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기처럼

"페하,저희 밥어디서 먹어요?"

민재는 주스한잔을 다 비우더니 어미를 따라 다니는 새끼 강아지 마냥 진우를 쫄레쫄레 따 라다녔다.

"밥은 백호가 여기로 가져다줄꺼야."

진우는 민재를 힐끗 쳐다보고는 테이블 위에 놓인 서류를 들여다보았다.

민재에게 문신을 세기라는 내용의 서류들이 대부분이었다.

진우는 신경질적으로 서류를 구겨 바닦에 아 무렇게나 집어던졌다. 민재가 살짝 움찔하는 걸 보고 표정을 살짝 풀었다.

궁에있는 노예들은 거의다 문신을 가지고 있 었다. 주인의 따라 성별에 따라 달라지긴 하 지만 왕을 가까이서 모실수록 필수적으로 문 신을 새겼다.

평소같으면 승호나 유진을 시켜 새기라고 하 겠지만 민재의 몸에는 상처를 내고 싶지않았 다.

아무생각없이 고갤 들어 민재의 얼굴을 쳐다 봤다.

풋,진우는 웃음이 터지고 말았다. 민재는 자 신의 눈치를 보고있으면서도 불만인듯 입을 삐죽이는 모습이 아기같았다.

웃으면서 민재앞으로 다가가 손가락으로 입 술을 꾹- 눌러주었다.

"왜그래,밖에 나가고 싶어?"
".....네."

진우는 쭈뼛거리는 민재의 머리를 흐트려 놓 고는 장난스런 미소를 머금었다.

"밖에 나가면 나랑 같이 안다니고 뒤에서 따 라다녀야 하는데."
"......"
"그래도 괞찬아?"

다른 사람같으면 거짓말 하지말라고 타박 하 겠지만 민재는 세상 물정을 모르기때문에 의 심 없이 진우의 거짓말에 속아 넘어가버렸다.

민재는 대답은 하지않고 심각한 표정으로 고 개만 살짝 끄덕였다.

역시,걸려 들었네.

꽤나 진지하게 고민하고있는 민재의 볼을 양쪽으로 잡아 늘렸다.

"뭘 그렇게 심각하게 듣고있어 거짓말인데 당연히 내옆에 붙어다녀야지."
"진짜...그럼 다 거짓말이예요?"
"응,근데 승호랑 백호가 같이다녀."

승호.....

승호와 민재의? 첫만남은 한마디로 최악이 었다.

둘의 만남의 시작은 민재가 궁으로 끌려오기 3시간 전이었다.

*

"누나-. 목련이누나."

민재는 평범한 옷차림을 하고 기생촌을 헤집고 다녔다.

아직 낮이라서 그런지 사람이 별로 없는 기생촌은 여인들이 모여 소담을 나누기 좋은 곳이었다.

민재는 큰소리를 내며 목련을 찾았고, 얼마가지 않아 포기 하고 서향을 찾아갔다.

"누나아아아아..."
"왜그러니?민재야."

민재는 서향의 무릎팍에 누워 울상을 한채로 투덜거렸다.

"목련이 누나가 자꾸 내 물건숨겨."
"그거 때문에 목련이를 계속 찾았구나."

서향은 다정하게 앞머리를 쓸어주었다.

따뜻한 햇살,포근한 손길에 민재는 살며시 잠에들었다.

의식이 완전히 날아가기전 낮은 설향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나중에 자고 일어나면 다 같이 밥먹자."

민재는 그말끝으로 까무룩 잠이 들었다.새근 거리는 고른 숨 소리가 들려오고 설향은 살며시 민재의 머리에 배개를 넣어주고 방 밖으로 나왔다.

하지만. 민재는 얼마지나지 않아 잠에서 강제로 깨어났다.

눈을 떠보니 밖에서는 울음소리와 둔탁한 소리가 나고 있었다.

민재는 자신의 앞에 있는 남자를 채 신경쓰지 못하고 침대에서 벌떡 일어나 문을해 뛰었다.
아니, 뛰어갈려고 했다. 민재가 일어나자 앞에 있던 승호는 민재의 팔을 낙아채 끈으로
묶어 버렸다.

"당신 뭐야!! 이거 풀어!!!"

승호는 아무대답 없이 미간을 찡그리더니 손을 들어 민재의 뺨을 때렸다.

민재는 갑자기 자신을 친 손바닥 때문에 소리도 한 번 내지못하고 바닥으로 떨어졌다.

승호는 조용해진 민재를 강제로 일으켜 세워 밖으로 끌고 나갔다.

밖의 풍경을 본 민재는 입을 다물지 못했다.

