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 그들과 이별하는 방법은 없었다 feat. 리테르비

루카르엠은 싱긋 웃으며 화제를 돌렸다. 그는 이제 알에 관하여 의문을 드러내며, 내게 설명을 요구했고 공작들의 호기심을 충족시켜줄때까지 나는 쉴새없이 입을 움직여야 했다. 내 사랑스러운 아이, 금빛 알에 관하여.

가장 격분했던 데르온과 데자크였던 만큼, 그들의 질문량은 압도적으로 많았다. 마침내 나조차도 모를, 아이를 가지게 된 계기가 나오자 그제서야 루카르엠은 상황을 종료시키며, 사적인 질문은 삼가라 일렀다. 사실, 나조차도 어찌 되었는가 궁금했기에 대충 넘어가고팠던 걸지도 모른다. 수긍한 공작들을 곧 응접실로 모셔, 차를 대접하고서 소소한 담화를 나눈다.



"이정도 살았으면 알 텐데, 리테르비. 알은 카르텐에서 수거한다. 공작이 법도를 어기다니, 말이 되는 일인가?"



데자크가 본론을 꺼내자 분위기는 싸해졌다. 소름이 돋는 감각에 나도 몰래 움츠러들고 말았다. 그래, 그의 말이 사실이다. 모든 마족 여성들은 스스로가 낳은 아이를 전부 카르텐으로 보내야 한다는 규율을 지켜야만 했다. 그리고 나는 모범을 보여야 할 공작 주제에, 한낱 감정 따위에 알을 넘기지 않고 있었다.



"... 미안해요. 나는, 이 아이를 직접 키워낼 생각이야."



조곤조곤 속삭이듯 대답하자 데자크의 붉은 눈이 번뜩였다. 그는 어이없다는 시선을 보내며 내 품에 안긴 알을 노려본다. 대화하는 이 순간조차도 나는 아이에게 마력을 주입하는 중이었고, 그는 그것조차 꿰뚫어보는 듯 혀를 차며 차를 홀짝였다.



"적당히 해라. 그러다 죽는 수가 있으니까."


"... 아이가?"


"네가"



사뭇 진지한 표정으로 걱정스레 아이를 내려다보았더니 데자크는 한심하다는 듯 덧붙였다. 그제서야 안도하니 이상하고 묘한 기분이 들었다. 루카르엠의 빤한 시선이다. 이전에도 이런 적이 있었는데. 가금씩 생각하는 거지만, 그는 마족같지 않았다. 훨씬 더 깊고 어두운 존재, 그 본래의 근원같은 듯하다. 데자크 역시 이런 기분을 느끼기에 루카르엠을 추앙하는 걸까.



"모성애가 있어요? 신기하군요."



루카르엠의 질문에 당혹스러웠던 것은 내 쪽이었다. 그러고 보니 그랬었지. 일반 마족 여성들은 모성애 따위를 갖지 않았다. 그들은 푸념하며 내게 다가와 번식기를 저주하는 말들을 쏟아냈고, 나는 번번히 그녀들을 이해할 수 없는 눈으로 바라봤다. 나라면 다정히 쓰다듬어줄텐데, 나였다면 내 모든것을 다 바쳐 사랑해줄텐데. 늘 바라왔었다. 그것이 내 손아귀에 실제로 잡힐 줄은 꿈에도 몰랐지만.

사랑스럽다.
늘 보며 생각하는 거였지만, 이 작은 움직임 하나하나, 따듯한 표면과 매끄러운 껍질의 감촉이 적절히 어우러져 참 포근하다고 여겼다. 아주 작은 것들이 전부 아름다워보였고, 이 충만한 기대감은 하루하루가 갈수록 커져만 갔다. 마침내 나 스스로를 죽일 수 있을 정도로.

그래서 나는, 알을 내팽게치는 여성 마족들을 진정으로 이해할 수 없었다. 그리고 그들 역시, 나를 이해하지 못했다.

그럴때마다 생기는 묘한 벽이 있었다. 정상적임과 거리가 먼 나를 배척하는 듯한 긴장감과 분위기 속에서, 나는 숨이 막혀 헐떡이기 일쑤였다. 정상적이지 못하다는 것의 기준은, 누가 세우는 거지? 이런 것이 정상적이지 못한 것이라면, 이 세상에 사랑같은 게 과연 존재할까? 조금은 인간다운 것이 뭐가 나쁘다고. 쓴 웃음이 절로 지어진다.



"이렇게나 사랑스러워요. 나는, 끝까지 이 아이를 지켜주고 싶어."



입술을 꾹 깨물었다. 배척받을 각오를 다지고 용기를 몇 스푼 담아 내뱉은 말이었다. 다정한 목소리로 알을 쓰다듬으며 중얼거리자, 역시나. 왠지 모를 위화감이 내 몸을 감쌌다. 묘한 시선. 그들 역시 나를, 이상하게 바라보는구나. 슬프고 씁쓸한 감정과 모든 정을 갈무리하며, 마침내 체념하고 그들과의 이별을 염두에 두고 있던 참이었다.



" 아, 네. 그렇군요. 신기합니다만. 모성애 가진 마족이 극히 드문 일이라. 네, 그럼 키워보라 하세요, 데자크. 저도 궁금하군요. 어미의 사랑을 받은 마족이 크는 과정을 보고 싶습니다."


"흐응, 저도 개인적으로는 동감입니다아-."



데르온을 시작으로, 루카르엠까지 동조한다. 조금 놀란 심정으로 그들을 또렷히 뜬 눈으로 바라보았더니, 나를 향한 따듯한 미소. 명백한 신뢰. 그 모든것이, 나를 이세계에 존재하게 하는 것마냥 끌어안고 있었다. 당황스러웠다. 그들의 반응이, 이해하는 듯한 포용력이. 마족답지 않은 이 평온함이, 모든 것이 낯설었다. 사랑받고 있구나. 아이야, 내가 너에게 바치는 사랑만큼이나, 나 역시도 사랑받고 있구나. 목구멍에서 뜨거운 무언가 빠져나올 듯 넘실거렸다.

어떻게 떠나요, 당신들을.

어떻게 이별하라는 거예요, 당신들과.


이렇게나 따스한데.


뜨겁게 용솟음치는 마음속의 한 구석이, 토해내듯 신음을 내뱉게 했다.

아, 나는...



"고마워요."



눈시울이 붉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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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화 신고 2017-10-02 23:03 | 조회 : 1,626 목록
작가의 말
씨시 매그놀리아

음. 다장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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