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스러운 내 애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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햇볕은 쨍쨍하고 마음은 광활한데..내 님은 여기서 지금 뭘 하고 계시는 걸까요. 마음 같아서는 저 예쁜 산 아래에서 ‘나 잡아봐라~하하하’를 외치면서 뛰어놀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지만..사람이 마음먹은 대로 행할 수만 있다면 난 벌써 로또를 1등을 맞았겠습니다. 1등뿐일까요. 발가락으로 코도 파고 엉덩이로 물을 마시고 귀로는 말을 하겠수다. 그래-마음만 먹어서 다 가능해지는 일이라면..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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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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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일은 절대로 마음먹은 대로 행해지지가 않는 거니까요. 너무나 쨍쨍 내리쬐어 작물도 다 말라비틀어지겠다 싶은 이 더위에 내 애인님과 나란 한심한 인간은 그 좋은 휴가를 내팽게치고 넓은 산골짜기 마른 밭에서 이렇게 호미질을 하고 있습니다. 그것도 다 이 빌어 처먹을 내 애인 덕분에요. 이럴 줄 알았으면 휴가는 나중에 잘 받아서 이타다키마스 하겠습니다. 하고 그냥 사무실에 꽁하고 박혀 있을 걸..좋은 걸 보여준다는 애인의 말에 속아서 백 팩 안에 잠들어 있는 비키니까지 챙겨온 내가 바보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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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유나 재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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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지만 전 이런 말도 할 수가 없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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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게..차암..재밌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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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년 전 직접 소유하고 계신 산에 농사를 짓기로 결심하셨다는 할머니의 말에 아이궁..우리 할머니!! 싸랑하는 할머니!!를 열창하시는 내 애인님은 혹여 사랑하는 할머님이 허리라도 다치실까봐 이렇게 날을 잡고 내려오신 참이랍니다. 사랑하는 나란 사람의 허리는 생각도 안 하고 말이에요. 그래, 그것뿐이면 말도 안 하지..기차를 타고 버스를 타고, 타고, 타고를 반복해서 도착한 ‘용또기’란 산골 마을에서 먹은 건 제철이여서 맵싸하면서도 맛나다는 무생채 김치에다가 도대체 뭘 싸먹으라는 건지 알 수도 없는 순 풀떼기에..후식이라며 건네주신 매실 한 잔을 마시기 무섭게 산으로 올라오느라 체력을 다 쓴 나란 사람은. 너무 깊숙한 산골이라서 농기계도 올라오지 못한다는 주민들의 말에 이렇게 호미질을 하고 있사옵니다. 아아-서러운 내 사람들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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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 표정이 불퉁한 나를 눈치도 못 챈 건지 특유의 코찡긋 웃음을 지으며 혹여 침이라도 새어나올 듯이 헤헤 웃음 짓고 있는 내 애인님은 소도 아니면서 열심히 괭이질을 하고 있습니다. 그래..그게 그렇게 재밌으면 너 혼자 다 하지. 이렇게 더운 날에 날 데리고 고생을 시키는 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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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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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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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 더워? 모자도 안 쓰고..살 다 타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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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괜차나. 아까 선크림 발랐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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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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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걷보다 이것 좀 봐봐! 지렁이야. 왕 지렁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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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사랑은 정말 철이 없는 사람입니다. 말과는 다르게 소나기마냥 얼굴과 턱을 타고 흘러내리는 땀을 할머님이 챙겨 주셨던 수건으로 닦아주기 무섭게 손에 있는 무언가를 내 얼굴에 들이밀어 줍니다. 참으로 꿈틀꿈틀 애간장타게도 움직이고 있는 큰 새끼 뱀이네요. 이것보다는 우리 손녀 혹여 맞기라도 할까 제 등 뒤에서 액션빔을 쏘아대고 있는 할머니가 전 더 무섭지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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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거 지렁이 아니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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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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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 위험할 수도 있으니까 저-멀리 던져주고 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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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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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제 말을 잘 듣습니다. 때는 바야흐로 3년 전 개울가에 올챙이가 아닌 휴대폰을 빠뜨려 울상을 짓고 있던 철없는 고등학생 연이와 과제와 시험으로 인해 스트레스가 이빠이도 차 있던 22살 하윤과 처음으로 만났던 날부터 연이는 제 말을 아주 잘 들었습니다. 도대체 저기에 왜 웅덩이가 있었던 건지 저도 잘 모르겠습니다만, 더 모르겠는 건 도대체 어떻게 하면 저기에 신형 아이폰을 퐁당-하고 빠뜨릴 수가 있었던 걸까요. 나 같았으면 폰을 위해 몸을 내던졌을 텐데..똘망또르륵 하는 맑고도 투명한 짠물을 흘리던 아이를 차마 지나칠 수가 없었던 저는 얼른 엄마한테 전화를 하라며 핸드폰을 건네줬었고. 그 이후로 이렇게 만남을 지속하고 있는 중입니다. 짠 물이 묻어있는 손으로 폰을 받아들고서는 번호를 꾹꾹 누르던 아이는 결국 정말 멍청이처럼 폰을 떨어트려 제 폰 또한 웅덩이에 빠뜨리고서는 황당하게 두 눈을 끔뻑거리던 제 앞에서 더 큰 울음을 터트리고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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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를 내려던 제 손을 붙잡고서는 3000천배의 기도를 올리듯이 죄송하다는 말을 수백 번이나 내뱉었습니다. 