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 그가 사랑하는 사람

#10. 그가 사랑하는 사람



당장이라도 살인, 아니...그래. 살생을 하려고하는 페르에게 다가가서 말했다.

민혜와 수정이, 둘은 알아서 아무 오해도 하지 않고 내 사정을 이해해줄거라 믿는다.


"페르!!"

"왜."


한없이 차가운 말투.

학교에서 누군가 죽게 내버려둘 순 없다.


"죽이려면 밖에 나가서 죽여!! 학교 내에서는 안돼!"


내 말에 그는 잠시 발걸음을 멈추더니 나에게 와서 말했다.


"너 진짜 웃기다."

"......뭐?"

"죽이더라도 여기서 죽이진 말라니. 역시....인간도 잔혹한가 봐?"


직감적으로 생각했다. 그는자신의 목적을 위해서 자신의 생각을 감추는 사람이 아니다.

그리고 지금 날, 비꼬고 있다.


".....응. 나 잔혹히니. 그래도, 실제로 실천에 옮기진 않거든. 인간은 말만 그래."

"실제로 그러는 사람도 봤는데?"

"뱀파이어는 일부만 그런게 아니라 다 그렇지 않나?"

".....부정할 수가 없네."


그는 누구에게 잘 보이려고 빈 말을 하는 사람이 아니다.

자기 속을 그대로 말하겠지. 나에게 무언가...속이지 않겠지.


"널 도와줄께. 그대신."


페르는 도와준단 말에 놀라더니 '그대신'이라는 조건이 있다는 말에 역시 그렇단 표정을 지었다.

내가 설마 너같은 뱀파이어가 있는데 멋대로 도와주기만 할까봐?


"너도 알다시피 내가 좀 성격이 나빠. 그래서 널, 이용할 만큼 이용하고 도와줄께."

".....그래."


대놓고 이용하겠다 하는데 수긍하다니. 자존심도 셀텐데.

그만큼...찾는게 중요하단거겠지?

책이 부러울 줄이야. 그 정도로... 날 필요로 한 사람은 없었으니까.


"내 소원 다섯 개를 들어주면, 도와줄께."

"뭔데?"

"몰라."


내가 봐도 참 뻔뻔한 대답이었다.


"아무때나, 언제 뭘 빌지 몰라. 내가 소원 다섯개를 말하고 네가 들어주면, 난 널 도울거야."

"그것 참....짜증나는 말이네."

"그렇지? 애초에 나에게 부탁하지 말았어야지."


짜증난다 하면서도 그는 웃고 있었다.


"소원이 아니라 궁금한건데....대답해줄 수 있어?"


궁금해졌다.


"왜 그렇게 그 책을 찾는거야?"


그가 그 책을 찾는 이유가.

그에 대해, 궁금해졌다.



―― #9. 그가 사랑하는 사람 ――



"왜....찾냐고?"

"응."

".....의무야?"


평소처럼 돌아온 말투. 하지만 눈빛만은 내가 그가 동요하고 있단 걸 눈치챌 만큼 크게 흔들리고 있었다.


"아니."

"....어차피 나중에 알 테니까..."

"....?"

"그 책에, 내가 사랑하는..... 사람을 깨울수 있는 '단서'가 있어."


사랑하는....사람이라....


"냉혈한인 네가?"

"......."


내 말에 그는 입을 닫았다.

그래도 양심은 있는지 부정은 안하네.


"......."

"......."


한동안 침묵이 오갔다.

둘 다 이럴땐 무슨 말을 해야할지 모르니까...그러는 거겠지.


"나, 난 그럼 친구들한테 가볼께!"


어색해진 분위기를 무마하기 위해 자리를 뜨려는데.


"이미 옥상에 없어. 서로 남친 자랑 중인걸."


친구들은 내 믿음대로 내 사정을 이해해주고 너무 잘 이해해줘서 지들끼리 얘기했다.


"....흐음...."


난 그리고, 불길한 미소를 머금었다.


"뭐, 뭐야..."


페르는 이미 내 불길한 미소를 감지했는지 조금 말을 더듬었다.

쟤가 말을 더듬을 정도로 내가 사악하고 불길한 미소를 지었나.


"생각났어. 소원."

".......뭔데?"

"아군이 되어줘."


내 말에 그는 잠시 벙찐얼굴로 몇초간 정지 화면을 유지하더니 다시 반문했다.


".....뭐?"

"아군이 되어줘. 내가 하는 일을 도와주는, 내 편인 그런 아군이."


그 누구도 다신 날 해치게 못할, 강력한 아군이 되어줘.


"....혹시 너....나 좋아하냐?"

"....뭐?"


이젠 내가 반문할 차롄가 보다.

그나저나 저 뻔뻔하고 당연하단 얼굴로 왜 저딴(?) 질문을 하는거야?


"아니. 갑자기 무슨 맘이 들어서 아군이 되어달라는거야?"

"하긴.... 그렇게 생각할수도 있나. 간단한 이유야. 여기에 내편은 없거든."

".....?"

"확실한 건 난 널 좋아하지 않아. 다른 좋아하는 사람 찾으려고 찾아다닌 사람을 어떻게 넘보냐? 게다가 넌 내 타입 아니야."


'내 타입 아니야'라는 말에 그의 표정이 변했다.

마치....한시름 놓았단 표정?


"다행이네. 괜히 달라붙으면 곤란한데."

"그럴 일은 없어. 자존심이 세서."

"그런가....."


예외라면, 내가 자존심을 버릴정도로 좋아한다는 경우랄까.

하지만 그럴 일은 일어나지 않으리라 확신한다.

사람과 뱀파이어 사이는, 절대로 좋아질 수 없다.


"자, 이건 소원이 아닌데. '아군'으로서 내 편 좀 들어주라."


'아군'이란 소원 하나로 무한개를 빌 수 있다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나에게 아군은 그저 나를 도와주는 이. 내 편.

시작은 나고 끝은 나다. 아군은 그저 거드는 것 뿐.


"하인혁, 그 뱀파이어를, 죽이고 싶어."


이렇게하면, 널 잊을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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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화 신고 2015-09-24 20:46 | 조회 : 1,411 목록
작가의 말
히나렌

오랫동안 못 와서 죄송합니다ㅜㅜ 오늘 세 편 투척하고 갈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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