날 부터였다. 세미는 조용한 아이였다. 아무도 세미에게 늘 그렇듯 말을 걸지 않았다. 세미는 아무렇지 않은 듯 했다. 하지만 세미도 알고 있다. 2주일 이내에 누구에게도 대답을 받지 못하면, 세미는 죽은 사람이 된다. 영원히, 영원히 세미는 누구와도 말을 섞을 수 없다.

"...저기"

"응?"

무의식적으로 서영이가 권세미의 말에 답을 했고, 이렇게 어이없고 황당하지만 서영이가 땅구멍에 빠지게 되었다.












.
.
.










그 뒤로 언제 그랬냐는 듯, 다시 세미는 친구들과 말을 할 수 있는 기회를 얻었고, 그에 반면 서영이는 친구들과 말을 할 수 있는 기회를 잃었다. 서영이는 붙임성이 좋은 친구였고, 손쉽게 속임수를 통해 도혜를 '땅구멍'에 빠트렸다.

도혜도 친구는 많은 편이었다. 한명 쯤은 바톤터치 할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






.
.
.



도혜가 땅구멍에 빠진 지, 13일이 되었다. 오늘까지 아무와도 말을 하지 못하면, 도혜는 학년이 끝날때까지, 절대로 우리와 말을 할 수 없다. 도혜는 어떻게든 누구와 말을 할려고 했다. 그 노력은 대단했다. 그리고 우리도 도혜가 오늘 이내에 누구와도 말을 할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


.
.
.

모두들 도혜에게 외쳤다. '너는, 죽었습니다' 그렇다. 도혜는 그날 누구와도 말을 할 수 없었다. 그리고 그 다음날, 14일이 되던 화요일. 반 친구들 모두 도혜에게 외쳤다. 너는 죽었다고. 도혜의 그 표정은 매우 재미있었다. 동공이 흔들리면서 무언가를 많이 두려워하는 그 눈빛. 그게 싸이코처럼 그런걸 즐기는 사람이 아니더라도, 남을 괴롭히면 더 괴롭히고 싶어하는 감정이 쏟아졌다. 나 뿐만이 아닌, 우리반 전체가.

.
.
.

도혜는 1학기가 지나고 2학기가 지나도 누구와도 말을 할 수 없었다. 누구와도 같이 다닐 수 없었다. 왜냐고? 도혜는 이미 죽은 아이니까. 도혜는 늘 울었다. 그만하고 싶다고 친구들에게 말했다. 친구들은 도혜를 돌아볼때마다 이렇게 말했다.

'너는, 죽었잖아.'


도혜는 그말을 들을때마다, 눈에 눈물이 흘렀다. 그리고 나도 그렇게 말했다. 너는 죽었다고. 죽은자는 말이 없다는 말, 못들어봤냐고. 도혜는 그렇게 늘 울기만 했다. 하루하루 지옥같다고 책상에 써놓기도 했다.

도혜가 죽은 아이가 된지 1학기가 지나고 2학기가 지났을 때, 죽었으니 더이상 빠트릴 사람이 없다며, 다시 정하기로 했다. 그리고 2학기의 첫 타자는, 23번 천세은 이었다.

.
.
.

세은이는 공부도 잘하고 성격도 좋았다. 다들 그녀가 땅구멍에 빠진것을 안타까워 했다. 그러면서도 매정했던건, 안타까워 하면서도 그녀에게 한마디도 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그리고 세은이는 그에 맞서 누구와도, 한번이라도 말을 하려고 여기저기를 돌아다녔다. 그러다가 세은이는 하경이와 말을 하게 되었다. 세은이가 지나가면서 하경이의 머리를 때린것이다. 하경이는 화가 나 세은이를 불렀다. 그러자 세은이의 입에서 나온말은,


'이젠, 니가 땅구멍에 빠졌네?'


였다.



.
.
.






심하다 할정도로 땅구멍 빠트리기의 수위는 높아져갔다. 어떻게든 말을 섞으려고 부모님을 욕하는 패드립을 하거나, 신체를 때리거나, 교과서에 욕을 하고 찢는 등 점점 더 악화되어가기만 했다. 하지만 그 누구도 그만하자고 하는 사람은 없었다. 장난이니까, 서로 즐기는 일이니까.

0
이번 화 신고 2017-12-08 23:41 | 조회 : 817 목록
작가의 말
한이별

절대 공포가 아닙니다...여러분... 그저 학교폭력에 대한 이야기를 쓰고 싶었어요

후원할캐시
12시간 내 캐시 : 5,135
이미지 첨부

비밀메시지 : 작가님만 메시지를 볼 수 있습니다.

익명후원 : 독자와 작가에게 아이디를 노출 하지 않습니다.

※후원수수료는 현재 0% 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