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 그리고 너 (1)

지금쯤이면 나와있을 시간인데, 나와있지 않은 안도준에 화가 많이 난 나였다. 데이트하자며 이쁘게 입고 나오라던 넌데, 그런 넌 왜 안나와있어.

"..하, 진짜. 지가 나오라했으면 지가 먼저 나와있던가. 짜증나게."

사랑하는 사이라면 입엔 담을수도 없는 말을 내뱉은 나다. 그래, 이젠 안도준과 나도 사랑하지 않는다. 분명 마음이 식었다는것쯤은 서로가 더 잘 알텐데, 그런데도 서로 놓지 않는건 왜인지 모르게 더 화가난다.

"예사랑!"

"야, 일찍일찍 안다녀? 너 지금 20분이나 늦었잖아,쫌,"

"알겠어, 오자마자 뭐라야. 가자가자, 담부턴 일찍 나올게."

"야,야! 안도준!"

아, 정말- 늘 그랬듯 오자마자 내가방을 자신의어깨에 걸치고 가자며 먼저 걸어가는 안도준이다. 글쎄, 그래도 가방하나 드는건 안도준이 제일 잘할거다.
야, 같이가-!

"어디가는건데."

"가는대로 가는거지 뭐."

"야, 제대로 정하고 오든가. 이게 뭐냐."

"아 쫌! 그냥 가면안돼? 쫑알쫑알 시끄럽게."

뭐, 뭐? 지금 니가 화낼 상황이야, 안도준? 나도 모르게 정색하며 짜증냈다. 사실 한마디 내던지고 싶었는데, 이렇게 차갑게 말할 의도는 없었다.

늘 이런식이었다. 괜찮다 싶으면 다시 원점으로 돌아가는 사이에 지친것도 한두번이 아니다. 괜찮을거라고, 좋아질거라고 혼자의 최면은 무용지물이었다. 그런 말따위, 좋아지는것도 괜찮아지는것도 없었으니까.

그리고 오늘도 똑같다. 좋다 싶던 데이트도 늘 이렇게 흘러간다. 너와 나, 이렇게 삐뚤린 퍼즐마냥, 맞지도 않는 그 퍼즐을 어떻게든 맞추려는것처럼. 아닌걸 알면서도 억지로 끼워넣는 퍼즐처럼 우리사이는, 늘 이런식이었다.



"뭐가 문젠데. 하, 넌 또 돌아서 가겠지. 집에갈거라고 화내면서."

똑같은 래퍼토리에 안도준도 나도 지치고 지쳐간다. 이젠 안도준은, 내가 어떻게 할지도 알고있다. 이런 상황, 정말 지긋지긋하다, 진짜로. 안도준, 넌 어떻게 했음 좋겠어?

"이제 밤에 만나는것도 그만하자. 추워죽겠어. 먼저 들어갈거니까, 안도준 너도 알아서 들어가."


괜히 딴소리를 했다. 안도준 네말에 받아치면 잠잠해질수도 없이 더 커질 싸움 같아서. 난 겁쟁이였다. 이런식으로 너와의 관계를 피하는 난, 그래. 겁쟁이 였다.

***

저벅저벅- 집으로 돌아가는 길이다. 가로등마저 꺼진, 이 어두운 골목길을 데려다 주던 너 없이는 무리인것같지만, 내 자존심도, 마음도 이미 혼자라고 외치고 있는걸.

빛줄기 하나가 발밑에 자리잡는다. 달빛이다, 아름답다. 사람들의 바램대로 금색은 띄지 못하는 달, 그리고 달빛이라 해도 빛나는 달빛은 내 마음속에 한 줄기 희망이다.

너와의 사랑도 이렇게 빛났음 좋겠어, 도준아. 너와 잡던 손도, 틔우던 사랑의 싹도, 너에게서의 첫키스도 모두 빛났었는데, 왜 지금은 모두 빛을 잃은 별같을까. 왜일까, 사랑했는데. 좋아했는데, 서로, 둘 다.


***

겉옷을 벗었다. 내려놓음과 동시에 떨어진 액자가 나에게 이끌림을 선사한다. 아름다운 사진이다, 너와 내가 찍은. 한때 달처럼 빛나던 너와 나의 사진이다. 이젠 돌아갈수 없는 추억을 남겨놓은 것만같아, 눈물이 뺨을 타고 내린다. 무릎을 꿇고 사진을 품에 꼭 안은채 그저, 한없이 눈물을 흘리기만 한다.

도준아, 난 니가 좋아. 그런데, 이젠 좋아하는지 아리송해. 이런 사이가 되고 나서도, 이렇게 싸우고 나서도 아무렇지 않았다는 듯 다시 날 마주 하는 니가 이해안돼, 난. 너에게 모진말을 뱉던 내가, 너에게 상처를 준 내가 죄책감 들어서. 너에게 미안해서. 근데 넌 이마저도 아닌것같아서 그래. 내가 어떻든, 무슨말을 하든, 이젠 모두 너에게 관심받을 수없는것같아서, 그래서 그래.















그래도 도준아, 우리 아직까지도 서로 떠나지 않는건, 서로 조금이라도 사랑해서겠지?












































그렇게 믿고싶어, 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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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화 신고 2017-12-07 20:58 | 조회 : 818 목록
작가의 말
한이별

아름다운 글은 어떻게 만들수 있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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