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 경계를 풀다

#4. 경계를 풀다



「뱀파이어에게 이름은 중요하다.

이름을 알려준다는 것이 자신의 모든 것을 보여준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이름을 알려준 이는 그래서 살기 힘들다.

이름은 누군가에게 알려줬다면 그만큼 소중한 이라는 뜻이고, 그런 사사로운 정은 뱀파이어 사회에선 불필요한 것이다.

그런 '소중한 이'를 가지게 된 뱀파이어는 감정을 가지게 된다

감정 하나에 휘둘리게 되고, 그것은 곧 죽음으로 이끈다.

그래서 뱀파이어들이 뱀파이어 세계, 카르트에 숨어살게 된 뒤로 자신의 본명을 누군가에게 가르쳐주는 일은 드물었다.

단 한 명, 단 한 명만 뱀파이어 모두의 본명을 알고 있다.

모든 뱀파이어들이 그가 소중해서 스스로 자신의 이름을 알려준게 아니라, 그의 존재 자체가 모두의 이름을 알아야 마땅하므로.

-디바이드 로몬 中」



―― #3. 경계를 풀다 ――



"......본명?"

"응. 너라면... 정말 좋을 것 같아서."


그렇다고 뱀파이어 전체가 좋다고 생각하진 않는다.

솔직히 그가 좋다고 판단하기도 힘들다.

나와 그는 만난지 얼마 안됬고, 나눈 대화라곤 작대감 도는 대화뿐이다.

이름을 알려주지 않아도 괜찮다. 큰 기대를 하고 물은게 아니니까.


"......세크."

"응?"

"페르세크."

"알려줘서 고마워."

"넌....한채현?"

"응."

"....내 이름은 내뱉고 다니지 마. 죽을 수도 있어. 뱀파이어에게 이름은 중요하거든."


뱀파이어에게 이름은 중요하다니.

그런데도 알려줬단 말인가?

피식-

난 조금 웃어보이고 말했다.


"페르. 줄여서 페르라 부를께. 사람들 앞에서 태민이라 하고."

"....그래."


한동안 침묵이 이어졌다.

아마 서로가 놀라고 있겠지.

이렇게 쉽게 이름이 오가고, 대화한단 것에.


"페르."

"...응."

"나 전 학교에서 말이야. 하인혁이라는 한 남자친구가 있었어. 정말로 좋아했는데....내 피만 마시고 가더라. 그거 때문에 정신병원에 1년을 처박히고."


고등학생이 무슨 사랑이냐 할 수도 있을것이다.

하지만, 정말로 좋아했다.

그말고 고백하는 이들은 많았다. 늘 그렇듯 차려고했는데....

거짓된 다정함에 속아 경계를 풀었다.

난 피를 뺏기던 날 내가 항상 가지고 다니던 은으로 된 나비 장식의 뾰족한 부분으로 그를 찌르고 도망쳤다.

그리고 사람들은 뱀파이어라 말하는 내 말을 믿지 않았고, 내가 가게 된 곳은 정신병원이었다.


".....걔 이름이 뭔지 알아?"

"가명이겠지. 그때 이름은 '하인혁'."


내 말에 갑자기 문이 벌컥 열렸다.

문에 기대있던 내 몸뚱아리가 구르려하자 페르가 잡아줬다.


"복수, 하고 싶어?"

".....응."


내가 그래서 너희를 경멸하고 싫어하는 거니까.

그래도, 너만은 다르니까.


"도와줄께."

".....진짜?"

"난 거짓말 안 해."

".......왜?"


내가 그어게 어느정도 경계를 풀었다지만 완전히 푼건 아니다.

넌 어찌됐든 그들과 똑같이 피를 마시고, 나와는 다르니까.

네가 아무리 친절히 대해준다해도, 그게 가면을 쓰고 속내른 감추고 나에게 보여주는 것일지 모르니까.


"....뱀파이어따위, 지긋지긋하거든."

".....?"

".......아까 말했지."


- 난 오히려 뱀파이어보단 인간이 좋아.


문득 내 머리에 스쳐간 그의 말.

그러고보니 모순이 많다.

왜 얜 나에게 중요하다고 한 이름을 알려줄까? 왜 날 도와주겠다 하는거지? 왜 자신이기도 한 뱀파이어를 싫어하는거지?


"오래살다보니까 봤어. 인간보다 더 악독한게 뱀파이어야. 감정이 무뎌졌기에....죽이는 것을 망설이지 않아. 그건 말그대로 '괴물'이니까. 난 뱀파이어이긴 하지만, 인간과 닮았으니까."

"......왜 날 도와주겠단거야? 중요하단 이름도 알려주고?"


그는 잠시 말하지 않았다.

그리고 몇 분이 지났을까. 그의 입이 열렸다.


"넌 '인간'이니까."


이걸 말그대로의 뜻으로 받아들였어야 했는데.

아직도 뱀파이어들이 나쁘단 생각은 가진 나에게, 그말은 마치...


-넌 언제든지 죽일 수 있으니까.


라고만 들렸다.

하지만 그 반대였다.

그가 생각한 그 말의 뜻은...


'넌 재밌거든. 뱀파이어 하나쯤이야. 어차피....걘 죽게 되있는데.'


인간이 뱀파이어의 존재를 알게 되는 것은 금기.

금기를 어긴 이는 죽는다.

그만큼 뱀파이어 사회의 규율은 엄격했다.


"......한채현."

"응."

"도와줘도...되는거지?"

"거절할 이유가 없잖아."

"....."

"그렇다고 오해하지 마. 넌 동시에 뱀파이어이기도 하니까. 수업 들어가봐야 겠다."


난 일어나서 교실로 향했다.

5분만에 오려고 했는데 꽤나 시간이 많이 지났다.

적어도 선생님한테 울고 뛰쳐나가 20분을 지냈던걸로 취급받고 싶진 않은데.

드르륵-

난 그래도 당당히 앞문으로 갔다.

철면피는 두껍게 장착하고 있었고, 어차피 늦은거 당당하게 들어가려고 앞문으로 갔다.

수업하시던 선생님은 나에게 다가오시며 말했다.


"괜찮ㄴ...."

"건드리지 마시죠."


자. 여기서 아까 내가 선생님에 대한 탐구를 많이 했단 것은 난 잘생긴 사람이 좋긴 하다.

그렇다고 사랑놀음따윈 안 할거다. 또다시 그런 일을 겪을까봐.

내가 선생님을 좋아하는 건 어디까지나 '동경'이다.

그래도 잘생긴 선생님의 걱정과 손길을 받는 건 좋다.

그런 선생님의 손길을 막는자가 누군가 싶었더니...


".......ㅍ...아니, 이태민?"


놀랐다, 정말로. 왜 그러는 거지?

선생님이 날 건드리신 다고 무슨 일이 일어나는 것도 아니고.

하지만 난 그를 믿었어야 했다

그가 날 도와주기로 말한 이상, 난 그를 믿어야했는데.

벌써부터 그가 무슨 짓은 하는지 믿을 수가 없다.

그는 나에게 다가와서는 귀에 작게 속삭였다.


"뱀파이어야."


......나는 또다시 결심했다.

잘생긴 사람이 나타나면, 반드시 뱀파이어라 의심할거라고.

그리고 지금 내게 다가오려 했던 손길이, 너무나도 끔찍하다 느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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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화 신고 2015-08-27 20:15 | 조회 : 1,593 목록
작가의 말
히나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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