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完)


공장의 다른 문으로 무사히 탈출 한 오이카와와 이와이즈미는 히나타를 편하게 쉴 수 있도록 바닥에 눕혔다. 오이카와가 가방에 버릇처럼 가지고 다니던 물병을 꺼내서 히나타에게 먹였다. 히나타는 갑자기 흘러들어온 물 때문에 몇번 콜록 거리더니 이내 물을 마셨다. 히나타가 물을 마시는 걸 본 둘은 그제야 안심을 하고 숨을 돌렸다.

"다행이다 그 자식들 어린애 한테 무슨짓을 한거야 대체.."
"야 오이카와."
"응?"
"경찰 왔나보다."
"그러게.. 아이고 삭신이야. 치비짱 보다 내가 먼저 죽겠어."
"마찬가지다."

두 친구는 긴장이 풀렸는지 바닥에 아무렇게나 버러덩 누웠다.

경찰들이 출동하는 소리에 오이카와와 이와이즈미가 쓰러트렸던 조직원들은 반격하려 했지만 경찰들이 더 빨랐다. 경찰에 잡힌 사람들 중에선 그 남자도 포함되었다.

"히나타!!!!"
"늦었다고 카라스노."
"이제서야 오면 어떡해? 잘생긴 얼굴에 상처났잖아!"
"고맙다."
"우린 그냥 저 녀석 구출한게 다야."
"정말 고마워. 정말.."

다이치가 거의 울듯 한 목소리로 고마움을 전했다.
갑작스러운 소란에 어느 샌가 히나타는 일어나있었다.

"히나타 정신이 들어?"
"네....그 사람들은요??"
"지금 경찰들이 수습하고 있어."
"그 사람들한테 가고 싶어요. 저 좀 일으켜 주세요."

방금 정신을 차린 사람치고는 제법 말을 잘하는 히나타를 보며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아마 대마에 취해 있었는데 맑은 공기를 쐬니 정신이 든 모양이다. 정신을 멀쩡하지만 아직 몸이 뜻 대로 움직이지 않는지 남한테 신세지는 걸 어려워하는 히나타가 도와달라고 하는 걸 보며 안쓰럽기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기뻐서 기꺼이 선배들은 히나타한테 다가가서 팔을 잡고 들어올려 아사히의 등에 업힐 수 있도록 해주었다.

"와.."

아사히의 등에 업혀서 공장 입구 쪽으로 나온 히나타의 눈에는 장관이 펼쳐졌다. 경찰들 한 명 한 명의 발 아래에는 자신을 때리고 모욕했던 사람들이 깔려 있었다. 히나타는 자신의 몸은 생각도 나지 않는지 그 사람들을 경찰들과 같이 밟고 싶은 마음에 몸을 움직였지만 아사히의 팔은 꿈쩍도 하지 않았다.

"제길 너 경찰들 하고 내통하고 있었던 거냐.. 젠장"
"미꾸라지 같은 놈..."
"빌어먹을"
"시끄러워!"

히나타를 발견한 남자들은 한마디 씩 욕을 내뱉었다. 이내 경찰들이 저지했고 히나타는 그런 남자들을 내려다 보며 말했다.

"당신들..멋대로 내가 사람들을 배신 했다고 했지? 난 한번도 배신 따위 한 적 없었어. 굳이 따지자면 나한테 배신 당한건 당신들이야...난 그저 순수하게 돈을 벌고 싶었을 뿐이었는데..."

히나타는 힘이 든지 잠시 숨을 고르다가 소리쳤다.

"당신들은 이제 끝이야!!"

경찰들은 히나타의 말이 끝나길 기다려 주었는지 히나타의 말이 끝나자 조직원들을 한명씩 차에 태우기 시작했다.

"그런데 형. 조직원들이 저게 다야?"

형사들을 도와서 잡다한 일을 하던 이테루가 물었다.

