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화

세리나는 어디에 간거지?


"얘 가만보면 참 예쁘게 생겼단 말이지."


그들 중 하나가 내 턱을 매만졌다. 그와 눈이 마주치는 게 무서워 나는 눈을 꼭 감았다. 그러자 비웃는 소리가 들렸다.


"무서워?"


나는 고개를 내저었다. 그러자 다른 이가 다가왔다.


"우리가 안무섭다고? 되게 만만하게 보이나보네-"
"아, 아니.."


변명을 해야했다.




*




"그만, 됬어요. 유진."
"어..? 아, 아직 더 남았는데.."


리타드가 나를 껴안았다. 그리곤 내게 말했다.


".... 당신 많이 아프잖아요. 말하는게 많이 아파보여요."
"......"
"아프면 말하지 마요. 안그래도 되."
"... 응.."


리타드는 내 머리를 쓰다듬고, 내 등을 토닥였다. 나도 그를 안았다. 알렉스보다는 말랐다고 생각했는데, 생각보다 몸이 좋았다. 나도 그를 따라 그의 등을 토닥였다. 그러자 리타드가 웃으면서 물었다.


"뭐야, 위로해주는 거에요?"
"어?"
"위로받아야 할 사람이 위로해주는 거잖아요."


리타드는 다시 내 눈에 자신의 시선을 맞추었다. 얼굴이 붉어졌지만, 난 그의 눈을 피하지 않았다. 리타드는 내 볼에 입을 맞추며 말했다.


"고마워요."
"뭐가.?"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준거."
".. 아직 다 들려준 것도 아닌데."
"그래도, 당신이 내게 마음을 열어줬다는 거잖아요. 기뻐."


리타드가 내 이마, 볼, 코, 그리고 눈에 차근차근 입을 맞추며 말했다. 그리곤 뭔가에 홀린 듯 나를 보았다. 나도 그를 바라보았다. 저녁노을이 사라진 건 꽤 되었다. 밤이 되어, 야경의 빛이 창문으로 들어와 이곳을 비춰주었다. 리타드가 내게 다가왔다. 나는 그를 거부하지 않았다. 리타드의 손이 내 허리를 쓸고, 가슴을 지나쳐 배를 쓰다듬은 후, 아래로 내려갔다.


"괜찮아요."
"... 응..."


크게 움찔거리자 그가 다정하게 말해주었다. 리타드는 내게 입을 맞추며 내가 입고 있던 옷을 점점 벗겼다. 온몸에 새겨진 문신이 그의 눈동자 너머로 보였다. 수치스러웠다. 리타드는 내 얼굴에 새겨진 문신에 입을 맞추며 말했다.


"이거 보기 안좋아."


리타드는 내 목에 있는 문신에 입을 가져다 댔다. 알렉스와는 다르게 그는 나를 물지도, 아프게 만들지도 안았다. 약간의 가려움에 조금 웃었다.


"우리 나중에 이거 없애요."
".. 그래, 그러자."


과연 그게 가능한 날이 올까. 나는 리타드의 목에 팔을 감았다. 그리고는 처음으로 내가 먼저 입을 맞추었다. 리타드는 마주보고 앉아있던 내 머리를 한손으로 감싸 그대로 누이면서 입을 계속 맞추었다. 마치 입을 마추지 못해 죽을뻔 했던 것 처럼, 우리는 허덕이며 서로를 탐했다. 리타드의 손이 내 안으로 들어왔다. 내 몸은 낯선이의 입장에 그다지 반가워하지 않는 것 같았다.


"... 유진, 지금 싫다고 하면-"
"계속해줘."


그의 이마에 입을 맞추었다.


"부탁이야."


리태드는 대답 대신 현란한 손놀림을 보였다. 나는 그의 머리를 감싸쥐고 내 안에서 움직이는 그의 것을 느껴보았다. 알렉스와 할 때엔 생각치도 못했던 것들이었다. 나는 달뜬 소리를 냈고, 리타드는 그르릉 거리며 내 쇄골 언저리를 계속 빨았다. 그의 손이 내 안에서 나가고, 나는 그가 내 얼굴을 보지 못하게 그를 꽉 끌어안았다.


"아, 아아.."


아픔의 신음이 아닌 탄성의 신음을 내뱉았다. 누군가의 침입이 아닌 스스로 받아들인거야. 나는 두 팔로도 부족해 두 다리마저 그를 안았다. 리타드 역시 나를 안고는 나를 자신의 위에 앉혔다. 더 깊게 들어오는 것에 나는 충분히 만족스러운 쾌감을 느꼈다.


"아아, 유진. 정말 좋아요. 진짜 좋아."
"리타드.. 하읏, 아.."


두 마리의 늑대가 교배하듯, 우리는 발정이라도 난 마냥 미친듯이 서로를 찾아댔다. 절정의 쾌감은 나를 정신차리지 못하게 했고, 그 어떤 마약보다도 짜릿한 경험이었다. 그의 허리놀림 하나하나에 나는 반응을 했고, 그의 모든 손길 하나하나에 나는 느꼈다.


