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 여자가 화나면?

#11. 여자가 화나면?



"흠.....정말로?"

"응."

"마음을 접은거야?"


나는 아픈 그 말에 눈을 감고 대답했다.

현실을 보지 않고, 내 생각만을 말하고 싶다.


".....접기 위해...죽이려고."

"....뭐, 도와주긴 할께. 그대신 까다로운 상대인데, 괜찮겠어? 난 네가 생각하는 '아군', 그 그대로 돕기만 할꺼야."


내 생각...이미 알고 있구나.

하긴, 보통 아군이라면 소원을 무한개로 들어줘야 할 테니까. 자기도 그건 싫겠지.

그런데, 왜 까다로운 상대야?

페르는 내 생각을 이미 알고 있다는 듯 말했다.


"커맨더야, 걔."


....신은 내 편을 들어주지 않았다.

아니. 어떻게 보통 뱀파이어도 아니고 뱀파이어들의 지도자인 커맨더가 그 재수없는 하인혁이야!!!!

그것도 페르는 '도와주는 역할'이지, 직접적으로 개입하지 않고.

난 평범하디 평범한 인간.

아니, 페르가 나에게 도와달라는 것을 봐서는 평범하지 않다는 것이겠지만 나에게 특별한 점은 꿈밖에 없다고!!


".......어, 어떡해?"

"...큭....큭...크큭...."


어디선가 날 비웃는 소리가 들린다.

아. 옆에 계신 배를 부여잡고 웃음을 참고 계신 뱀파이어 페르세크 님, 부디 그만 웃어 주시지요.

하긴, 커맨더인거 모르고 인간이 커맨더를 죽이겠다고 설치니 지가 봐도 웃기겠지.

그래도, 너무 오래 웃는거 아니야?

그것도 강한 뱀파이어면 자고로 위엄있고 기품과 품위가 있어야지 대놓고 배를 잡고 웃나.


"그만 웃지?"

"아, 너무..큭...웃..크....겨서..."

"......."


난 그의 뜻을 존중해 1분을 더 기다리려는데.

딩동댕동-


"종쳤네."

"가자. 담.임.쌤. 시간이네."


난 페르의 웃음이 멈췄다는 것에 대한 안도감과, 학교에서 살생이 일어날 수 있단 것에 두려움은 동시에 느껴야 했다.



―― #10. 여자가 화나면? ――



드르륵-

페르는 내 손을 잡고 당당히 앞문으로 들어갔다.

그리고, 교탁 앞의 선생님, 아니 뱀파이어에게 말했다.


"담임선생님 미.래.에. 대.한. 심.도.있.는. 대.화.를 하기 위해 좀 나와 주시겠어요?"


가시 돋힌 말이긴 했다. 그래도 존댓말 한게 어디야.

미래에 대한 심도있는 대화도 맞을테고. 물론 그건 평범한 학생의 진로에 대한 대화가 아니라 담임선생님의 생사에 대한 대화겠지만.


"어, 어?"


저기 놀라는 두 친구들을 보게.

그리고 잡힌 나와 잡고있는 페르를 보는 저 수상한 눈길을 보내는 연하 친구들도.


"......자습해라."


늘 자습하셨으면서, 왜 오늘만 특별히, 좀 다르다는 듯 그러시죠?

탁-!

그 뱀파이어는 우리 둘과 함께 나와서 말했다.


"....저 인간은..."

"아. 그냥 한채현...아니. 인간인데 이러면 기분 나쁘시려나?"

"......수정이...친구군요."


난 보았다. 그 순간 따스해진 그의 얼굴을. 다정했던 얼굴을.

설마....진심인건가?


".......진짜....로요? 진심이에요?"

"......."

"뭐, 그럴수도 있는거지. 인간과 뱀파이어 사이에 딱히 크게 싫다할 만한 일이 없으니까. 아니, 일어나는게 불가능한데."


페르는 참 알수없는 말을 많이 한다.

어차피 못 알아들을꺼 입 밖에 꺼내지도 말지. 별로 궁금하지 않지만.


"페르. 이상한 말 하지 말고. 못 알아들어. 이해할 수 있게 말해주던가."

".......그래. 조용히 있어주지."


자기가 엄청 인심 쓴다는 듯 말하는군. 넌 조용히하면 안되는데 내가 일부러 조용히 하란 듯한 뜻이 많이 드러나는것 같은데?


"아무튼. 음...일단 뭐라고 불러드려야 되죠?"

"그건..."

"르나로크."


그 뱀파이어가 말하기도 전에 페르가 말했다.

조용히 하란지 십 초도 안 지났는데.


"어떻게 제 이름을..!"

"내가 그딴 것도 모를 것 같나?"


음. 이 사람들에겐 이게 별로 중요하지 않은 것 같군.

그나저나...아까부터 얘기가 딴데로 새고 있지 않나?


"......."


그래. 딱 1분만 참아준다.


"어떻게 제 이름을 알고 있는거죠? 그걸 알고 있는 이는 커맨더님밖에..."

"내가 커맨더보다 위거든? 어디서 성질이야, 이게."


싸우기 시작하며 붉어지는 그 둘의 눈동자.

그리고 주위에 일렁이는 기운.

페르가 더 약해보이는 걸 보아 그는 진심으로 싸울 맘은 없는듯 했다.

그리고. 무엇보다. 이 순간에 중요한 것은.

내가 봐주기로 한 일분이 지났고, 댁들은 계속 내가 화난 걸 모르고 으르렁 대고 있는것이지.

하지만 내가 여기서 이 두 분을 말릴 수 있는 방법은....

아. 생각났다.

조금 무리일지도 모르겠지만.

여긴 5층. 창문이 활짝 열려있는 복도. 추락사할 일은 없는 두 뱀파이어들.

휙-!

난 방심하고 있는 그 둘을 창문에 밀어넣다.


"....어?"

"실력 좋은 뱀파이어분들. 잘 살아남으세요."

"야!!"

"어. 소리지르면 애들 다 듣는데."


그리고 학교는 방음처리가 안 되어있더라.


"쳇...!"


페르는 툴툴거리는 표정을 짓더니 몸이 붕 떴다.


"너 두고봐!!"

"어. 아군인데 날 노릴 생각?"


페르는 그날 깨달았다.

여자는 화나게 하면 안된다.

자기만 손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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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화 신고 2015-09-24 20:46 | 조회 : 1,346 목록
작가의 말
히나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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