"물론 아니지. 다른 팀이 본사 쪽으로 갔어. 지금 쯤이면 탈~탈 털려 있을껄?"

히나타, 오이카와, 이와이즈미는 경찰차와 함께 도착해서 대기하고 있던 구급차에 몸을 실었다.

**

며칠이 지난 후 다행히 크게 다치지 않았던 히나타는 자유롭게 움직일 만한 상태가 되어 경찰서로 향했다. 평소에는 잘해주고 상냥하던 스즈키 형도 오늘만큼은 엄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히나타는 긴장을 하며 스즈키 형사의 앞에 앉았다.

"이름."
"히나타 쇼요입니다."

긴 시간동안 조사가 이루어졌다.
검찰까지 넘어가봐야 정확한 처분을 알 수 있겠지만 히나타의 처분은 마약에 관련한 부분에서는 초범인 점과 질 나쁜 사람들에게 속아서 대마를 운반하고 강제적으로 대마를 흡인 한 점, 그리고 무엇보다 조직원들 검거에 도움을 준 점에서 정상참작이 되어 집행 유예 처분으로 마무리 될 것같지만 스즈키의 총을 몰래 가져다가 쓴 행위는 용서 될 수 없는 부분이기 때문에 그리고 무엇보다 그 총으로 인해 사람이 다쳐서 며칠 동안의 구금과 사회봉사, 그리고 안전 교육의 처분이 내려질것이라고 했다.

히나타는 이 일로 인생이 엄청 꼬일 수도 있을 것 같다는 생각까지 하고 있었기에 이 처분에 감사할 따름이었다. 스즈키 형사에게 감사하다는 인사를 하고 유치장 안에서 히나타를 죽일 듯이 째려보는 조직원들 때문에 무섭기도 했지만 이내 승리자의 미소를 지으며 그 사람들을 쳐다봤다.

"그런데 형사님 저 사람들은 어떻게 되는 거에요?"
"알려고 하지 마. 생각 보다 끔찍할테니. 왜 용서라도 하고 싶은거야 설마?"
"아니요 절대 아니요! 용서 못하죠."

히나타는 경찰서 밖으로 나왔다. 좀 힘들지만 마음은 가벼웠다. 아마 학교에 돌아가면 선생님한테 장난아니게 혼나겠지..징계도 피할 수 없을것이다. 히나타는 그나마 해결된게 어디냐는 생각으로 가방을 고쳐매고 경찰서를 나서는데 익숙한 얼굴이 보였다.

"오빠!!"
"나..나츠?!"
"히나타!"
"엄마..아빠..어떻게.."
"너무 하잖아 그렇게 큰일에 휘말려 놓고 말도 안해주고. 엄마 속상하게.."
"이 녀석 누가 너한테 돈벌라고 했어...."
"잘..못했어요.."
"아니다..고맙다 히나타. 미안하다 아가.."

오랜만에 만난 가족은 한동안 자리에 서서 울었다. 나츠만이 상황을 모르고 다들 왜 우냐며 세 사람을 번갈아가면서 울지말라며 바쁘게 움직였다.

오랜만에 들어 온 집은 생각보다 먼지가 많이 쌓여서 청소하는데 꽤나 오랜 시간이 걸렸다. 겨우 몸이 움직일 정도의 히나타는 중간 중간 쉬어가면서 청소를 했고 가족들은 그런 히나타를 안쓰럽게 쳐다보며 이제 그만 쉬라고 했지만 히나타는 괜찮다며 끝까지 청소를 했다.

청소를 끝내고 씻고 나오자 오랜만에 엄마표 밥이 차려져 있었다. 히나타는 기뻐하며 평소보다 많은 양의 밥을 먹었다. 밥도 다 먹고 오늘 만큼은 엄마를 도와서 설거지까지 끝내고 방으로 올라갔다. 피로가 몰려왔지만 히나타는 핸드폰을 들어서 자신을 도와 준 모두에게 연락을 했다. 다들 수고했다며 히나타에게 축하한다고 했다. 병원 치료도 잊지말고 받으라는 말도 덧붙엿다.

