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9. 기다려 주세요.

동기들끼리 모두 헤어지고, 긴토키는 혼자 남았다. 어째서 모두들 떠나버리는지 나로선 이해가 가질 않았다.

가뜩이나 힘든 시기에 왜 모두 떠나 버리는 건지.

하지만 그 이상으로 그들을 뭐라고 할 수는 없었다. 그들 역시 스승을 잃고 힘든 건 매한가지니까.

어쩌면 내가 해야했을 일을 긴토키가 대신해준 건지도 모른다.

지쳤다. 솔직히 원망할 힘도 복수할 힘도 남아있지 않다. 심적으로 지쳤다. 이때까지 전쟁터를 전전하며 쌓아온 노력과 발밑의 시체들이 무의미했졌고 허무했다.

긴토키도 비슷한 기분이겠지.

[지키지 못한다는 것이 이런 뜻이었습니까? 그래서 홍앵 의뢰 때, 타카스기랑 칼부림을 했던 겁니까?]

돌아오는 대답 없이 나 혼자 떠드는건 여전했다.

긴토키는 그 날 이후로 삶의 의지가 없어 보였다.

잠을 자는 것은 며칠 간 자지 않고 기절할 지경이 와서야 골아떨어졌고, 밥을 먹는 것도 먹을 게 없다면 식량을 구하기는 커녕, 그냥 끼니를 걸렀다.

그렇게 죽지 못해 사는 사람 마냥 모든 것에 흥미가 없었다.

[긴상, 그거 알고 있습니까? 긴상이 선생님의 목을 내리친 순간, 잠깐이나마 긴상을 증오했습니다.]

긴토키는 여전히 비척비척 걷고 있었다.

[그런데, 고개를 돌려 긴상을 바라본 순간... 증오를 잊을 수 밖에 없었습니다.]

나는 그의 옆에서 나란히 걸으며 계속 말을 걸었다.

[그 모든 걸 잃고, 허탈한 웃음을 짓는 표정. 잘 알고 있으니까, 내가 그랬으니까. 그리고...... 그 상황에서 나였더라도 선생님의 목을 베어야만 했을테니까. 선생님이 동기를, 부탁한다고 했으니까.]

나는 목이 매여 잠시 말을 멈추었다가 곧 이어나갔다.

[그걸 긴상이 대신했던 거니까... 곁에 제대로 있어주는 것 조차 못한 난, 증오할 자격조차 없으니까.]

걸음을 늦추어 긴토키의 등을 바라보며 마지막 말을 조용히 중얼거리듯 말했다.

[그러니까 선생님이 살려주신 목숨, 조금 더 끌어볼 생각은 없는 겁니까?]

아무리 얘기를 해도 긴토키의 걸음은 여전히 늦춰지지 않았다.

그러다 골목길 어귀로 들어가더니 어느 순간 긴토키가 빠르게 달리기 시작했다. 나는 의아해하면서도 어찌할 바가 없어 긴토키의 뒤를 따랐다.

그의 오랜만에 의욕적인 모습에 당황하면서도 그를 빠르게 같이 뒤쫓았다.

[긴상, 대체 무슨 일인 겁니까.]

"......"

나는 멈춘 곳에서 긴토키기 바라보는 곳을 바라봤다.
골목길 어귀 끝은 꽤나 소란스러웠다.

누군가 쫓기는 듯한 소리가 들리더니, 골목길로 왠 남자가 들어왔다.

쫓기는 이는 양이지사에 꽤나 다급한 표정이었는데, 비굴함이 몸짓에 베어있었다.

어쩐지 익숙해보이는 얼굴, 아는 얼굴이었다.

[설마 저 자를 구하려는 겁니까? 절대 안됩니다! 최근, 히토츠바시에 의한 잔당 토벌 사건이잖습니까. 관련되면 숙청 당합니다! 긴상은 히토츠바시란 인간과 관련 없고, 저자와 긴상은 아무런 상관도 접점도 없습니다!]

"......"

긴토키는 조용히 그들을 한참 뒤에서 지켜봤다.

상황을 지켜보려는 것 같았다. 나는 조급한 마음으로 긴토키와 같이 그들을 지켜봤다.

남자는 쫓기다가 골목 어귀로 들어와 쫓기는 자들과 마주했다.

