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4. <채혁시점>

집으로 돌아와도 그 자그마한 모습이 계속 생각이 났다.

"아아, 바로 나가서 붙잡을 걸."

이렇게 계속 생각난 사람은 처음이다.
항상 한 번 하고 나서는 미련 없이 보내는데 이상하게 계속 아른거린다.

며칠이 지나도 계속 생각나는 모습에 그의 냄새가 잔뜩 나는 목도리를 끌어안았다.
출근하고도 작은 연상의 생각으로 일할 의욕이 나지 않아 빈둥거렸다.

"사장님 오늘 점심에 미팅 있으십니다."

비서가 문을 열고 들어와 귀찮은 일을 알려준다.

"세상에서 제일 귀찮은 게 미팅 나가는 거야."
"가셔야 합니다."

누가 아버지 사람 아니랄까봐 실실 웃으며 말하는 게 마음에 안 든다.

"몇 시라고?"
"11시입니다."

나는 시간에 맞춰 약속장소로 향했다.
문을 열고 먼저 와있는 사람들에게 형식적인 인사를 하고는 고개를 들자.
낯익은 얼굴을 맞이했다.
그다. 한 번에 알아봤다.
기쁨에 입꼬리를 잔뜩 올려 미소 지었다.

"아..전 마케팅부의 한유성입니다."

어쩜 얼굴만 예쁜게 아니라 이름도 예쁘다.

"마케팅부에서 오시다니 희한하네요."
"아. 네..일정 때문에 제가 오게 되었습니다."

나와 눈을 마주치지 않으려 눈을 잔뜩 내려 깔고는 힐끔힐끔 올려다본다.
오늘 일정을 잡아 준 비서에게서 후광이 비치는 듯 했다.

빠르게 미팅을 끝내고 자리에서 일어섰다.

"시간도 시간인데, 다들 안 바쁘시면 점심같이 하시겠습니까?"
"아..저는 바로 복귀해야 해서, 선배는 바로 퇴근이지."
"아...저기...나..나는.."

당황해 하는 게 한눈에 보인다.

"괜찮으시다면 두 분이서 드세요."
"저야 괜찮지만 지한씨도 함께하면 좋았을 텐데 어쩔 수 없죠."
"그럼 전 이만 들어가 보겠습니다. 점심 맛있게 하세요."

어쩜 일이 이렇게 잘 풀리는지 유성과 함께 온 동료는 인사를 꾸벅하더니 돌아갔다.

"우리 도토리님은 뭐 좋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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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화 신고 2017-11-23 23:20 | 조회 : 4,842 목록
작가의 말
반하나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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