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 "기분 참 더럽다."

#3. "기분 참 더럽다."



「뱀파이어.

오직 영화, 소설로만 나왔던 현실에 없는 존재.

그들은 강한 힘과 체력, 인간이 가질 수 없는 능력, 누구라도 반할만한 매혹적인 외모 등 인간보다 월등한 점이 무수히 많다.

하지만 그들은 인간들에게서 배타당한다.

왜냐고?

인간들에게 뱀파이어들은 그저....

-자신의 피를 마시는 괴물-

....일 뿐이니까.

그래서 뱀파이어들은 이미 먼 옛날에 인간을 피해 살아가기 시작했고, 인간들의 피를 마시러 오기도 했다.

그리고 인간을 다 죽일 순 없었다.

그랬다간 피가 없어지고, 자신들도 죽게 되니까.

그래서 항상 인간의 피를 마시고 살려뒀다.

그들이 자신들의 존재를 철저히 숨겼는데도 인간들의 피를 마시면 그 인간이 뱀파이어가 된다는 소문이 나돌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 소문은 거짓.

인간세계, 하르트에 섞여 자신의 정체르는 숨기고 살아가고 있는 뱀파이어들은 그 소문을 들었다.

그리고 인간의 피를 마실 때마다 그 피를 다 마셔 자신들의 존재를 더더욱 모르게 하기 시작했다.

이제 인간들의 피를 마시고 그 인간을 살려두는 것은 '금기'가 되었다.

-디바이드 로몬 中」



―― #2. "기분 참 더럽다." ――



"간단히, 짧게."


내가 내뱉은 말에 그늘 표정이 바로 싸늘해지더니 말했다.

간단히? 짧게? 욕 안 붙여서 짧게 말해줬더니 어떻게 더 줄이란거야.


"뭘 어떻게 하라고?"

"음.....네 글자로 줄여봐."

"....뱀파이어."


끝내 내입에서 그 단어가 나왔다.

전설 속에나 나오는 그 단어가.

내 말에 그의 눈빛은 예리해졌다.


"어떻게 아는거지?"

"......"


이럴때 구세주는 없을까.

다시 되새기고 싶지 않은데.

딩동댕동-(쉬는시간 종소리)


"종쳤네. 그럼 난 이만."


되새기고 싶지 않은 기억에 나는 몸을 돌려 교실로 향했다.

그리고 남은 태민.


"흐음.....'금기'를 어길 만한 애가...."


이 말을 하더니 불길한 미소를 지었다.


"하이나....아무리 달콤한 냄새가 난다지만..."


태민은 이 말을 하고 발걸음을 옮겼다.

처음 만났고, 흥미로운 장난감을 찾았다.


".......놀아볼까? 찾기도....힘들고.... 잠시 놀지. 이해할 수 있지, 페몬?"



* *



....수업시간이 이리 짧게 느껴진 적은 처음이다.

벌써 30분이 지나갔다.

쉬는 시간이 되면 그 괴물이 날 또 데리고 가겠지.

아아. 전혀 모범생 타입이 아니던 나에게 수업시간은 몹시 길게 느껴졌었다.

내가 나이가 이 반의 애들보다 한 살 더 많다지만 공부는 안 했기에 더 짜증났다.


'고 3을 또 하다니!!'


뭐. 수능은 보지 않았지만.

그나마 불행 중 다행은 담임선생님의 얼굴이 잘생겼다는 것!

잘생기면 괴물이라 의심해볼 수 있지만 저기 '진짜' 괴물에게서 나는 특유의 향이 나지 않는다.

담임선생님 얼굴을 보면 힐링되는 기분으로 쳐다보고 있는데.


"거기 전학생, 그리 칠판에 적힌 문제를 풀고 싶어 뚫어지라 쳐다보니 내 특별히 풀게 해주지."


아뿔사!


"음....."


엑스는 뭐고 와이는 뭘까.

그리고 칠판에 적힌 저것은 무엇일까.


"간단한 미적분이거든?"


.....제 눈엔 간단한 미적분이 아닌 어디선가 나타난 외계어가 보이는데요.


"모릅니다."

"그래. 복도 나가서 서있어라."


우씨.

내가 복도에 나가자 애들이 키득대는 소리가 선명히 들린다.

그리고 들려오는 대화.


"이거 풀 수 있는 사람?"

"이태민이요!"

"태민이요!"


......괴물한테 졌어.

복도에서도 훤히 보인다.

그는 나가서 조금도 고민하지도 않고 그 자리에서 바로 말했다.


"안 풀어요."


답이 나올 줄 알았는데.

Rrrr-

핸드폰 벨소리.

내가 안 껐구나.

내가 핸드폰을 꺼내서 전화를 받는데.


"어."

{.....채현아. 인혁이가....학교에 나왔ㅇ...}

"....뭐....?'


쾅-


"전학생. 아주 찍히고 싶어서 발ㅇ....너 우냐?"

"네, 네!?"

"화장실 가라."


쌤은 그렇게 냉정하지 않으신가 보다.

나도 모르게 흐르던 눈물. 난 곧바로 어딘가로 향했다.

화장실이 아니다.

지금 나에게 필요한 건 세수가 아니라 혼자 생각할 시간이었으니까.

민혜가 오려고 자리에서 일어나려는 것 같지만 그녀를 막은 이가 있었으니.


"넌 가만 있어."

".....태...민아...?"

"내 이름 부르라 한 적 없다."


탁탁탁탁-

누군가 날 향해 뛰어왔고, 내 손을 잡았다. 난 그걸 거부할 힘조차 없었다.


"여긴 혼자 생각할 데 적다."


그는 날 데리고 옥상에 가서는 또다시 걸린 자물쇠를 부시고 날 옥상에 밀어놓고 문을 닫았다.


"야! 이게 뭐야!"

"너 보는 사람 없다. 혼자 울고, 혼자 얼마든지 생각해. 괴물은 위로할 줄 모르거든."

"......"

"인간들은 참 약해. 서로끼리 부시고, 혼자서도 망가져. 그래서....난 오히려 뱀파이어보단 인간이 좋아. 감정이 있단거니까. 그러니까 울어. 슬프면 울고, 기쁘면 웃어. 넌 인간이니까."


난 그 말에 슬그머니 문에 기대어 앉았다.

그리고 퉁명거리면서도 따스한 그의 말에 난 그대로 울어버렸다.

왜. 아직도 그 이름만 들으면....

내가 어느정도 진정되자, 난 문 너머의 그에게 말했다.


"기분 참 더럽다. 위로 못한다며."

"한 적 없어."

"......너, 본명이 뭐야?"

"......."


뱀파이어의 이름이 설마 진짜 '태민'같이 인간다울리가 없겠지.

너같은 뱀파이어... 아니 피를 마시면서도 괴물이 아닌 이가 또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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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화 신고 2015-08-27 20:14 | 조회 : 1,598 목록
작가의 말
히나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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