"잠깐, 잠깐만! 난 아직 필요하다고? 아직 숙청할 사람들이 남았잖아. 내가 이제 밀고하지 않더라도 그들을 잡을 수 있다고 생각하는 건 아니겠지? 아님, 설마 내가 배신할까 걱정하는 거야?"

"......"

"좋아, 충성의 증표로 따, 딸을 주지. 어차피 전쟁 통에 어디 살던 걸레 년이 멋대로 낳고 버린 식충이니까!"

퍽.

인질의 가치조차 없다고, 소중하지 않은 딸이라 말하는 주제에, 충성의 증표는 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건가?

나는 그의 앞뒤 맞지 않는 말에 멍하니 벙찐 채 입을 벌렸고, 긴토키는 그와 동시에 천천히 걸어가더니 녀석의 입에 목도를 박아 넣은 채, 벽에 박았다.

[긴상!]

"안녕하쇼. 아, 무슨 죄냐고? 그렇습니다, 제가 이 머저리의 딸내미 입니다.
랄까... 히토츠바시 따위하고 싸운 기억은 없지만, 이 백야차의 목과 이 쓰레기의 목을 주지.
그러니까...... 더 이상 다른 놈들에게 손 대지 마라."

[긴상! 뭐하는 겁니까! 지금 무슨 짓을 한 건지는 제대로 자각하는 겁니까? 그렇게 죽고 싶습니까? 아이를 구하고 대신 죽는다는 명목으로... 자살하는 겁니다, 이건!]

내가 화를 내며 말했지만, 들리지 않는 긴토키는 얌전히 그들에게 끌려갔다.


* * *


감옥 안,
꽁꽁 묶인 긴토키가 고문 같지도 않은 고문, 몽둥이질을 받고 있었다.

고문 같지도 않은 고문이라 말한 이유는

첫번 째, 긴토키는 히토츠바시라는 사건과 전혀 관계가 없었고, 따라서 그에 관한 아무것도 아는 게 없었다.

두번 째, 이들이 물어보는 것도 제대로 된 질문들이 아니었다.
그냥 얼버무리곤 말할 시간도 주지 않고 몽둥이질을 해댔다.

긴토키는 묶이고 무릎을 꿇은 채, 고개를 푹 수그리곤 몽둥이 질을 얌전히 받아냈다.

긴토키가 옳은 선택을 한 건 지도 모른다. 묶인 상태에서 발버둥 치거나 반항하면 더 맞을 수도 있으니까.
하지만 내 눈에는 그냥 모든 걸 포기하고 죽음을 기다리는 것처럼 보였다.

당당함은 보이지 않았지만, 묶인 채 무릎을 꿇은 자세와 죽음을 받아들인 태도가 쇼요 선생님 같아서 답답하다 못해 두려워지기 시작했다.

그래서 나는 몽둥이질을 해대는 그들을 방해하기 시작했다.

입김을 불고 올라타기도 하고 얼굴에 손을 통과시켰다. 하지만 그들은 한기에 몸을 잠시 움츠릴 뿐, 몽둥이질은 멈춰지지 않았다.

"얘기 하라고!"

퍽!

조금 다르게 크게 울려퍼진 소리에 가슴이 섬뜩해지는 걸 느끼며 긴토키를 돌아봤다.

[......잠깐. 그, 그만해... 피가...... 피가...!]

긴토키는 머리에 정확하게 몽둥이를 맞았고, 이마에서 피가 주륵 흘렀다.

나는 멍하니 긴토키의 이마를 바라보며 부들부들 떨었다.

이마에서 흐르는 피는 아래로 떨어졌고, 바닥을 붉게 물들였다. 마치, 그 때처럼.
그렇게 생각하자 목이 막혀 숨이 제대로 쉬어지질 않았다.

그 와중에도 몽둥이질은 계속됐고, 있지도 않은 피가 솟구치는 기분을 느껴 버럭했다.

[내가, 그만하라고 하잖아아아!]

소리를 지름과 동시에, 긴토키에게 집적대던 잡귀를 쫓을 때 썼던 기운이 일렁거리며 그들에게 쏘아졌다.
덕분에 그들은 굳었고, 몽둥이를 떨어뜨리는 이도 있었다.

