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 비극의 전설

#5. 비극의 전설



"이, 이 손 치, 치워주세요...."


너무나 놀랐는지 말을 더듬는 날 보고 그녀석은 혀를 차더니 말했다.


"쯧. 아깐 나한텐 막말 했으면서.... 너, 그럴때 아냐. 저녀석 내 말 들었어."

"......한채현, 이태민. 이따가 교무실로 와라."


그 뱀파이어는 정말로 그 말을 들었는지 우리에게 말했다.

그래서 대화를 하겠다고 교무실로 부르다니...

뭐, 바로 튀면 되지.


"아니다. 수업 끝이다. 너흰 지금 따라와라."


영리한 여우같으니라고.

난 담임쌤을 따라가며 페르에게 물었다.


"어떡해?"

"......넌 걱정마."


페르는 걱정이 정말로 없는지 태연하게 말했다.

나 죽는거 아니야!?

아. 결국 도착했다. 황천길로 갈 교무실에.

그 뱀파이어는 교무실에 들어가 상담실에 들어갔다.


"너희...아니, 니네. 뭐냐?"


곧바로 붉어지는 그의 눈.

정말로.... 뱀파이어구나.


"......서열, 말해라."

"허?"


그 뱀파이어는 당돌한 페르의 말에 어의없다는 듯 말했다.


"왜 간부급 뱀파이어가 카르트에나 나와 있는거지?"

"....힘의 차이는 알아보는 군."

"그래. 힘의 차이. 아주 잘 보인다."


페르가 미쳤나 봐.

난 아무리 봐도 페르가 훨씬 약해보이는데.

저 풍기는 위압감을 봐. 난...아무것도 못하는구나.

이러면서 복수하려고 설쳤나.


"이미 간부급이라는 것으로 서열은 증명되지 않나?"

"하긴. 2위부터 10위까지 힘차이도 별로 없지."

".....내가 간부급인 걸 알고도 그러는건가."

"하...채현아."

"어?"


그가 딱 이름만 불러준 건 처음이라 놀라서 반응했다.

가뜩이나 차가운 말만 하고 있었는데 다정한 말투로 부르니.


"나가. 그리고 기억해. 우리반 담임은, 인간이었어."


탁-

그 말 이후 거부할 틈도 없이 페르가 날 문 밖으로 밀었다.

교무실에 있던 선생님들.


".....하.하...."


한편 상담실의 두 뱀파이어.


"자. 그럼 얘기 좀 해보실까?"

"너야말로 서열을 대시지."


그 말에 페르의 눈동자가 붉게 변했다.


"너, 그거 알아?"

".......?"

"옛날에, 한 쌍둥이가 있었어."




―― #4. 비극의 전설 ――



「옛날, 먼 옛날에 두 쌍둥이가 있었다.

남자와 여자.

서로 닮은 두 쌍둥이.

그리고, 한 왕국의 핏줄을 타고난 아이들.

하지만 그 왕국에서는 여자가 희귀했다.

그리고 그만큼 귀했다.

여자아이는 왕녀가 되었고, 남자아이는 '하인'이 되어버렸다.

여자아이는 기억하지 못했지만, 남자아이는 기억했다.

같이 놀던 어린 때를.

여자아이는 모든 것을 다 갖추고 태어나 오만했고, 백성들은 반란을 일으켰다.

남자아이는 여자아이 대신 죽었고, 남자아이는 끝까지 하늘만 봐라봤다.


'너만은....해방되었으면...'


오만방자하던 여자아이는 슬퍼했다. 유일하게 항상 자신의 옆에 있던 소중한 쌍둥이.

여자아이는, 생전에 남자아이가 가장 아끼던 것은 가지고 몇날며칠을 울다가 죽어버렸다.

여자아이는 미련을 버리지 못하고 죽은 뒤에도 그의 일기장에 머물렀고, 나가지도. 벗어나지도 못하는 상태가 되었다.

남자아이가 죽지 않았다는 것을 모르고.

남자아이가....자신과 쌍둥이이며 달랐다는 것을 모르고.

우애란 이름으로 자신의 감정을 포장해왔단 것을 모르고.

끝까지 자신의 감정을 모른채, 그 아이는 일기장에만 머무를 수밖에 없었다.

-디바이드 로몬 中」



* *




"이 전설을 많이 들었겠지. 특히 간부이니."

"....지금 이게 왜 나온단거지?"

"남자아이는 그때, 죽지 않았어. 그리고 영원에 가까운 삶을 살았지."