이건 뭐..화도 낼 수가 없을 정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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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일은 이러쿵저러쿵해서 잘 해결 되었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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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사실 말이에요..이 아이가 조금 덜 떨어진 아이인 줄 알았어요. 그렇지 않았다면 이렇게 덤벙거리고 잘 울고..이토록 순진한 아이일 수가 없다고 생각했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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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아이는 폰 정지를 시키고 분실 신고까지 한 뒤에 아이의 부모님에게 두둑한 money를 하사 받은 이후에도 인연이 없는 절 졸졸 따라다녔어요. 한창 바쁠 고등학생임에도 늘 저를 따라다녔습니다. 마주친 그 곳에서 절 기다리기도 하고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난 이후에는 제 자취방 앞에서. 아니면 제가 자주 가는 편의점 앞에서. 언제 만날지도 잘 모를 게 분명하였음에도 저를 졸졸 따라다녔습니다. 하지만, 덤벙거리는 아이가 혹여 나쁜 사람들이라도 만날까 겁이 났던 저이기에 이제부터는 연락을 하라며 번호를 알려주었고-그 뒤로는 아주 줄기차게 저에게 연락을 해왔어요. 물론..저는 받는 날도 가끔, 연락을 해주는 날도 가끔이었지만. 어느 순간부터 아이가 편해지기 시작했습니다. 어쩔 때면 제가 먼저 연락을 하여 아이와 영화를 보러 가기도 했었어요. 아니면 차를 마시면서 아이가 떠드는 옹알이들을 들어준다던가. 아, 그게 의외로 재밌더라고요. 간혹 카페에서 주문을 실패하여 맛없는 가짜 스무디를 울상인 표정으로 쪽쪽 거리는 모습도 꽤 귀엽기도 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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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제가 먼저 고백했습니다. 서로 좀 더 알아가지 않을래? 란 제 대답에 ‘뭘 알아가요?’ 라고 순진한 표정과 순수한 물음으로 절 기운 빠지게 하긴 했지만..결국 사귀는 것도 성공을 하였습니다. 하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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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전 아이에게 속고 있는 줄 알았어요. 그 무렵. 아이가 2학년으로 올라가던 그 무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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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 완전 개 쩔지 앙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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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며 들어본 적도 없는 말들을 하며 친구들과 떠들고 있는 아이를 목격했을 때 말이에요. 순수하거나 덤벙거리는 모습도 없었고, 욕과 과격한 행동을 아무렇게나 하고 있는 아이의 모습은..친구와 함께 맛있는 바나나 팬케이크를 먹으러 가던 저에게는 너무나 쇼킹한 일이었습니다. 아이가 정말 그럴 줄은 몰랐거든요. 그 모습을 보자마자 바로 다가가 따지려 했던 것도 잠시. 이럴 땐 오히려 어른스러운 모습으로 충고를 해야겠다고 생각한 저는 이걸 먹고 곱창을 먹으러 가자고 애타게 중얼거리는 혜진이에게 끌려가 디저트를 먹고 곱창을 먹고 디저트를 한 번 더 먹어야 했지만. 사실 그 때는 너무 큰 충격으로 배가 부른 줄도 몰랐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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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 비밀인데..아이의 발음은 평소랑 그대로였다는 점이지요. 아이는 받침 발음을 유독 힘들어해요. 나중에 발음 연습을 빌미 삼아 ‘강장공장공장장’을 시켜봐야겠어요. 우리 아이는 분명 ‘각장곧장곧장장’이라고 발음할 게 분명하지만 말이에요. 그냥 듣고 실컷 웃고 싶은 제 작은 악마적 마음입니다. 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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큼..이야기가 왜 이렇게 가는 건지. 크흠. 그 이후에 전 아이에게 연락을 했어요. 디저트와 곱창과 디저트로 배는 부르지 않았음에도 부풀어 오른 배를 끌어안고 말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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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요, 엉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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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ㄴ 발음을 힘들어 하는 우리 아이는 순진무구한 그 표정으로. 저보다 배는 커 보이는 노란색 후드티를 뒤집어쓰고 저를 만나로 왔습니다. 저-멀리서부터 광대만 뚜렷하게 보이는 게 절대로 우리 아이였어요. 아이는 진지한 내 표정에 그 둥그런 눈을 똘망하게도 뜨면서 저에게 은근슬쩍 달라붙어 왔습니다. 엉니이이 거리면서 저보다 더 길쭉하고 하얀 손으로 저의 손을 잡았어요. 하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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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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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뭐하자는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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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매정하게 뿌리쳤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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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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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 왜 내 앞에서는 순진한 척 하는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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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는 날카롭게 찔렀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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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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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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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게 결정타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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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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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들이랑은 할 말 못할 말 나쁜 말 다 하면서, 나한테는 아무것도 모르는 척 하잖아 지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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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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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봐-지금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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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방금 제 말에 아이가 드라마나 영화에서처럼 앞머리를 쓸어 올리며 하, 들켰네. 