긴토키가 숙이고 있던 고개를 들었다.

"어째서 살기가......... 카오루?"

[......]

"... 하, 하하 설마..."

잠시 들렸던 긴토키의 고개가 다시 숙여졌고, 잠시나마 굳어서 멈추었던 몽둥이질은 다시 시직되려는 듯, 그들 머리 위로 몽둥이가 들렸다.

[제발... 그만...]

몽둥이가 다시 긴토키에게 떨어질려는 순간, 누군가 그들의 손을 낚아채 저지했다.

왠 아저씨였다.


* * *


긴토키는 결국 사형이 내려졌다.

말도 안되었다. 긴토키는 히토츠바시 따위랑 아무런 관련이 없었다. 그저 한 여자아이를 구했던 것 뿐이었다.

수긍할 수 없었다.

세간에서 아무리 백야차니 뭐니 떠들어댔지만, 나한테는 그저 선생님을 잘 따르던 아이에, 지금은 잔뜩 상처받아 너덜해진 삶을 포기한 나약한 인간으로 밖에 안보였다.

탈출할 계획이라도 세워봐야하나 생각해봤지만, 긴토키의 얼굴을 보고 관뒀다.

세워봤자 닿을 리도 없었고, 무엇보다...
긴토키는 이미 죽음을 받아들이려 하고 있었다.
마치, 쇼요 선생님처럼.

이래서야 아무리 탈출할 기회가 있어도 긴토키는 그냥 시키는 대로 따를 것 같았다.

그리고, 아까부터 자꾸 거슬리는 기척에 고개를 돌리니... 감옥과는 어울리지 않는 왠 여자 아이가 왔다.
그것도 이런 꼭두 새벽에... 혹시 몰래 온 건 아니겠지.

"저기?"

"......"

"있잖아, 있잖아. 왜 이런 곳에 들어와 있는 거야? 뭐 나쁜 짓 했어?"

"그럼... 네가 오줌 지릴 만한 나쁜 짓을 많이 했지. 그러니까 목을 베여야 하거든?"

[없잖습니까! 전쟁터에 나갔던 것 말곤! 그리고 그 일은...]

"정말로?"

"그래... 성가시니까 다른 데로 가버려, 망할 꼬맹아."

"하지만 참수하는 아저씨가 말했어. 오빠는 사실 나쁜 사람이 아니라고. 불쌍한 여자아이를 지켜줬을 뿐이라고. 그런데...... 불쌍하다."

"......"

"맞다, 오빠야! 내가 언젠가 어엿한 처형인이 되면 오빠의 목을 베어줄게!"

[... 장난하냐. 진짜 망할 꼬맹이네.]

긴토키도 기가 막힌지 헛웃음을 짓는다.

"베어버리게...?"

"응, 응! 잘 벨테니까 전혀 아프지 않을 거야. 편하게 천국으로 보내줄게! 그러니까, 약속! 오빠, 내가 어엿한 처형인이 될 때까지 절대 죽으면 안 된다?"

"그러냐... 편하게 보내준다고? 그건 좋네...... 약속한 거다?"

이 말이 끝나자마자 꼬맹이는 기쁜 듯이 웃으며 뛰어가 버렸다.

나는 긴토키를 째려보며 말했다.

[아프지 않게 베어 편하게 보내준다는 소리밖에 안 들리셨습니까, 긴상? 저 꼬맹이랑 약속을 지키려면, 일단 살아있어야 한다는 생각은 안 든겁니까?]

"그것 참 고맙지만, 약속은 이 쪽에서 못 지키겠네... 미안해서 어쩌나. 이미 참수 당할 예정인데. 뭐, 만에 하나 여기서 살아나간다 한 들 더 이상 할 일도, 하고 싶은 일도 없고... 빈 껍데기만 남은 기분이랄까. 이제 그것도 벗게 되겠지. 내가 할 일은 다 끝났다, 이거야... 그래 전부 끝난 거야. 이걸로."

[그래서, 그렇게 죽을 생각이다, 이겁니까?]

"그래서, 지금 내 딸과 한 약속을 못지키겠다, 이건가?"

[......!]

갑자기 들려오는 굵직한 아저씨 목소리에 고개를 들었다.

긴토키는 이미 예상했다는 듯, 창살에 몸을 기댄 채 미동조차 하지 않았다.

