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 그리고 너 (3)

풀석- 침대에 드러누웠다. 천장엔 너와 찍은 스티커 사진이 붙어있다. 물끄러미 바라보니, 이땐 참 행복했었네. 서로 진실된 웃음을 보여주고 있는 것 같아, 이때로 돌아가고 싶다는 생각 만이 들고 있다. 그래, 사실 이때가 더 행복했을 것 같아.

"...주책없이 왠 눈물이야."

또르르 흐르는 눈물에 손으로 닦아냈지만 하염없이 흐르는 눈물에 어쩔 수 없이, 오늘은 마음 놓고 울어보자 생각했다. 가끔은, 이렇게 우는 것도 나쁘지 않다 싶었다. 눈물은 주책없이 흘렀기에 닦아낼 틈조차 없었다. 사진을 쳐다보면 볼 수록 눈물은 흘렀다.

침대에서 일어나 창가로 향했다. 너와의 다툼에 지친 나에게 어쩌면, 한 줄기의 희망을 가져다 준 달이었다. 달빛은 오늘따라 유난히도 밝았다. 내 마음은 이렇게 어두워 가는데 왜 넌, 이렇게 빛나는 거야. 오늘은 내 기분에 따라 빛내 주면 안되는 거야?

사랑은 좋을때만 사랑이라 말할 수 있나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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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 하나 없는 하늘에 달만 덜렁이 있으니, 오늘따라 빛나던 달, 너도 슬퍼보인다. 너와 함께 달맞이로 한강에 놀러갔을 때도 생각난다. 뜬금없이 보고 싶다며 나오라는 너에 당황했지만, 손을 잡고 한강에 가 달을 봤었지. 오늘도, 그 장소에 가 그 기억을 떠올려볼까, 하다 오늘은 행복하진 못하겠단 생각이 들었다.

그래, 이젠 상처받을 용기가 없다. 더 이상 너에게 상처받고 싶지 않다. 내가 뭔데, 그리고 네가 뭔데 서로를 상처 주고 상처를 받아야 하는 걸까. 이젠, 이런 아픔도 그만 하고 싶다. 우리 이제 그만해야겠단 생각이 들어.

"...한강으로 나와."

전화를 건 내 입에서 나온 말은 나올래의 제안문이 아니라 나와 라는 명령문이었다. 그럼에도 아무런 말 없이 전화를 끊은 너다. 나오겠단 긍정의 의미다. 이런것 하나 너에게 익숙해져 있는게 싫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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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준아."

벤치에 너와 단둘이 앉아있는것도 오랜만이다. 이렇게 앉아보는게 꿈이었으니까. 한때는 정말 간단히 했을 수 있던일이었지만, 지금은 서로에게 더 멀어지고 있었으니까.

"말해."

오늘일로 넌 뭔가 화나 보인다. 분명 네가 화날 수 있는 입장이 아니다. 그렇다고 내가 모두 잘한 입장도 아니다. 서로의 잘못과 책임이 있다. 그리고 우린 그걸 피하고 서로에게 미루고 있다. 알면서도, 알면서도 우린 그 짓을 반복하고 있다.

"..우리 그만할래?"

흠칫, 너의 당황한 표정과 떨림, 이정도 반응은 예상했었다. 그렇게 상처를 받은 나였어도 너에게 헤어지잔 소리 한번 하지 않았던 나니까. 그 시간들이 아까워서, 너와의 추억이 아까워서, 너와 그만하면 지울 흔적이 많을 것 같아서 내뱉지 못한 말을 오늘은, 용기내서 너에게 건네 보는 중이다.

"..왜."

넌 나에게 왜냐고 물었다. 글쎄, 이게 이유가 필요한 일일까, 도준아. 너에게서 받은 상처로 난 네 곁에 다가설수 없다는데, 그게 다인데, 그걸 또 설명해야 하는 이유가 있어? 근데 나, 이기적인 것 같아, 도준아. 이러면서도 마음 한 구석에선 아직도 너와 함께 있다고 외치고 있는 걸.

"...도준아."

"...왜."

"..한번쯤은 응 이라고 대답해주면 안돼?"

"..응."

"...그만하고 싶어, 도준아."

이젠, 끝내고 싶어- 울먹 거리는 나를 쳐다보지도 않는다. 그래, 나도 네가 날 쳐다보지 않았음 좋겠어. 내 마지막 모습을 본 넌 아무렇지 않겠지만, 난 네 얼굴을 다시 쳐다보면 주워담지도 못할 말들을 집에 와서 울며 후회할것 같아서. 그런데 넌, 늘 그렇듯 날 대할때의 그 표정, 그 무뚝뚝한 표정, 그대로네.

"..너도 날 사랑하지 않는 다는 건 잘알아."

"..."

"..괜히 내가 간다는 사람 옷깃을 꽉 잡고 안 놓아주고 있는 것 같아서 그래."

"...그건,"

"변명하지 않아도 돼. 넌 아니어도, 난 아플 걸 알아. 그래도, 니가 싫다고 하면, 니가 그만하자고 하면,"

"..."

"니가 서로 돌아서자고 하면, 그땐 아무런 말 없이 돌아서줄게, 아니, 돌아설게."

"...예사랑."

"그러니까, 그러니까....그러니까 도준아..."


울지 않겠다고 생각했는데, 왜 자꾸 아픈것만 같지. 자꾸만 가슴 왼쪽이 시려와서, 너무 아파서 눈물이 볼을 타고 내린다. 절대 너와 헤어지는게 슬퍼서가 아니라, 그냥 이쪽이 많이 아파서, 마음이 많이 아파서. 난, 지금 헤어지고 있는 중이야, 너랑.

"...난 아직 너 많이 좋아해."

"...안도준."

"...아직 헤어지는 건 이르다고 생각해."

"...너, 그말.."

"내가 잘할테니까, 다시는 그런 소리 하지마."

먼저 갈게- 삐그덕 소리와 함께 먼저 일어서 길을 가버리는 너에 붙잡지도 못했다. 넌 지금 무슨 생각 하고 있을까? 내 생각으로 가득차 있긴 하니? 가로등도 불이 나가버린 이 밤, 달빛만이 나를 비추고 있다. 오늘도 달은 행복해 보인다. 창가에서 봤듯 유난히 오늘따라 더 밝다.

도준아, 고백할때 차이는 것처럼, 나 방금, 이별할때 차인거지. 그렇지? 도준아. 있잖아, 니가 나에게 고백한 그날 기억나? 단편소설을 출간하려고 바쁘던 나는 바리스타를 꿈꾸던 네가 일하는 카페에서 늘 노트북을 들고 들어갔었지. 똑같은 걸 시키던 나의 패턴을 외운 넌, 내가 오기 만을 기다렸다며, 사귀자고 고백했잖아. 잘해주겠다고, 평생을 사랑하겠다고.

그런데, 넌 지금 평생을 사랑하고 있어? 아직도, 잘해주고 있는 것 같아?




넌 그럴지 몰라도, 난 많이 아니야.


















그런데도 아직도, 방금 가버린 네가 다시 보고 싶어.
도준아, 우리 헤어질 수 있을까?




































내가 지금 많이 보고 싶은건, 달, 그리고 너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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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화 신고 2017-12-08 19:24 | 조회 : 808 목록
작가의 말
한이별

작가의 말을 채워야 예의가 있어 보이는데 재밌게 써 넣을 드립이 생각나지 않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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