목련은 크게 다친듯 다른 누나들에게 부축을 받아 나가고 있었고 설향은 바닦에 다른 남자들의 의해 제압당해 있었다.

"누나!!!! 이거 놔!!!!!"

민재는 승호에게서 벗어나려고 안간힘을 썻지만 승호는 무자비한 힘으로 민재의 배를 때려 더욱 고통스럽게 만들었다.

장이 뒤틀리는 느낌에 민재는 비틀거렸고 서향은 더욱 울부짖었다.

민재는 어떻게든 힘을 내보려 했지만 복부에서 느껴지는 통증때문에 아무런 행동도 하지못했다.

민재는 그저 설향을 보고 환한 미소를 지을수 밖에 없었다.

다시 돌아오겠다고. 그때까지 조금만 기다려 달라고.

민재는 건물 밖으로 끌려나와 마차에 던져졌다.

승호는 태연하게 뒤따라 타곤 '출발!' 이라고 외쳤다.

민재는 간신히 상체를 세워 승호를 바라 보았다.

"날 어디로 데려가는거예요."

민재는 한층 차분해진 목소리로 물었다.

"왜 나를 데려가죠?"
"저기요. 사람이 말을 하면,"

승호는 발로 민재를 걷어 찼다.

"컥!"
"아까부터 진짜 시끄럽네 그만 떽떽거려."

승호는 몇번더 민재를 발로 차더니 속이 후련한지 마지막으로 한번 더차고 자리앉 앉았다.

민재는 맞는 도중 기절했다.

*

그후로는 기억이 뚜렸하지 않았다.

아직 얼굴을 마주보기는 두려움이 크지만...

"왜그래?"
"아무것도 아니예요."

지금은 페하도 있으니까.

그러고 보니 누나들은 괜찮을까...보고싶다.

민재는 다시 진우를 붙들고 재잘거렸다.

아까와달리 밝은 목소리로 떠드는 민재 의 모습에 진우의 기분도 덩달아 기분이 좋아져 환하게 웃으며 이야길 들어주었다

둘이? 이야기를 나누는 동안 유진이 식사를 가 지고 들어왔다

유진이 완전히 밖으로 나가는것 을 확인한 민재는 쪼르르 음식이 차려진 식탁 의자로 진우를 끌고가 자신의 옆에 앉였다.

"빨리 밥먹고 나가요!"
"그래.그래."

어린아이 처럼 신나하는 모습에 진우가 웃으며 머리를 두어번 쓰다듬어 주었다.

얼굴이 새빨개진 민재가 고개를 푹- 숙이고 는 허겁지겁 입에 밥을 밀어 넣었다.

밥이 맛있어서인지? 배가고파서인지 민재는 자기 앞에 놓인 그릇을 금세 비웠다.

진우는 민재의 입근처에 묻은 것을 닦아 주었 다.

"애 같이 뭘 이렇게 뭍이고 먹어."

민재는 괜히 부끄러운 마음에 벌떡 일어서서 진우의 팔을 잡아 당기며 설레발을 쳤다.

"그전에."

진우는 탁자위에 올려진 작은 크로스백을 민재의 몸에 걸어주었다.

민재는 궁금해 하며 가방을 열었다. 가방 안에는 색색깔의 과자와 사탕이 들어 있 었다.

"이제 나가자."
"네!"

민재가 빨리 나가려고 먼저 다가가 문을 확 열 어재꼈다.

"우왁!"

하지만, 나가지 못하고 괴상한 소리를 내며 민재가 바닥에 털썩 주저 앉아버렸다.

문 바로 앞에서는 승호가 정면으로 서있어 눈을 마주치고 놀라서 넘어 진것이다.

놀란 진우가 민재에게 다가가기도 전에 옆에 있던 유진이 한발 빠르게 민재에게 손을 내밀었다.

"괜찮으세요?"

민재는 어버버 거리며 유진의 손을 잡고 인어 섰다.

궁에서본 몇안되는 사람들주에서 착한사람같아 보였다. 괜히 기분이 좋아져 활짝 웃으며 대답했다.

"감사합니다."

그 모습을 지켜보던 진우는 인상을 쓰며 민재를 자기쪽으로 끌어당겼다.

유진에게 눈치를 주며 턱짓으로 자신의 뒤에 서게 한뒤 승호를 불러 앞장서게 했다.

민재는 승호의 얼굴을 보고 살짝 겁먹은듯 했지만 진오의 옷깃을 잡고 시선을 돌렸다.

방을 벗어나 밖으로 나온 그들을 간단하게 주변을 둘러 보았다.

민재는 신기하다는듯 이리저리 둘러보며 진우에게 계속 질문했다.

진우와 민재가 열심히 떠드는동안 유화가 그들 앞을 가로 만았다.