그 아저씨는 긴토키가 몽둥이질을 당할 때, 저지해 준 나름대로 고마운 아저씨였다.

긴토키의 목을 칠 이였기에 마냥 고마워 할 순 없겠지만 말이다.

"뭐야... 또 누군가 했더니 댁인감?"

"......"

"그보다 딸이라니, 아까 그 꼬맹인 댁 딸이었남? 아저씨라 부르던데."

"그 아이는 자네가 구한 아이일세. 내 양녀로 삼기로 했지. 조만간 아이에게도 말할 것이고."

참수 하는 아저씨 역시 창살을 마주대고 앉았다.
아까 아이가 한 말로 따져 보면, 이 아저씨 역시 긴토키가 잘못이 없다는 걸 알고 있는 듯 했다.

그리고 언제 열었는지, 창살이 열려 있었다.
행동력이 참 빠른 아저씨였다.

"뒷문을 열어두었네. 새벽에는 경비가 허술하니 나갈 수 있을 걸세."

"어이어이, 참수하는 이가 죄수를 풀어줘도 되는겨? 그 쪽한테 굉장히 피해가 가는 짓 아닌감? 그리고 난 말야, 그 쪽이 생각하는 만큼 착하지 않다고?"

"... 죄를 범하고 악귀가 되어버린 인간을 마지막에 사람으로 되돌리는 게 가능한 건, 사람의 목을 베는 악귀가 아니네. 사람의 혼을 뺏는 사신 역시 아니지. 사람의 죄를 베고, 그 영혼을 구하는 사람 뿐이지.
아무리 죄인의 목을 베어도, 사람을 사람으로서 구하겠다는 마음은 잊어선 안 되지.
... 그게 내 신념일세."

긴토키는 그를 잠시 바라보다 신경질 적으로 머리를 긁적이더니 비척비척 일어났다.
일단 아저씨에 대한 감정을 나름대로 고마운 아저씨에서 은인으로 바꿔야 할 것 같았다.

"...... 기억해 두지. 빚을 갚을 수 있을 것 같진 않지만."

그리고 살짝 비틀거리는 걸음으로 창살을 나섰다.
그 아저씨 말대로 경비가 허술해서 조금만 조심하면 나갈 수 있을 것 같았다.

하지만 방심 수 없는 것이 긴토키 역시 감옥에 있으면서 체력이 많이 깎였다.

무릎이 굻린 채로 묶이고, 맞고, 앉은 채 축 늘어져만 있어서, 지금 걸음에도 힘이 없었다.

거기다, 긴토키는 살고 싶은 의지 역시 거의 없었다. 빈 껍데기라니. 난 그 빈 껍데기조차도 없는데.

[긴상, 조금만 더 버티면 됩니다. 저 문만 지나가면, 한시름 놓을 수 있으니까.]

그렇게 걱정 속에서도, 탈출은 성공했다.

하늘을 보니 가을인 줄 알았는데 어느 새 눈이 조금씩 내리고 있었다. 바람이 불지 않아 고요하고 잔잔하게 내렸다. 상황과 맞지 않게 예쁘다는 생각이 들었다.

긴토키는 걸음을 멈추지 않고, 계속 발이 가는 대로 걸었다.

이제 좀 쉬어도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는데도 게속해서 걸었다. 그러면서 누구에게 하는 건지도 모를 말을 힘겹게 뱉어냈다.

"만날 수 있을 지 없을지도 모르는데, 약속을 지킬 수는 있을까. 이렇게 아무것도 없는 상태에서 뭘 어떻게 하라고... 대체.
이놈의 세상은 도대체 나한테 뭘 더 바라는 거야. 죽는 것도 맘대로 못하고. 내가 뭘 더 해야하는 거야! 지킬 것도 없는데... 더 이상 내가 할 일이라곤 이제 아무것도 없는데..."

이때까지 해온 긴토키의 허무한 말에 울컥했다.

[쇼요 선생님의 가르친 건 전부 잊은 겁니까! 자신의 무사도를 잊었습니까! 도대체, 언제까지! 언제까지! 언제까지! 그렇게, 약한 소리만... 그렇게나 죽고 싶은 겁니까! 그렇게 행동 하라고 제가 책을 맡긴 건 줄 압니까!]