다음 날 히나타는 학교에 가서 담임 선생님께 열흘 간 자택에서 근신하라는 징계위원회의 결정을 전달 받았다. 담임선생님은 히나타에게 그동안 정말 고생 많았다며 히나타를 꼭 안아주었다. 히나타는 감사하다는 인사를 하고 타케다 선생님을 찾아갔다.

"감독님!"
"히나타. 걱정말고 푹 쉬다가 와요. 몸 많이 상했을텐데."
"네! 감사합니다!"

히나타는 온 학교를 돌아다니며 배구부원들을 찾아갔다. 이미 모든 일을 다 알게 된 배구부원들은 잘 쉬다가 오라며 히나타의 어깨를 두들겨 주었다.그리고 지난 번 같이 아무 말도 없이 이번에도 그렇게 잠수타려 했었다면 어떻게든 찾아내서 때려주려고 했었다는 타나카의 말에 히나타는 웃으면서 이제는 안 그럴거라고 대답했다.

집으로 돌아 온 히나타는 방에다가 짐을 풀어놓고 엄마와 병원으로 향했다. 병원에서 다친 곳을 살펴 본 후 이제는 괜찮아 졌다고 했다. 다만 그 때 강제적으로 흡연했던 대마초의 중독 증상때문에 약을 먹어야 한다며 처방해 주었다. 그 이야기를 듣자 엄마는 못내 속이 상했는지 잠깐 눈물을 보이다가 이내 웃고는 한 병실로 향했다.

"저기.."
"어? 너는.."
"그 땐 죄송했습니다! 그 땐 제 정신이 아니었어요.."
"아~괜찮아 괜찮아 덕분에 정신 차렸어. 뭐 나가면 처벌은 받아야 겠지만..찾아와줘서 고마워."
"아니에요!! 천만에요!"
"아니야 너한텐 정말 감사하고 있어 너 아니었으면 지금도 누군가를 향해서 총을 겨누고 있었겠지. 지금은 오히려 마음이 편해 그러니까 너는 앞으로도 바르게 살아야한다! 알았지? 나도 너 같이 살아볼테니까"
"네!!"

히나타는 그 뒤로 열흘 동안 푹 쉬었다. 우카이 코치의 가게에도 못나가서 우카이 코치가 아르바이트 비에서 깐다며 화를 내었지만 이내 푹 쉬다 오라며 머리를 쓰다듬어 주었다.

오랜만에 짧은 휴식을 맞이 한 히나타는 그 동안 부족했던 잠도 자고 운동도 하고 나츠와 놀아도 주고 부모님한테 어리광도 부리며 근신 중이지만 평화롭게 지냈다. 물론 안 좋은 일을 경험해서 악몽도 꾸긴 했지만 이제는 혼자가 아님을 알기에 몇번의 악몽이 지나간 후 히나타는 평소 같이 생활 할 수 있었다. 신세를 많이 졌던 이테루의 가족에게 온 가족이 찾아가서 좋은 식당으로 가서 음식을 대접했다. 오랜만에 만난 두 가족은 그 동안의 안부를 물으며 시간 가는 줄 모르고 그 동안의 회포를 풀었다.

열흘 뒤.

"자 정렬하고 연습 시작한다!"

"다녀왔습니다!!!"

매일 같이 아침 저녁으로 공 튀기는 소리가 들리는 체육관에 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렸고 갑자기 들리는 문소리에 배구부원들은 문 쪽을 바라 보았다. 문앞에는 히나타가 다녀왔다고 인사를 하며 활짝 웃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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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화 신고 2017-06-27 11:33 | 조회 : 4,092 목록
작가의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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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은 예고 없이 찾아오는 법! 그동안 읽어주시고 피드백 주셨던 분들 감사했습니다! :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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