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화, 헤어짐

우리 비록 이루어지지 못하더라도.

곧, 헤어진다고 해도.

오늘 만은 서로에게 기대자.


"오늘..너무 힘들었어"

"서로에게 잘했다고 해줄까?"

"그러자. 잘했어, 유한."

"잘했어, 다운아."


둘은 서로를 마주보고 웃었다.

힘들 일이었고, 곧 헤어질지도 모르고, 어쩌면 이 날이 마지막이 될 수도 있는 오늘에...

둘은, 똑같은 생각을 했다.


'부디 오늘이 끝이 아니길. 우리 둘의 사랑이 천국에서라도 이루어지길.'


그리고 이 열망을 지켜본 다른 이의 입꼬리가 올라갔다.


"안타까운 커플이네. 보자, 어디 보내줄 곳이 있나?"


차원의 관리자라 불리는 이는 곧 이들을 보낼 차원을 선택했다. 중세유럽처럼 생긴 마도의 세계.


"마침 또 잘 되었지. 나의 대리자가 필요했는데"


씨익, 차원 관리자의 웃음은 마치 악마와 같았다.



-



그저 한숨자고 일어난 것 뿐인데 대체 왜..?


다운이는 사라지고 내가 와 있는 곳은 어느 한 고급진 여관. 창문을 열어보니 중세시대 옷차림의 사람들이 왁자지껄 떠들고 있다. 바로 옆은 시장인 모양이다. 주머니에는 은화 몇개가 짤랑거렸다.


"아까 전부터 떠 있는.. 이건 뭐야"


그래, 게임창. 그거 말고는 달리 설명할 방법이 없다.


[차원 번호 307543, 차원 렐라에 도착하셨습니다. 플레이어의 이름을 설정해주십시오.]


이름? 내 이름을 쓰면 되나? 하고 고민하고 있는 찰나, 식사가 들어왔다. 깊게 고개숙인 여급이 식사를 내려놓고 후다닥 자리를 떴다.

내가 무서운가? 하고 고개를 갸웃하고 있는데, 책상위에 미처 보지 못했던 책을 발견했다.


"차원 이동 설명서?"


촤르륵 펼쳐 목차를 확인했다. 목차 개수만 23개...! 어쩐지 두껍더라, 시간도 없는데 이런걸로 낭비할수는...


[차원 이동 설명서를 펼쳤습니다. 읽는 동안에는 이 차원의 시간이 멈춥니다.]


"대놓고 읽으라는 거네."


한숨을 푹 내쉰 유한은 편한 의자에 기대어 앉아 책장을 넘겼다.


-


"여긴 어디지..?"

조용한 철장 안 독방에 갇힌 다운이 혼자만의 물음을 던진다.

"무엇을 잃었기에 이리도 허전할까..."

다운의 기억은 드문드문 끊겨있었다. 이제 남아있는 기억이라고는 이름과 한국어 조금.


"마음이 허전해. 자꾸 눈물이 나는데 누굴 그리워해 이런건지 모르겠어.."


다운이 눈물 어린 얼굴을 푹 숙였다. 톡- 하고, 눈물 한 방울이 볼을타고 흘렀다.



그날 이후, 다운은 감정을 죽였다.

3
이번 화 신고 2017-07-01 22:36 | 조회 : 2,738 목록
작가의 말
월하 :달빛 아래

3화마다 한번씩 답글 달아드릴게요! 드디어 첫 발을 뗀, 새끝의 작가 월하입니다. 삽화는 RINHYE님 담당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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