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화 - 옛 친구




“뭐어어?!?!!! 그게 정말이야? 진짜? 누구야? 잘 생겼어? 키는 커? 성격은 어때? 양반이셔? 너한테 마음 있대? 또 온다고 했어?


왜 옥희 누나 대신에 네가 나간 거래?”





봇물 쏟아지듯 한꺼번에 쏟아져 나오는 담호의 질문에 요원은 대답은커녕 정신도 차릴 수 없었다.












2017. 08. 21
Written by. 예성









“…. 미남이시고 키는 크셔.”




“얼만큼? 나보다도 커?”




“너랑 나랑 별로 키 차이 안 나잖아.”




“그래도 내가 이 기방 기생들 중에는 제일 키 큰데… 엄마랑은 똑같지만…”




“어휴……….. 뭐?!?!! 담화각 안에 어머니가 계시다고?!!?!”




“응! 우리 엄마 행주님이셔.”




“헐…..”




“여태 몰랐어? 아, 맞다. 너 우리 엄마가 맘에 들어 하나 봐. 보통은 이 방, 나 혼자 쓰라고 다른 누나나 애들, 잘 안 들여보내시거든. 어쨌든! 키가 얼마나 큰데?”




“내 위로 머리 하나 정도는 더 있으신 것 같아…. 그나저나 행주님이 네 어머니셨다니….. 행주님은 아름다우시고 차분하신데…..”




“난 안 그렇다는 거야?!”




“농담, 농담. 이렇게 보니까 너 행주님 정말 많이 닮았다.”




“흥! 거짓말. 모자지간 인지도 몰랐으면서.”




“그건 들은 얘기가 없어서 그런 거였고. 아무튼, 도휘님에 대해서는 더 안 물어봐?”




“아, 맞아 맞아. 저 노리개도 그분이 주신거지?”





요원이 얼굴을 약간 붉히고는 고개를 끄덕였다.





“어머, 얘 부끄럼 타는 것 좀 봐라~ 얘기 좀 더 해봐!!”





그렇게 둘은 밤새 두런두런 이야기를 나누었다.





***





첫손님을 받은 이후로 요원은 꽤 바빠졌다. 담화각의 유명인사가 된 것이다.




손님도 꽤 늘어서 이제 담호만큼 자주 나갔다.



물론 지명 중 절반은 도휘가 하는 것이었다.





“도휘님 매일 부르시는 건 좀….”




“응?”




“부담스럽지 않으십니까?”




“아니. 내가 내 애인 만나려고 돈 쓰는 게 뭐가 어때서.”




“!!!!”




부끄러운 말을 아무렇지도 않게 하는 도휘 때문에 요원을 얼굴을 다시 붉힐 수 밖에 없었다.




“가, 감사합니다….”




도휘는 얼굴이 빨개져서 눈도 못 마주치는 요원이 너무나 사랑스러워 보였다.



쪽-



도휘의 입술이 요원의 이마에 닿았다.




“!!!!!”




“아, 놀랐다면 미안. 너무 예뻐서.”




자신을 빤히 보는 요원에게 도휘가 한 말은 그게 전부였다. 요원의 얼굴은 불에 탄 듯 빨갰다.





둘은 남들이 보란 듯이 콩을 키워갔다. 혼인을 기약하고 연애하는 연인들처럼 서로를 배려하고 아껴주며 위해주었다. 모두 그 모습이 기특했는지 보통이면 반대했을 만남을 오히려 응원해 주었다.




그러던 중 뜨거운 여름, 유난히 무더운 여름 날, 한 남자가 담화각의 문을 두드렸다.






***






본채의 접견실에는 그 남자와 행주, 단 두 사람뿐이었다. 말이 오가지 않은 지 한참. 공기를 무겁게 만들던 정적은 남자의 목소리로 끝을 맺었다.





“정말 대답 안 하시렵니까?”




“……”




“다 듣고 왔습니다. 강희 마님의 얼자인 박요원, 이곳에 있다는 사실 다 듣고 왔단 말입니다.. 이래도 잡아 떼실겁니까?!”




“……..”




“오랜 친구입니다. 정선우라고 하면 알 겁니다. 행주, 한번만 만나게 해주세요.”




“……”




“….. 끝까지 말씀을 안 해주시는군요. 좋습니다. 기생 요원 지명하겠습니다.”





행주는 끝까지 입을 열지 않았고 결국 지명을 한 남자 덕에 치장을 한 요원이 모습을 드러냈다.





“정…. 선우?”




“요원아, 보고 싶었어.”




털썩




요원이 다리에 힘이 풀린 듯 주저 앉았다. 두 눈동자는 선우를 응시한 채 가늘게 떨리고 있었다.





“요원아 괜찮,”




“보지마!! 보지마…. 눈 감아.”





요원의 갑작스러운 부르짖음에 선우는 의아해 했지만 곧바로 시키는 대로 눈을 감았다.





비참했다. 어느 것보다도 더.

어릴 적부터 함께 해온 죽마고우에게 기생인 자신의 모습을 보인 요원의 심정은 어떠한 형용사로도 표현되지 않았다.





눈을 감으라는 소리를 끝으로 한참 말이 없자 선우는 답답해 눈을 떴다. 그의 눈에 들어온 것은 오랜 친구의 눈물, 일그러진 얼굴과 그 얼굴을 감싸려는 두 개의 작은 손이었다.






아름답다고 생각했다. 곱디 고운 비단 저고리를 입고 분칠을 한 제 친구가 아름답다고, 눈에 담고 싶다고만 생각했다. 그런데 어여쁜 친구의 눈물을 본 순간 그는 자신의 생각이 잘못되었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저 오랜만에 보고 싶은 것뿐이었는데, 자신의 친구에게 이번 만남이 의미하는 것은 그것이 아니었나 보다.





“미안. 미안해 요원아. 나는 그냥,”


네가 너무 보고 싶은 것뿐이었어.





그 한마디가 방아쇠였던 것이었을까.
소리 없이 떨어지던 눈물방울에 흐느낌이 덧대어졌다.




힘들었다고. 괴로웠다고. 외로웠다고.

나도 보고 싶었다고,




말의 형태로 나오지 못한 소리가 울부짖음이 되어 선우의 머릿속에 박혔다. 그의 울음 속의 말을 모두 알아들은 것인지. 선우는 화장이 번지도록 울고 있는 오랜 친구를 안아주었다.


그가 울음을 그칠 때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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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화 신고 2017-10-06 23:40 | 조회 : 2,294 목록
작가의 말
안예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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