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집 보다는 조금, 혹은 많이 여유로운 집에서 태어난 나는 그 여유로움을 이어나가기 위해서 대단해 져야 했다. 지금보다는 훨씬 더 커져야 했다.
공부를했다.
학교에서든 길에서든 집에서든 쉬지않고.
힘들다는 생각은 안해봤다. 처음부터 이런생활이 나에겐 평범한 일이었으니까.
집안사람들이 정해준, 정해놓은 '대학'이라는 큰 문을 향해 달려야만했다.
쉬지않고
중간중간 '문을 통과하면, 그 문에 들어가면 어떻게 되지? 그 다음은 문뒤의 다음은?' 이런생각에 잠시 빠져있기도 했었다. 하지만 그럴때마다 집안사람들은 내 몸에 파랗게 빨갛게 색을 입혀왔고 그 뒤로 난 그런생각은 하지않게 되었다.
다른생각을 하게 됐다.
'그 뒤에도 정해주겠지'
점점 큰 문은 내앞으로 다가왔고 아니, 내가 다가갔고 결국 문턱 앞까지 서게된 나는 망설임없이 자석에 끌려가듯 문턱을 넘었다.
다 넘은 줄 알았다.
주위를 살피지 않아서 그랬나, 옷에 삐져나와있던 실밥이 문턱에 걸렸었나보다.
"시현아 잘 들어라 넌 이제부터 돈을 벌어와라"
"돈을 벌어와라"
"그래 돈 돈이야 훔쳐오든 뺏어오든 돈을 벌어와라"
집안사람들의 모습이 이상했다 항상 이상했지만 이번엔 한번도 본적 없는 얼굴들로 나에게 말을 건다.
"네 알겠어요"
"돈을 벌어와라"
"네 아버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