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 그리고 너 (2)

아침에 일어났을 땐, 내 눈은 이미 퉁퉁 부어있었다. 어제의 나를 연상시키는 흔적이었다. 그런데도 속상한 건, 우린, 우리사이는, 아무런 발전도 없다는 것다. 마음 한 켠이 쓰라려 손으로 가슴팍을 움켜잡았따. 그래, 이 아픔도, 헤어지면 그만일텐데.

서로 좋아하는지, 사랑하는지가 의심되었다. 그를 보아도 가슴이 뛰지 않았다. 서로의 심장은 뛰지 않았다, 서로를 향해 말이다.

부엌을 향해 걸어갔을 땐, 내 동생 다정이는 이미 학교에 갔고, 둘째 동생 기쁨이만 밥을 먹고 있었다.

"언니, 일어났...푸핰캌캌!!"

"....뭐야, 왜그래"

"예사랑 얼굴 오늘 실화? 레알 오지는 부분 진짜ㅋㅋㅋㅋ"

"알아, 아니까 밥먹고 학교나 가."

아침부터 신경을 건드리는 동생에 화를 다스리고 먹고 있는 기쁨이 앞에 의자를 뺴내어 식탁에 앉았다. 다정이, 일찍 밥도 못차려줬는데, 밥은 먹고 갔나. 슬쩍 설거지통을 들여다 보았다. 밥그릇은 없었다. 다정이는 밥을 안먹고 간듯 하다. 괜스레 미안한 마음이 들어 물끄러미 기쁨이만 바라보았다.

"뭘 봐."

저게 언니한테 말버릇이- 밥그릇을 설거지통에 넣고 교복을 입는 동생에게 조심스레 물어봤다.

"..기쁨아."

"뭐."

"..언니 남자친구랑 헤어지면 어떨것 같아?"

"..뭐,뭐? 두, 둘이 헤어졌어?!"

"..됐다, 됐어. 어린 놈한테 내가 뭘 묻겠니."

나 중학생이거든! 어린놈아니야! - 소리치며 나가는 기쁨이에 두손으로 귀를 틀어막고 인상을 찌푸렸다. 그래, 나도 아직 헤어지기엔 마음의 준비가 안되었다 생각해. 안도준, 걔는 내가 언제 어떻게 되든 상관 쓰지 않겠지만, 걔랑 사귄 시간이 얼만데. 조금만 참으면, 이 시기만 지나면 나아질거야.

-----------

"뭐, 소개팅?"

[응, 2대 2 소개팅이야. 누가 주선했다고 했었는데..너도 알만한 사람이더라.]

"...근데 그걸 왜 내가 나가냐고."

[아, 한번만. 나 오늘 갑자기 고향 올라가봐야 돼서 그래. 한번만, 응?]

"아, 나 안도진때문에 못나...."

[나가준다고? 고마워~ 1시 반에 서점옆에 찻집. 알겠지? 끊어~]

"...여보세요? 야?!"

자기말만 하고 끊어버린 친구에 아무말도 못하고 소개팅에 나갈 처지가 되버린 나였다. 안도준을 두고 소개팅을 나가라고? 걔가 날 여친이라고 생각하진 않아도, 적어도 아직까지는 커플인 상태에서 소개팅은, 안도준에 대한 예의는 아니다. 그렇지만 소개팅을 나가지 않으면 친구가 더 곤란해질텐데.

그래, 나가서 조금만 있다가, 적당히 눈치를 보고 나오는게 좋겠어.

---------

문을 열자 따뜻한 차 향기가 코끝을 간지럽힌다. 녹차냄새와 다른 약초 냄새도 섞여 나는 것 같기도 하다. 내 눈에 들어선건 내 친구의 친구, 그리고 남성분 하나. 두명인데도 불구하고 그렇게 넓은 자리에 앉았다는건, 더 올 사람이 있다는 뜻이지. 그리고 그게 바로, 오늘 소개팅 대타로 뛰게 된 내 자리라는 거고, 아, 진짜.

"...안녕하세요"

어색하게 인사를 내었는데도 반갑게 맞아주는 그들에 조금은 당황스러운 나였다.

"조금 있으면 한명 더 올거에요. 걔가 주선한 자리고."

남성분의 말에 알겠다며 고개를 끄덕였다. 가방에서 핸드폰을 꺼내 페북을 키려던 순간, 저기..죄송한데요 - 남성분의 머뭇거리는 모습에 궁금해서 말을 들어보기로 했다.

"아, 네. 말씀하세요."

"저는 이분 맘에 들어서요. 실례가 안된다면..지금 오는 남성분과 따로 소개팅하시면 안돼요?"