"전하."

유화가 뒤로 여러명의 시녀들을 거닐고? 민재를 뒤로 밀치고 진우에게 바짝 붙었다.
민재는 뒤로 밀려저 유진의 품에 쏙 안겼다.

민재는 놀라서 사과를 했고 유진은 싱긋 웃으며 괜찮다고 대답했다.

진우는 짜증난다는 듯이 인상을 구기며 민재를 유진에게서 뺏어와 오른쪽 옆구리에 민재를 끼고 낮게으르렁 댓다.

"왜. 찾아온것이냐."

진우는 민재와 있을때의 표정은 온데간데 없고 대신들과 회의를 할때 처럼 무표정을 하고 있었다.

처음보는 모습에 민재는 그대로 몸이 굳어 진우의 팔만 꼭 잡고 있었다.

진우는 민재를 잡고 있던 손으로 민재를 쓸어내리며 긴장을 풀수있도록 도와주었다.

유화는못마땅한듯 어색하게 웃으며 말을 이었다.

"벌써 일주일째 저의 침실을 들리지 않으셨습니다 그래서 소인이 직접 찾아 왔사옵니다."

노골적인 표현은 하지 않았지만 건장한 성인 남자라면 다 알만한 표현이었다. 요 순진한 꼬맹이 빼고.아무겄도 모르는 표정으로 잔뜩 긴장해 있는 모습에 첫만남의 토끼가 생각 낮다.

진우는 민재를 보고 옅은 웃음을 머금었다.

진우는 다시 무표정을 하고 귀찮은듯 말했다.

"다음에 가겠다."

대충 흘겨서 말한뒤 민재를 데리고 앞으로 낳아갔다.

유화는 자존심이 상한듯 민재를 노려보았다. 그러다 민재가 자신의 옆을 지나갈때쯤 살짝 발을걸었다.

민재는 갑자기 나타난 발에 속절없이? 걸려 흑바닥에 넘어지고 말았다.

"민재야!"

진우는 당황하며 민재를 들어 올렸다.

"흐으..."

민재는 얕은 신음을 내며 눈꼬리에 눈물을 매달았다.

얼굴은 온통 흑투성이고 무릎은 돌에 부딫였는지 살짝 피가 약간 흐르고, 손바닥은 흑바닥에 쓸려 옅은 피가 나있었다.

승호는 무신경한듯 쳐다보았고, 유진은 안절 부절 못하고 있었다.

민재는 울지 않기 위해 아랫입술을 물고 끅끅 거렸다.

이런걸로 울기 싫었다. 일부러 발을 걸어 자신을 넘어지게 만든 장본인 앞에서.

유희는 민재를 이리저리 살피는 진우를 보며? 주먹을 부들 부들 떨었다. 궁녀들의 입방아를타 유화의 귀에 들려온 얘기로는 어제즐어온 남첩을 페하께서 무척 아끼신다고 했는데 소문이 아니라 진짜였다.

승호는 흥미롭다는듯 유희를 쳐다봤다.

유희가 약간의 미소를 띄고 고개를 숙이며 인사를 하자 진우는 유희를 살짝 째려보고는 민재를 안고 태의원으로 향했다.

민재가 울지않고 계속 끅끅 되기만 하니까 진우가 손으로 고개를 자신의 어깨에 대었다.

"울어, 끅끅 되지 말고 울어도되 가려 줄태니까."

민재는 그제서야 진우의 어깨에 얼굴을 묻고 흐느끼며 울기 시작했다.

눈물이 그리 많지 않았던 민재지만 이상하게 진우의 앞에서는 울보로 바뀌었다.

태의원에 도착하자 의사는 약간의 불만을 가지고 민재의 상처를 치료했다.아마도 노예의 상처를 치료하게 했으니까.

"큰 상처는 없으니 이정도로 치료하면 되옵니다."

얼굴과 손에 있는 작은 생채기는 별것 아니 었지만 무릎에 있는 상처는 이제서야 지혈이 되었다.

진우는 작게 고개를 끄덕이곤 민재를 안아 들고 밖으로 나섯다.

"제,제가 걸을께요!"

오면서 얼마나 울었으면 벌써 눈이 빨개져 있었다.

민재가 버둥거리며 내려 가려고 했지만 진우는 무시한채 계속 안고같다.

주변에 있는 사람들의 수근거림을 아는건지 모르는 건지 안절 부절 못하는 민재의 모습에 진우가 더욱 자신쪽으로 안았다.

"듣지마"

짧은 말이 었지만 그안에 있는 다정함이 달콤하게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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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화 신고 2017-08-10 17:21 | 조회 : 2,232 목록
작가의 말
nic27388435

호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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