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초면에 칼, 들이대도 되나요?"

#2. "초면에 칼, 들이대도 되나요?"



뚜벅뚜벅-

누군가 걷는 소리가 복도에 울려퍼진다.

드르륵-탁-

한 남선생이 문을 열고 들어갔다.

그녀가 들어오자 시끌벅적하게 떠들던 남자아이들도, 무리지어있는 여자애들 모두 제자리로 가서 앉았다.

고 3.

한창 사춘기일 애들이 이렇게 말을 잘 듣는다는 것은 그만큼 저 선생님이 애들을 지도하는(?) 능력이 뛰어나단 것이리라.

무표정의 압도되어지는 기세. 그 기세 속에 애들이 굳어들고 있을때 그녀의 입이 열렸다.


"오늘 전학생이 있다."

"여자예요?"


이건 분명히 남학생이 한 말이라 생각된다.


"여자다."

"예뻐요?"

"들어와라."


남선생은 그 남학생의 말을 무시하고 문 너머의 전학생에게 말했다.

드르륵-

갈색 머리, 검은 눈동자, 허리가 들어간 완벽한 몸매의 소유자였다.


"안녕. 난 한채현이라고 해. 나이는 스무 살. 나 성인이야. 작년에 사고 있어서 1년 쉬고 전학까지 오게됬어. 친구 없어서 친구 모집 중. 특기는 양궁."


속사포로 쏘아대는 그녀의 말에 아이들은 잠시 멍해졌다.

하지만 남자애들의 정신은 단번에 돌아왔다.

'친구 모집 중'이라는 단어에.


"내가 친구가 되어줄께!!"


그 말들에 남몰래 눈물을 훔치며 채현을 불쌍히 여기는 여자애들.


"어디보자... 민혜."

"네!?"


워낙 엄격한 선생님인지라 지목당한 아이는 놀라서 소리쳤다.

동시에 반에는 웃음소리가 퍼졌고.


"네 옆에 채현이가 앉아라."


그 말에 채현은 그 자리로 가서 가방을 내려놓고 민혜에게 말했다.


"잘 지내보자."


채현이 민혜 외 다른 친구들과 친해지는 동안, 여자애들의 시선은 모두 한 곳에 머물렀다.

창가쪽 자리에 앉은 한 남자애에게.



―― #1. "초면에 칼, 들이대도 되나요?" ――



학교가 끝나고 방과 후.

한 여자의 말소리가 들린다.

핸드폰을 귀에 대고 혼자 대화하는 것으로 보아 전화를 하는 것 같다.


"응. 그래. 미안, 나도 어쩔 수 없었어."

{나도 전학왔어. 그런데 애들이 미팅 가자는데...너 갈 수 있어?}

"네 친구들 있는 자리에 내가 어떻게 가. 그것도 미팅인데."

{에이, 괜찮아!}

"휴... 나도...갈까?"


전 학교에서 남친은 있었다. 하지만 이미 헤어졌다.

그것도 몹시 안좋게.


{그래, 와! 내일 5시 전 학교 카페 앞에서 보자!}

"잠ㄲ..."


뚝-

그녀의 친구는 매정하게도 그녀의 말을 끊고 장소와 시간만 알려준 채 끊었다.

야간 자율 학습은 땡땡이쳐라, 이 말이다.

5시라니!


"망할..."


청순가련하기만 할 줄 알았던 그녀의 입에서 나온 말은 거친 말.


"내일...5시랬나?"


그 말에 그녀는 한숨을 내쉬었다.

빠듯한 시간.


".....뛰어가면...되지 않을까."



* *



다음날.


"채현아!!"

"아. 민혜야."

"너 그 소문 들었어? 오늘 태민이가 미팅 나간다며!"


태민이라는 애가 누굴까라는 생각을 진지하게 했다.

누구길래 미팅 나가는 것에 대한 사생활을 그렇게 떠들고 다니는걸까.

누군진 몰라도 불쌍하다. 사생활이 퍼지다니.


"태민이가 누군데?"

"음..한 마디로 우리 학교 킹카?"


요즘 시대에도 킹카가 있다는 것을 절실히 깨달은 채현은 정말로 감탄했다.

킹카란게 외모에 성격에 체력, 공부까지 되야할텐데.


"너 태민이 몰라? 심지어 우리 반인데....눈에 확 띄지 않았어?"

"못 봤는데."

"봐봐. 지금 저기 앉아 있잖아. 뭔가 신비롭지 않아? 여자애들 다 다가가진 못해도 거길 보고 있다고."


민혜가 창가쪽 자리를 가리키자 나는 그곳을 봐라봤다.

흑발에 검은색 눈동자. 뚜렷한 이목구비.. 적당히 잡혀있는 근육. 딱 봐도 잘생긴 놈. 그리고...


".....잠깐만."


드르륵-

난 의자에서 일어나 그 남자애 쪽으로 갔다.

내가 그에게 다가가자 그는 귀찮은 표정을 지었고 난 미소를 지었다.

그러자 얼굴에 홍조가 띄는 주위 남자애들. 하지만 내가 보려고 간 애는 요지부동이다.

그리고 웃고 있는 내 입에서 나온 목소리.


"초면에 칼, 들이대도 되나요?"


내 말에 주위 남자애들과 여자애들의 표정은 얼어갔고 그는 흥미롭단 미소를 지었다.

그리고 그의 입에서 나온 목소리.


".....존댓말?"


난 엄연히 이 반의 아이들보다 나이가 많다.

반말 하면 반말했지, 존댓말은 어울리지 않는다.

하지만 내가 존댓말을 한다는 이 말은...


"웃어른을 모셔야죠."

".......웃어른?"

"나이. 몆 ㅂ...."


탁-!

내가 더 말하기도 전에 내 입을 그가 막았다.


"이야기 좀 하자."


그는 내 손목을 잡고 어딘가로 향했다.

동시에 가는 동안 대부분의 아이들의 시선이 몰렸다.

탁탁탁탁-

계단을 계속 오르길래어딜가나 싶었더니 자물쇠로 잠겨진 곳.

옥상.

자물쇠로 잠겨있어서 다시 돌아가려 했다.

무엇보다 그가 내 손목을 잡은게 몹시도 불편했다.

여기까지 순순히 따라온 것도 엄청난 거지.

그래서 손을 뿌리치고 가려는데.

빠직-

음? 이 뭔가 부서지는 듯한 소리는...

내가 놀라서 그쪽을 보자 그쪽에는 한 손으로 자물쇠를 부슨 걔가 있었다.


"에이씨...인간 모습이라 힘이 더 들잖아..."


그는 그 말을 하곤 내 쪽을 보고는 웃으며 말했다.


"인간, 맞아?"

"응."

"이젠 반말?"

"'인간'들 앞에선 잘 보여야지."

"넌 날 뭐라고 생각하는거냐?"


나왔다.

이 뻔하디 뻔한 질문이.

그리고 이젠 뻔하디 뻔한 답이 나올 차례인가.

인간을 유혹하는 듯한 존재, 얼마든지 자물쇠 따위 없앨 수 있는 존재.


"피를 마시는 괴물?"


그리고....인간의 피를 마시는 존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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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화 신고 2015-08-27 20:14 | 조회 : 1,510 목록
작가의 말
히나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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