어이가 없었다. 이런 민폐에 개념없는 사람도 진짜 세상에 있구나 싶었다. 기분이 나빴지만 늘 그렇듯 얼굴에도 표시하나 내지 않았다. 침착하자, 생각하며 말을 내뱉었다.

"실례요? 지금 그쪽이 하는게 이미 저한테 실례된것 같은데요. 이름이 뭐에요, 2대 2 소개팅입니다. 형씨. 생판 처음보는 사람과 뭐, 단둘이 따로 소개팅을 하라고요? 그것보단 네명이 더 나아보이네요."

아, 죄송합니다... 남성분은 얼굴이 금세 빨개져 고개를 숙였다. 다시 핸드폰으로 고개를 돌렸다. 안도준 페북은 활동중이었다. 들어가보니 연애중이 제일 위에 떴다. 뭔가 안심이 되었다. 그래, 아직은 우리 괜찮은 걸꺼야. 잠시 서로에게 소홀한걸거야.

띠링- 어서오세요.

남성 한분이 들어섰다. 직원은 반갑게 인사를 했다. 누가 들어왔는지 고개를 올려 확인해보았다. 고개숙인 모습이 안도준과 닮았다. 고개를 든 남자는, 다름아닌 안도준을 닮은 사람이 아닌, 그래, 안도준 바로 그 녀석이었다.

안도준, 이쪽으로 오는거 아니지? 차 마시러 온거지? 네가, 소개팅하러 온거 아니지? 네가...소개팅 주선한거 아니지? 혼자 온갖 생각하면서도 나도 소개팅 나온사람이라 무슨 말 못하는 처지라는 생각도 들었다.

"...예사랑?"

"...안도준.."

결국 원하지 않게 넌 내 앞에 섰다. 너 왜 여깄어? 나야 대타로 나온거라 쳐도, 넌? 물어보는 나에 쳐다보던 휴대폰을 주머니에 넣고 별거 아니라는 듯 쳐다보며 입을 여는 너다.

"뭐, 보다시피 소개팅 나온거지."

"...뭐?"

"심심해서 ㅋㅋ. 소개팅하나 주선했는데, 넌 왜나와있어?"

".....아무렇지도 않아?"

넌, 아무렇지도 않니, 진짜? 네 여자친구가 소개팅에 나와 있는 이 장면에 대해서 넌, 정말 아무렇지 않아? 화를 냈다면, 차라리 화를냈다면. 날 두고 왜 여기 나와있냐고 네가 화를 냈었다면, 아직 네가 날 사랑하고 있다고는 생각 했을거야. 그런데 이 소개팅을 주선한 사람이 너라는 것도, 네가 지금 아무렇지 않다는 것도. 어이가 없어, 도진아.

니가 날 사랑하고는 있는지, 그정도쯤은 표현해 달란 말이야. 불안해지잖아, 니가 날 자꾸 피해가고 멀어져가고 있는 것 같잖아.

"...진짜, 너 나 사랑하긴 해?"

"아, 또 왜그러는건데!!!!!"

네가 화내는 이유를 모르겠다. 사람들의 시선이 나와 안도준에게 쏠렸다. 수군대는 소리가 귓가에 계속 맴돈다. 야, 저기 싸우나봐, 하여간 커플들이란 -

"....한동안 연락하지마, 아, 애초에 하지도 않았었나."

그의 어깨를 침과 동시에 현관으로 나가 문을 열고 나섰다. 안녕히가세요- 직원의 목소리가 내 귀에 들린 마지막 소리였다. 문의 유리창 틈새로 너를 돌아봤다, 날 붙잡지도 않는 너를. 너는 내가 돌아본 그 순간에도 나와 눈을 마주치지 않았다. 벌써 자리에 앉아 그 사람들과 얘기를 하고 있다.

'별거 아니야.'

너의 입모양은 그들에게 그렇게 전했다. 그래, 난 너에게 별거 구나. 지나가다 만나고 만나면서 지나갈 헤어질, 그런 존재구나. 난 정말 너에게, 별거였구나.










오늘도 쓰린 맘을 부여잡고 창가에 앉아 달을 바라봐야겠다.






















날 사랑해주지 않는 너 대신에, 달이라도 봐야 할 것 같다.

0
이번 화 신고 2017-12-08 18:48 | 조회 : 782 목록
작가의 말
한이별

분량 조절 실패의 죄책감을 여러분들은 아시나요....?

후원할캐시
12시간 내 캐시 : 5,135
이미지 첨부

비밀메시지 : 작가님만 메시지를 볼 수 있습니다.

익명후원 : 독자와 작가에게 아이디를 노출 하지 않습니다.

※후원수수료는 현재 0% 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