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2. 탄생일(12)



"윽-"



리안은 기절 중임에도 절로 뜨겁게 달아오르는 육체로 인해 무의식적으로 신음을 내뱉었다. 몸은 잔뜩 예민해진 감각으로 조금만 옷에 스쳐도 솟아오르는 쾌락감에 부들거리며 떨렸다.



미간을 좁힌채 식은땀을 흘리며 괴로워하는 리안을 내려다보며, 이드는 미소를 지었다.

불과 1년 전까지 당했던 고통 뿐인 기억으로 인해, 그에겐 특이하달까 비정상적인 미적 취미가 생겼다.




"역시 내 눈을 틀리지 않았군. 이 녀석을 내 신부로 정하길 잘했어."



그는 눈을 살풋이 접으며 리안의 볼을 부드럽게 쓸었다. 장미꽃이 흐트러져 리안의 식은땀에 젖어버린 머리카락이 시트에 달라붙은, 달달하게 차오르는 신음 가득한 단 속삭임이란-




"아름다워."




이드는 사랑스럽다는 듯 웃었다.


"흣, 앗-"



그때 또 한 번 리안이 조금 더 높아진 교성으로 신음을 내자 그는 "근데 너무 힘들어 보이네."라며 작게 중얼거리곤 리안의 몸 위로 올라갔다.

드레스 위로 이드의 검은색 제복이 미끄러지며 그의 입술이 리안의 입술에 가까워 졌다.





"편하게 해 줄게. 아랫도리로 말이지."




그는 입 꼬리에 섬뜩할정도의 웃음을 지었다. 그리고 하반신을 겨우 가리고 있던 드레스를 벗겨내려던 순간, 방의 문이 큰 소리를 내며 열어 젖겨졌다.










"이 개자식아, 떨어져."




그리고 곧 신력은 아니나, 눈에도 또렷히 보이는 검은 광선이 이드의 목으로 빠르게 날아왔다. 매섭고 날쌘 그것은 바람도 아니었지만, 그렇다고 신력도 아니었다. '검기'였다.



이드의 하얀 볼에 몇 초 늦게 붉고 얇은 선이 그려지더니, 곧 울컥 하며 붉고 검은 피가 흘러내렸다. 피한 것이 그 정도라니. 이드의 입가의 있던 탐욕스러운 웃음이 곧이어 흥미로 바뀌었다.







"중요한 순간인데, 방해하면 쓰나. 가리어드 황제. 아니, 마인-?"

"입 닥쳐라. 리안에게서 떨어져."




이드가 입가 가득 비웃음을 머금었다. 그리고선 보란듯이 리안의 입가에 손가락을 얹지곤 제 입술에 가져다 대었다. 마인의 살기가 거세졌다. 벽에 조금이지만 금이 갈 정도의 강도였다.

책꽂이의 책들이 그 짙은 살기에 펄럭거리며 떨어지고, 옆에 세워져 있던 화분은 보기 싫게 깨졌다.


이드가 휘이- 하고 휘파람을 불며 비웃음 섞인 감탄을 내뱉었다.





"뭐 진짜 할 생각인가 본데. 전쟁 일으킬 필요도 없지. 내 신부가 다치면 안되니까 뒤뜰로 가서 제대로 결판을 내볼래? 내가 지면 깔끔하게 손 떼지."





그 말을 들은 마인이 냉랭하게 굳어져 있던 표정을 확 풀면서, '피식' 하고 웃었다. 이드는 그 반응에 고개를 옆으로 까딱하며 미간을 살짝 좁혔다.





"착각하지 마라, 버러지. 네가 내 황비가 될 이를 신부라고 칭한 부분부터가 잘못이야. 손을 뗀다고?"




마인은 조소를 삼키며 한 걸음씩 이드에게로 다가갔다.







"네가 지면, 넌 그냥 죽는 거다."




이드는 그 말을 끝으로 온몸을 조여오는 살기에 침을 삼키곤 침대에서 벗어났다. 여유롭게 침대에 누워 있을 때가 아니었다. 그 또한 어릴 적부터의 외면받아왔던 인생으로 얼마나 잔혹한 천성을 지녔던가.




"킥. 좋아. 그럼 제대로 해보자고."




이드가 손을 들어올리자, 검은 원이 마인과 자신을 둥글게 감싸더니 점차 축소되어 어디론가로 이동되었다. 궁의 뒤뜰인건지, 숲속인건지 분간할 수 없을 정도로 우거진 나무들에 퀘퀘하게 끼어있는 진한 안개까지.





"딱좋군."


"마음이 잘 통하는 형씨네. 나도 그래서 이곳으로 이동했거든."





서로간 여유가 느껴지는 한 마디가 끝나고 3초의 짧은 정적과 함께 '쩌엉'하고 공간 자체가 울리는 소리가 들렸다.

이드의 검은 빛을 띄는 신력의 아지랑이가 강하게 피어오르더니, 뾰족한 형태를 띄며 마인을 공격했고 마인은 검을 위에서 아래로 그어 내리며 검기를 뿌려 분쇄시켰다.



그 충격으로 그 둘이 서있는 땅이 움푹 파이며 나무 위에 있었던 새들이 위험을 감지하곤 하늘로 날아올랐다.






"얕보지 않는 게 좋아. 난 신부처럼 신력이 봉인된 적이 없기 때문에 매일을 훈련해서 신녀 따위보다 더 월등히 강하거든."


이드가 검은 빛을 여러개로 나누어 긴 창처럼 형성했다. 마인도 그에 응하듯 자세를 고쳐 잡았다.




"네놈은 입으로 싸우나 보군."













***







"하아, 으읏.."



리안은 묶인 손으로 인해 아무것도 할 수가 없어서 오로지 입술을 꾸욱 깨물며 흥분을 가라앉히려 애썼다.

어느덧 조금씩 몰려오는 쾌락에 밑도리는 단단해진지 오래이며, 정신도 흩뿌옇게 돌아오고 있었다.





-두근.


-두근.





참을 수 없는 흥분이 고통이 되어가는 그 순간에도 몸 속에서 신력이 더 넓은 그릇을 찾아 육체를 내부에서부터 갉아먹고 있는 끔직한 느낌이 계속되었다. 고통엔 익숙해진 리안이었으나, 흥분제를 먹힌 이후라서인지 더 참기 어려웠다.


부들거리며 봉해진 손을 꾸욱 주먹을 쥐며 다리를 오무리며 참으려 했다. 그러나 어서 편해지고 싶다는 일념과 동시에 누군가가 자신의 밑 구멍에 박아주었으면 좋겠다는 부끄러운 생각도 끊임없이 떠올랐다.







-콰앙



그 순간 큰 소리가 나며 땅이 흔들리는 듯한 약한 충격이 느껴졌다. 그리고 동시에 방의 문을 열고 누군가가 들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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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화 신고 2017-03-05 02:03 | 조회 : 2,991 목록
작가의 말
렌테

너무 늦었죠 ㅠㅠ 33,34,35,후기는 오늘 저녁쯤에 올라올 예정입니다..! 이번화도 리리플을 한 번 해보기로 하겠슴다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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