"하아, 유진. 너무 예쁘잖아. 아무한테도 그거 보여주지 마요."
"응. 읏, 흐읏.. 아무도 본, 적, 앗, 없어.. 하하."
"아, 웃는다. 진짜 예뻐."


리타드가 또다시 내 입술을 탐했다. 아니, 그건 나도 마찬가지였다. 마치 이 세상엔 오로지 나와 그만이 존재하는 것 처럼, 우리는 미친듯이 해 댔다. 이 공간은 우리의 열기와 채취로 가득했다. 이 경험은 그야말로 인간이 느낄 수 있는 최고의, 최상의 경험이자 자극이었다.

한창 끝난 후, 아침이 찾아왔다. 꽤 오랜시간을 했다. 지쳐서 쓰러진 나는 내 머리를 자신의 팔로 받쳐주고 있는 리타드를 보았다. 그는 내 새하얀 머리를 만지고 있었다. 나는 천천히 입을 열었다.


"... 넌 내가 왜 좋은거야?"
"음, 처음 봤을때 반했다고 했잖아요."
"그러니까, 왜? 난.. 이렇게 몸에 문신도 하고.. 능력도 없고.. 힘도 없고.. 머리도..-"
"유진. 그만해요."


리타드의 손이 내 뺨을 쓰다듬었다. 나는 그를 쳐다보았다.


"그냥 당신이니까. 처음 봤을 때, 당신은 쓰러져 있었죠."
"맞아."
"그 땐 정말 천사가 내려와 잠시 쉬고 있는 것 같았어요."
"뭐어?"


말도 안되는 대답에 나는 웃었다.


"하하, 그게 뭐야. 거짓말도 정도껏 해."
"어어? 진짠데. 정말이에요, 유진."
"푸흐흐, 나 웃기려고 한거야? 그럼 성공했네. 하하."
"아, 아니라니까. 진짜에요, 유진. 나 믿어요."


그의 표정에 나는 웃음을 멈추고 미소를 지었다. 그리고는 그를 끌어안았다. 리타드는 아무말 없이 내게 안겨주었다. 나는 그의 귀에 대고 속삭이듯 말했다.


"고마워."
"......"
"이런건 처음이야. 이때까지 한 건.. 알렉스 뿐이라서... 너무 좋았어."
"......"
"날 위해줘서 고마워. 날 좋아해줘서 고마워."
"...... 유진."


리타드의 손이 나를 안았다. 그도 내게 속삭였다.


"유진은요? 날 좋아해?"
"응. 좋아."
"... 난 유진을 사랑해요."
"알아."
"유진은요?"
"......"
"어때요..?"
"... 널 볼 때, 가슴이 간질거리고 심장이 두근거리는게, 이게 사랑이라면.. 난 너를 사랑해."


최초의 고백. 그것은 내가 낸 용기였다. 두려움따위는 없었다. 리타드는 날 사랑해주니까. 거절당하지 않을 것이다. 난 리타드와 함께 아침을 먹고, 그의 집으로 갔다. 알렉스와, 우리집에서 좀 떨어진 곳이었다. 의사라는 직업에 화려한 집을 가지고 있을 줄 알았는데, 생각보다 소박한 집이었다. 하지만 그렇기에 내게 안정감을 주었다.

그의 집에서 며칠을 지냈는지 모르겠다. 우리는 종종 키스를 하고, 서로를 끌어안았다. 함께 몸을 씻기도 했고, 틈만나면 발정난 것 처럼 우리는 섹스를 했다. 그러고보니 알렉스와도 이런 경험이 있었다.

이렇게, 몸에 옷하나 걸치지 않고 먹고 자고 섹스밖에 하지 않았던 적이 있었다. 하지만 그 때완 달랐다. 나는 그를 안았고, 그에게 입을 맞추고, 내가 먼저 다가가고, 나는 웃었다. 그건 리타드역시 마찬가지였다.

리타드는 늘 내게 예쁘다, 아름답다, 귀엽다 - 라는 말을 속삭였다. 얼굴이 화끈거리고 부끄러웠지만, 나쁘지는 않았다.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그는 무엇이든지 해 주려고 했고, 내가 뭔가를 하기라도 하면 그는 감동받은 듯 기뻐했다.

알렉스와는 달랐다.

그렇게 시간이 흘렀다. 이젠 날짜감각이 없을 정도로. 지쳐 잠들다 일어났을 때, 나는 작은 담요를 몸에 덮고 있었고, 리타드는 부엌에서 음식을 만들고 있었다. 때마침 전화가 왔다.


"유진, 좀 받아줄래요? 병원에서 왔을거야."
"응."


수화기를 들었다. 어쩐지 긴장이 되었다.


"여보세요."
[... 오랜만이야.]


알렉스의 목소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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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화 신고 2017-09-16 23:55 | 조회 : 2,756 목록
작가의 말
류화령

과거편 끝~!! // 이제 알렉스는 무엇을 할 것인가..!!! (두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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