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3. 탄생일(13)




문을 열고 들어 온 이는 다름 아닌 콘들이었다. 꽤 허겁지겁 달려온 양 땀으로 녹빛 머리카락은 홍조 띈 뺨에 달라 붙어 있었으며, 거친 숨을 내뱉었다.


"히야- 이제야 찾았네. 마인 자식, 멋대로 튀어나가기나 하고."




콘들은 이마의 땀을 훔치곤 옷 앞섬을 뒤적거리다 손가락 두 마디 크기만한 작은 병을 꺼냈다. 그 안엔 푸른빛으로 빛에 반사되어 반짝이는 해독제 용 가루가 담겨 있었다. 그는 쾌락감에 부들거리는 리안의 몰골을 스윽 훔치곤, 짧게 혀를 찼다.

혐오스러운 취미다.
콘들은 병의 마개를 따고 안의 가루의 소량을 리안의 벌어진 입가에 털어 넣었다. 입가로 흘러내린 타액을 타고 가루가 목구멍으로 넘어간 후, 조금의 시간이 지나자 몸의 비정상적인 경련이 멎어들어갔다. 리안은 허리가 들썩이는 것이 선명할 정도로 거친 숨을 내쉬며 그대로 힘없이 기절했다.



흥분제의 효력이 사라지자 마자 기력이 다해 침대 위로 엎어진 리안을 안타까운 눈으로 바라본 콘들은 서둘러 손목을 봉하고 있던 것들을 해방하고, 제 겉옷을 리안의 어깨에 걸쳐주었다. 나체가 꽤 널찍한 부드러운 실크 소재의 겉옷으로 덮히자, 리안의 잠든 듯한 표정이 한결 풀어졌다.


콘들은 리안의 무릎 뒷 부분을 받쳐 안고 어깨에 들쳐맸다. 마인에게 그를 구할 기회를 주고야 싶지만, 지금은 한시가 바빴다. 그렇지 않아도 몸에 무리하게 가해진 신력의 여파가 상당한데 엎친데 덮친격으로 납치에 흥분제의 영향까지. 아무리 정신력이 강한 리안이라도 사람인 이상 버텨낼 리가 없다. 지금 콘들이 할 수 있는 최선은, 친구이자, 제 나라의 황비가 될 이 소년을 서둘러 에르아나에게 데려다 주는 일이었다.



에르아나가 말했던 그 '확률이 매우 낮은 방법'. 마인과 그녀가 이야기할 때 몰래 엿들었었다. 분노에 마음이 심란했던 마인이었기에 눈치를 못 챘었겠지만, 카인의 호위로 그 둘의 이야기를 가장 가까이에서 들을 수 있었다.

'넌 그 변태 녀석을 이기고 와라구, 마인. 리안은 이쪽이 맡을 테니까.'


콘들은 결의에 가득찬 표정으로 방을 나섰다. 어깨에 고개를 파묻은 채 업힌 리안의 입가에서 잔뜩 갈라진 쇳소리가 새어 나왔다.




"-마인."









***







마인은 퉷- 하고 차오르는 찝찝한 혈을 뱉었다. 검술로만 따지자면 저보다 실력이 떨어지나, 그는 리안과 달리 신력을 자유자재로 다룰 수 있었다. 이런 실력을 가지고 몇 번의 강대국과의 전쟁에서 승리했으면서, 어째서 소문이 나지 않은건지 의문이었다. 그러나 그 의문점을 풀기엔 상황이 급박하였기에 마인은 보기 싫게 흐트러진 앞머리를 쓸어 넘기며 정신을 집중했다.



"꽤 하잖아-?"





이드는 키득 거리며 기분 나쁜 입 꼬리가 긴 호선을 지었다. 그의 몸 또한 멀쩡하진 않았다. 흑발이 흐트러져 가린 앞머리 사이로 얼굴의 선을 따라 붉은 피가 주르륵 흘러 내렸다. 둘의 의복은 흙투성이에 서로의 피가 묻어 엉망이었다. 피를 꽤 흘러서인지, 정신이 흐려지는 것이 느껴졌으나 마인은 눈을 되려 부릅떠 참아냈다.



"빨리 끝내겠다."

"할 수 있다면- 이겠지?"




마인은 검신에 새겨진 장미 모양의 세밀한 조각들을 아래로 오게끔 고쳐 잡았다. 손잡이 중간 부분을 움켜 쥐어 힘을 거칠게 다룰 수 있는 그의 기본 자세가 아닌, 이번엔 손잡이와 움켜쥔 주먹 사이에 공간을 두어 매우 가볍고 편하게 잡았다.


그의 칼날이 마인이 고개를 까딱함과 동시에 검게 물들어갔다. 이드의 표정이 숨겨지지 못한 '경악감'으로 살짝 변했다. 이젠 손잡이 뿐 아니라 그의 얇은 칼날까지 검게 변했다. 이드는 알고 있었다. 그것은 가리어드에서 전설적으로 전승해져 내려오는 '마리에나의 검류' 라 불리는 검기 사용의 준비 단계. 마리에나의 검류는 공격이 부드러우면서도 가장 강한- 그냥 투박함이 아닌 깨끗하게 거대한 바위도 자를 수 있는- 것이었기에 그 충격을 감당하기 위하여 검을 무장하는 것이었다.



그 과정을 할 수 있는 자는 가리어드에도 몇 명이 없었다. 선 황제도 그의 전승기 때 잠시 사용했다 알려져 있지만, 마인이 사용하기엔 너무도 이른 나이가 아닌가. 정말이지-.

