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 그리고 너 (4)

아침이 싫다. 출근하지 않아도 되는 나라 상관은 없지만, 태양보다 더 아름답게 빛나는 건 달이라고 생각한다. 그런 달을 가리는 태양이 나타나는 시기, 그래, 아침이 싫다. 늘 무료한 일상. 고등학생 동생과 중학생 동생을 먹여살리는 일, 안도준과의 갈등. 어서 원고를 내라는 출판사의 재촉. 모든게 다 지루하기만 하다.

어제 이별하다 차인 난, 아직도 그 여운이 가시지 않았다. 그래, 자기 입으로 잘한다고 했으면 어떻게든 달라지겠지.

"오늘은 안도준네 카페나 가볼까."

바리스타가 꿈인 너의 카페에 오늘은 놀러가볼려고 해. 그땐 알바생과 손님이었지만, 이젠 네가 사장이 되었잖아. 그런 모습은 사귀고 나서도 오늘 처음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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띠링- 어서오세요.

무거운 노트북을 자리에 내려놓고 주문하러 갈때 즈음이었다. 이른 오전이라 사람은 아직 붐비지 않은것 같다. 가방을 내려놓고 노트북을 켜놓은 채 주문대로 가려는 순간 내 귓가에 들려오는 네 목소리와 낯선 여자의 목소리.

"사장님, 여자친구랑 아직도 안헤어졌어요?"

"아, 그거? 마침 어제 헤어지자고 하더라."

못들은 척 있자. 무슨얘기하나 끝까지 한번 들어보자. 가방에서 지갑을 못찾은 척 , 얘기를 듣고 있었다.

"그래요? 그럼 저 이제 사장님이랑 사귈 수 있는 거에요?"

"뭐, 내가 잘하겠다고 그냥 그랬는데."

"아, 뭐야. 그냥 헤어지자고 하라니까요? 제가 더 낫잖아요."

"어느정도 있다가 헤어질거야. 내 여친 은근 멍청해서 뭐라하면 잘 흔들려."

그래, 잘한다고 말한 니 입, 그리고 그 입에서 나온 그 감언이설, 그리고 그 감언이설을 믿은 나. 그 모든게 허무하고 멍청했다. 그래, 난 멍청했다. 난 바보였다. 몇 년동안 나에게 상처 준 그가 다시 바뀔거라고 단정지은 내가 바보 멍청이였다.

그자리에서 뛰쳐나갔다. 그가 내얼굴을 보든 말든, 봤든 말든. 그가 날 봤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어떤 생각을 할지도 궁금했다. 아니, 이젠 궁금하지 않다. 더 이상 너라는 존재에 정을 쏟아붓지 않겠다고 생각했다. 이제는, 이제는 너에게서 손을 떼려고 한다. 너와 잡았던 손을 이젠 내가 놓을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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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와, 할말 있어.]

문자가 와있다. 그래, 그 할말, 차라리 헤어지자는 말이었음 좋겠어. 아니, 그래야만 하다고 생각해. 제발, 제발 이 지옥같은 사랑을 끝내줘. 아직도 널 사랑하는 나지만, 사랑하는 만큼 상처도 많이 받고 아프기도 많이 아팠으니까. 이제는 그만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어. 지난 2년 8개월 동안 너와 사귀면서 많이 생각해봤어. 몇 주전만 해도 난 너와의 추억이, 너와 함께한 시간이 아까워 죽어도 헤어지는 건 못하겠다고 생각했어. 근데 이젠 아니야. 너와 그만 하고 싶다는 생각 뿐인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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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사랑."

"할말이 뭔지만 말해. 추우니까."

"오늘일은 오해야."

"무슨일,"

"카페에서 들었던 일. 그거 다 오해라고."

"..거짓말."

" 진짜야, 삼일 전에 너에게 잘하겠다고 말한 나였잖아."

"그래, 그런 너였지. 근데 너 이제 못믿겠어. 사랑한다고? 거짓말하지마."

"..예사랑."

"언제쯤이면 성좀 떼고 부를래, 도준아."


언제쯤이면, 우리 그만할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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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화 신고 2017-12-08 19:45 | 조회 : 738 목록
작가의 말
한이별

다음 화는 완결입니다.(사실 단편으로 생각했었는데, 조금 길게 하다 보니 조금 짧게 써졌어요 ㅠ 번외편을 들고 와다다다 뛰어올테니 봐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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