남자아이는 혼자서 지냈다.

여자아이가 죽은 것도 모르고 여자아이만을 찾아다니며.

그리고 소문으로 여자아이가 죽고 책에 머물렀다는 것을 들었다.

그리고 그 책을 찾아다녔다.

남자아이는 책을 찾는동안 점점 무뎌져갔다.

감정도 없었다. 오직 여자아이에 대한 감정 뿐.

마침내 책을 찾아낸 남자아이.

그 남자아이는 자신이 구해준 믿을만한 남자에게 그 책은 보관했다.

여자아이가 자신을 하염없이 기다렸다는 것을 모른채.


"내가 그래서, 그 전설을 듣고 몹시 화났어."

"....?"

"여자아이는 무슨 죄가 있다고 그랬지? 그저 자신의 아버지가 독재 정치를 한것 뿐인데."

"무슨..."

"돌아가라. 그럼 살려주지."

"난 커맨더의 명을 받고 단지 어떤 분을 찾으러..."


그는 아까까지만 해도 거만했다.

하지만 페르가 화내면서 흘러나온 기운.

그것은 압도적으로 강했다.

그리고 느겼다.

그가 힘을 최대한 줄인 것임을.


"커맨더에게 말해라. '페르세크'가 날 건드리면 널 죽이겠다고."


탁-

페르는 그 말만 한채 나왔다.

그리고 나오는 동시에, 그는 '인간 이태민'으로 돌아와 있었다.


"채현아."

"얘기 끝났어?"

"응. 알아서 알아듣겠지. 정말로 힘의 차이를 못 알아볼 정도로 약하지 않은 이상. 간부급이면 쓸만하니까."

"....간...부?"


내 말에 페르는 웃으면서 말했다.


"알려줄께. 동업자니까."

'어차피 이미 금기는 누가 어겼으니까.'




* *



"커맨더 님."


어둠 속에서 한 남자를 부르는 소리가 들린다.

어둠속임에도 그의 붉은 눈동자는 붉게 빛났다. 여느 뱀파이어보다 특히도 더 매혹적이고, 아름다웠다.


"아. 누구?"

"서열 4위, 르나로크입니다."


아까 그 학교의 담임.

페르의 말을 전하기 위해서 커맨더에게 온 참이다.

그는 고개를 숙이고 말했다.


"아. 왜 온거야?"


무겁고 권위적이기만 하던 그의 말투가 왠지 발랄하고 가볍자 의아한 르나로크는 고개를 숙이고 것도 잊고 그를 바라봤다.


"무슨 좋은 일이 있으신지..."

"아. 오랜만에 피를 마셨어. 정말로....달콤했어. 오랜만이야, 이런건."


정말로 좋아보이는 그의 말투.


"아. 왜 온거야?"

"누군가가...이 말을 전해달라 했습니다."


그 말에 그는 눈빛이 바로 싸늘해지더니 말했다. 정말로 명령하는 말투로.


"누가 나에게 전해달라했다고? 자기가 오지도 않고?"


쿠르르릉-

땅이 진동하기 시작한다. 마치 그의 분노를 표현하는 듯.

위압감에 르나로크는 저절호 고개를 숙이며 떤 목소리로 말했다.


"'페르세크'란....자...가 자...신을... 건...드리면... 당신...을... 죽이겠다고.... 전하라..했습니다..."


멈칫-

진동이 멈추고 그는 르나로크에게 다가가서 말했다.


"페르세크?"

"네...분명히..."

"어디선가 들어온 이름인데...."

"아, 아시는 분입니까?"


정황상 봐서 그건 본명이다.

커맨더인 그가 본명을 알 정도로 소중한 이라면....

자신은 엄청난 죄를 저지른 것이다.


"저기...커맨더시여..."


하지만. 그게 두려움에도 더 두려운게 있다.


"응?"

"하르트에....계속 있어도 됩니까?"

"......내가 시킨거만 잘 한다면야. 소중한게 있나보지?"

"......"

"그래. 인간을 사랑해도 돼. 하지만 내게 거슬리게 하지 마."

"...감사합니다."


르나로크는 그 말을 한채, 다시 하르트로 돌아갔다.

소중한 이를 보기 위해.

그리고 남은 커맨더.


"흐음... 어디서 들어봤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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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화 신고 2015-08-27 20:16 | 조회 : 1,456 목록
작가의 말
히나렌

저 전설은 이 소설의 기본 배경이 되는 이야기예요. 잘 기억해 두시는게 좋으실 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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