라고 중얼거리면서 썩소를 짓는 모습을 상상하고 있었습니다. 그게 조금은 멋있을 것 같기도 하고..아..몰랐던 사실이지만 아마 전 나쁜 여자를 좋아하나 봐요. 그런 모습이 멋있을 거라니요..전 천하의 나쁜년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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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으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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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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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지만..전혀 아니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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멋있는 모습은커녕 엉엉 울어버리는 아이의 모습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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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걸 억장이 무너진다고 하는 거더군요. 당황한 마음에 결국 짠물을 김치를 염장하는 것 마냥 후두둑 흘리는 아이로 인해 오히려 저는 미안하다며 아이를 달래주었습니다. 순간적으로 당황한 제가 휘두른 손으로 인해 핸드폰이 땅으로 떨구어 파사삭 소리를 내었지만..그걸 알게 된 건 울음이 그치고 난 후의 일이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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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으윽..낭..낭는..그냥 엉니가 조아서..그래서..그냐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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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언니가 미안해..미안하니까 울지 말고..응? 언니가 잘못했어요 연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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란-해프닝이 있었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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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으로는 절-대-결-코..그런 말을 하지 않기로 약속한 이후에 잘 무마가 되었지만..사실은 제가 멍청했던 거였어요. 아이의 저 모습이 저에게만 보여주는 솔직한 본 모습이었다는 걸 사귀고 시간이 지나간 이후에 깨달았으니까요. 아이는 그냥 제가 좋아서 솔직하게 행동하는 모습이 그저 제 모습에는 너무 순순해 보였던 거였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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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유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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봐요. 저렇게 해맑게 달려오다가 넘어져 흙 속에 얼굴을 곤두박질을 치는 모습이 그 누가 가식이라고 하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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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괜찮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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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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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고-내 새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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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가가는 저보다 더 빠르게 굽어진 허리를 피고서는 다가오는 할머니로 인해..조금 떠밀려 짜게 식어버린 저이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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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아이가 안 다쳐서 다행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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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지만 얼른 돌아가고 싶습니다. 여기는 너무 고통스러우니까요. 아우..오늘은 망할 정도로 하늘이 쨍쨍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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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편당 코인을 1코인으로 해놓으면 185만원을 벌 수 있나요?'

한 편당 1코인으로 해 놓으면 185만원을 벌 수 없습니다.

앞서 언급하였던 것처럼. 모든 금액이 돌아오는 게 아닌, 각 회사와 출판사마다 일부의 금액을 먹고 들어갑니다.

출판사마다 다르지만 출판사7, 작가3 혹은 6:4 이렇게 배분을 하는 편입니다. 공정한 계약은 5:5이지만, 이익을 추구하는 출판사들이 99%인 편이라서 100프로 수입이 되돌아 오는 게 아닙니다. 또한 금액을 바로바로 찾아 쓸 수 있는 게 아닌 폭스툰은 일부 약 1000코인이 쌓여야 하며, 2017년 기준으로는 폭스툰에서 작가에게 지급하여야 할 금액은 1코인당 70원 입니다.

10코인일 시 700원, 100인일 시 7000원, 10000코인일 시 70000만원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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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화 신고 2018-06-23 06:17 | 조회 : 1,641 목록
작가의 말
무관심

그러고보니 갑과을이..이름이 바뀌어 있었네요. 하윤에서 다윤으로..이건 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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