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이불 밖은 위험해(3)

뭐가 뭔지 1도 모르겠다.
긴장해서 몸은 딱딱하게 굳고 손에서는 땀이 났다.
그래, 난 지금 내 반년치 알밧값을 입고있다.

“너무 긴장하지 마. 겨우 옷 광고잖아?“
감독님이 말했다.
겨우? 겨어우우??

나는 지금 짙은 군청빛 순도100% 면바지에 밑단을 살짝 접어올리고 팔꿈치까지 오는 검은 스프라이트 줄무늬 반팔 셔츠에 회색빛 하늘하늘한 스카프를 걸친 듯 마는 듯했다.
유행하는 나잌기 흰 바탕에 초록색 무늬가 들어간 운동화를 신고 손목에는 세련된 검은 팔찌와 흰 손목밴드를 찼다.

어림잡아도 몇 십만원 돈을 내가 걸치고 있단말입니다.

“일단, 포즈 좀 잡아볼래?“
나는 순간 필사적으로 머리를 굴려서 생각해야 했다.
....나는 아무 생각이 없었다.

나는 마른세수를 하며 앞머리를 뒤로 넘겼다.
아...피곤해.

“찰칵.“
엥? 뭐죠??
“바로 그거야. 계속해봐.“

뭔소리를 하는 거지.
나 아무것도 안 했는데요? 뭘 어쩌라는 거야?

나는 당황해서 머리를 긁적였다.
찰칵. 하는 소리가 들리면서 칭찬을 받았다.

“오, 좋아. 표정이 참신해.“

뭐야. 고작 이거야?
난 뭐 대단한 건 줄 알았잖아. 나 왜 고민함?

나는 하도 어이없어서 고개를 돌려 실소를 짓다가 카메라를 보았다.
찰칵. 소리가 또다시 나오고 칭찬이 들렸다.

나는 점점 칭찬에 힘입어 여러 포즈를 취했다.
약간 짝다리를 하거나 벽에 기대며 손을 바지바지주머니에 넣거나 시선을 다른 쪽으로 주면서.

정말 나만의 세계에 푹 빠져서 시간 가는 줄 모르다가 문득 시우 형과 눈이 마주쳤다.

약간 자랑스러운 듯, 내가 찍힌 사진들을 돌아보며 웃음한번 보기 힘든 그 얼굴에 자연스레 입꼬리가 올라가있는 시우 형의 얼굴을 보았다.
밖에서는 차갑고 잘 안 웃더니 처음으로 맨정신으로 그 미소를 보자니 가슴 한 쪽이 근질거려서 못 참겠다.
다른 사람들 몰래 미소를 짓는 모습에 귀엽기도 하고 아무도 그 미소를 보지 않았으면했다.

나는 부끄럽고 왠지 기분이 좋아져서 얼굴이 붉어지는 느낌을 받아 입술을 지그시 물고 아쩔 줄 몰라했다.
처음 겪어보는 감정에 정말 오랜만에 활짝 웃어버렸다. 몇년동안은 살짝 미소 짓던 것 밖에 모르던 나였다.
날 웃게 만들다니...시우 형 너무한거 아냐?ㅋ

“찰칵.“
셔터소리와 함께 잠깐의 정적이 맴돌았다.

응?
뭐예요??

스태프 전원 모두가 말을 아끼고 날 쳐다보았다. 왜요? 얼굴에 뭐 묻었나요??




****
잠깐이었다.
정말 잠깐.

계속 보지 않으면 언제 그런 표정을 지었는지 모를 정도로 그 미소는 지나갔다.
하지만 그 자리에 있던 모두는 그 미소를 보았다.
줄곧 가짜웃음이나 만들어 짓던 아이가 이렇게 웃을 수 있다니 얼마나 놀랐는지.

검은 머리에 조명 탓인지 그날따라 하얘보이는 피부에 붉은 입술을 귀엽게 깨물면서 얼굴이 파르르 붉어지는 모습.
갑자기 마음 한 구석이 철렁하고 흔들렸다.
뭐야, 그런 표정 짓지마. 그건 아니잖아.
너무....내게는 자극적이었다.

하지만 그 뒤로 자연스레 입꼬리가 올라가며 난생처음보는 웃음을 지으며 순수하게 웃는 그 표정을 보고, 얼굴이 화끈거리며 타오르는 게 느껴졌다.

뭐야, 너? 왜 웃는거야. 웃지마.
나 왜이러지? 갑자기 심장박동이 빨라졌다.

그 엄청난 표정은 무의식적으로 카메라에 담겼고, 주위를 고요한 정적에 빠뜨렸다.

아, 널 여기에 데려오는게 아니였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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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화 신고 2017-09-25 19:09 | 조회 : 2,499 목록
작가의 말
tkriruy

#으어어#공부실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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