<<괴물이 따로없군.ㅡ>>




이드는 얼굴에 장난처럼 띄우고 있던 미소를 싹 지우곤 손바닥으로 허공을 훑었다. 그 선을 따라 검은 빛이 번뜩이며 아지랑이처럼 피어 올랐다. 그 두 개의 공기를 차가우면서도 날카롭게 데우는 힘이 충돌하는 데엔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검고 날카로운 빛과 마인의 무장된 '검기'가 쩌엉- 하는 소리를 내며 부딪혔다.


그 여파로 땅이 크게 울리며 지진이라도 난 듯이 충격파가 온 전신으로 퍼졌다. 그 둘 중심으로, 작은 바위는 산산조각이 나선 충격파와 함께 응집된 공기 바깥으로 밀려 날아갔다.










***






"그런 말도 안 되는 짓을 하겠다니, 허. 물론 다른 여부의 방법이 없는 것은 알고 있지만-."



콘들은 애꿎은 머리를 벅벅 긁으며 곤란한 듯이 혀를 찼다. 에르아나는 신력으로 감싸진 그녀의 방 침대에 죽은 듯 누워 가지런히 손을 배 위로 모으고 있는 리안을 흘깃 바라보았다.


"이걸 보세요. 그의 뺨에 난 이 상처."



콘들은 그녀의 시선이 가리키는 곳을 따라 눈을 돌렸다. 그러자, 서둘러 오느라 미처 발견하지 못했던 검게 갈라진 듯한 상처가 눈에 들어왔다. 언제부터 생긴 것인지, 벽이 갈라진 듯 '금이 갔다.' 그 상처에선 꽤 깊이 집중하여 들여다보지 않으면 알아챌 수 없을 정도의 미세한 가루가 새어 나오고 있었다.



"신력은 다양한 방법으로 활용이 가능하죠. 그러나 그 막대한 에너지가 그 에너지를 감당할 수 없는 작은 그릇에 담겨져 썪혀진다면 어떻게 될 것 같나요? - 독기가 되어 그릇을 좀먹어가게 됩니다. 지금 꽤 힘든 상황이예요. 이드, 그 작자가 멍청하게도 제 욕망에 눈이 멀어 소년의 상태를 눈치채지 못하곤 더 큰 무리를 줘 버렸어요."



에르아나는 미간을 살짝 좁히며, 리안이 누워 있는 침대에 살짝 엉덩이를 걸터 앉았다. 아마 리안처럼 어릴 때 부터 많은 힘든 일을 겪어오며 강직하게 스스로를 단련시킨 정신력 강한 소년이 아니었다면, 벌써 죽고도 남을 몸상태였다. 언제부터-? 아마 가리어드에 붙잡여 오기 전부터 스스로도 느끼고 있을 게 분명했다. 몸이 내부에서부터 문드러져 가는 것을.



"조금만 황제를 기다려보고, 늦는다면 바로 시작하겠습니다. 제가 하려는 일은 신력을 가진 이들이 자살할 때 쓰는 방법가 동일해요. 위험 부담이 큰 만큼 시간을 지체할 수록 그가 겪게 될 고통의 힘이 늘어난다는 거죠."



콘들은 어쩔 수 없다는 듯 깊은 한숨을 푸욱 내쉬며 근처에 있던 의자를 잡곤 앉았다.


마인, 뭐 하는 거야. 리안이 지금 가장 보고 싶어하는 이는 너란 말이다.




카인과 메리나는 방 밖에서 초조한 듯 눈을 감고 기다렸다.

그리고.



리안의 입가로 신음 소리와 함께 '마인-.' 이라는 어눌한 중얼거림이 새어 나왔을 때, 문이 열렸다. 콘들의 얼굴이 밝아졌다. 그의 오랜 친구이자, 리안이 기절 한 중에서도 애타게 찾던 남자가 이제 도착했다.


마인은 갈라진 음성으로 침대를 향해 성큼 성큼 다가갔다.











"리안."









---------------------------------




하하하ㅏ 너무 늦었죠 여러분 ㅋ...ㅋㅋ.. 솔직히 말하면 까먹고 있었어요 ㅠㅠ


꺄하하ㅏㅏ하하ㅏ 죄송함미다, 여러분..




제가 그동안 학교 야자 때 소드**온*인 라노벨을 읽으면서 필체를 향상시키려고 해보았으나, 실패한 걸로.. . 키싴식




댓글은 작가에게 큰 힘이 됨미다!!
댓글 지금까지 달아주신 분들 중 꾸준히 달아주신 분들 중 한 분께 나중에 '소설 번외편'이나 '마인&리안 커플링' 그려서 드릴 생각이예여..



담편은 아마도 내일 올라올 것 같아요.. ㅎㅎ






완결까지 앞으로 2화..!! 기다려주신 분이 혹시라도 계시다면 사랑한다는 거 알려드리고 싶네여 ㅋㅋㅋ

0
이번 화 신고 2017-03-18 02:05 | 조회 : 3,176 목록
작가의 말
렌테

따흐흑 기다려 주신 분이 계실까나

후원할캐시
12시간 내 캐시 : 5,135
이미지 첨부

비밀메시지 : 작가님만 메시지를 볼 수 있습니다.

익명후원 : 독자와 작가에게 아이디를 노출 하지 않습니다.

※후원수수료는 현재 0% 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