나는, 통과하겠지만 그래도 정신을 차리라는 의미에서 있는 힘껏 긴토키의 등을 떠밀었다.

그러자 통과할 줄 알았던 손이 그 때 지장을 쳐냈던 것처럼 무언가 걸리는 듯한 감각이 느껴지더니, 긴토키의 등을 떠밀 수 있었다.

철푸덕.

등을 떠민 덕에 긴토키가 넘어졌고, 품 속에 있던 두 권의 책이 빠져나와 땅바닥을 굴렀다.

"뭐야, 방금 누가... 기척도 없었는데...!"

기척이 없는 건 당연했다.
난 귀신이니까.

솔직히 말하자면 밀쳐서 땅바닥을 구르게 할 생각은 없었지만...

그래도 그런 소리를 듣는 것보다 긴토키를 땅바닥에 구르게 하는 게 낫다는 생각이 내심 들었다.

[그보다 저 책은 방금 말했던... ]

긴토키는 그렇게 잠시 주위를 둘러보다가 땅바닥에 있는 책을 주웠다.

하나는 품 속에 넣고, 하나는 차마 품 속에 넣지 못하고 붙잡은 채 멍하니 바라만 보고 있었다.

그런 긴토키를 바라보고 있자니 문득, 잊고 있었던 쪽지와 쇼요 선생님이 잡혀가기 전에 모아두었던 만 엔이 생각났다.

[긴상! 그 책의 장을 넘기십시오.]

하지만 긴토키는 조금 씁쓸한 얼굴로 다시 품 속에 집어 넣으려 했다.

나는 품에 넣으려는 책을 다시 긴토키의 손을 쳐내서 떨어뜨렸다.
그리고 긴토키가 주우려는 찰나, 장을 넘겼다. 아니, 넘기려 했다.

하지만 또 무슨 변덕인지 손이 통과 해버려서 넘겨지지 않았다.

[제발, 제발, 제발 넘겨져라, 좀!]

"뭐야... 대체 이게 무슨..."

긴토키가 손목을 문지르고는 어이 없어하며 책을 주으려 했다.

[제발!]

파라락.

순간, 손에 걸리는 느낌이 들면서 책 장이 넘겨졌다. 그리고 남긴 쪽지가 비죽 튀어나왔다.

"......!"

[됐다!]

"바람? 아냐, 바람 한 점 안 불었는데...!"

긴토키는 떨리는 손으로 책을 집어들어, 비죽 튀어나온 쪽지를 빼들었다.

쪽지에는 '기다려 주세요.' 라고 그대로 써 있었다.

긴토키는 멍하니 쪽지를 바라봤다. 그리고 쪽지를 구겨버리더니 던져버렸다.

그러다 실성한 사람처럼 웃더니, 화를 내기 시작했다.

"하.. 하하하, 하... 뭐야, 대체... 우연? 이게 지금 우연이라고? 장난 치는 거야? 도대체 누가 이런 짓을...!"

[제가 직접 썼습니다.]

긴토키는 잠시 숨을 고르며 감정을 진정시켰다.
그리고 씁쓸한 얼굴로 이마를 짚더니 눈을 가렸다.

"후우... 잠깐만. 책은 내가 계속 품에 넣고 있었는데, 대체 누가 이런 짓을... 설마......!"

긴토키는 꾸겨서 던졌던 쪽지를 급하게 주워서 조심히 폈다.

긴토키가 금방이라도 울 것 같이 얼굴을 일그려 뜨렸다.

"... 카오루 글씨체... 사라질 걸 알고 있었다면, 돌아 올거라는 것 역시 알고 있었던 거... 였단 건가. 나는, 난 계속..."

긴토키는 떨리는 손으로 쪽지를 다시 곱게 접어 책 안에 넣었다.

만 엔 역시 발견 했음에도 불구하고 꺼내 쓰지 않고 책 속에 다시 넣고는 품 속에 넣었다.

"기다릴 테니까, 얼마든지 기다릴 테니까, 내가 있는 곳으로 제대로 찾아 와라, 카오루."

[... 걱정 마십시오, 긴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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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화 신고 2017-08-23 01:22 | 조회 : 3,763 목록
작가의 말
나른한 고양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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