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 탄생일(6)




"..어디냐.. 어디 있는 거야."




마인은 머리가 어느새 헝클어진 것도 신경 쓰지 않은 채, 랜덤가 골목으로 뛰어 들어왔다. 그의 온 몸에서 살기가 이글거리며 주체하지 못하고 새어 나왔다. 그 자리에 누군가 있었더라면, 당장에라도 오금을 지리고 쓰러질 만한 것이었다.


눅눅하고 퀘퀘한 지하수 냄새가 올라오는 깊은 골목으로 들어가자 북적북적한 소리가 들렸다. 'KAN' 이라 크게 문짝에 쓰여진 평범해 보이는 벽돌로 된 건물. 이 어두운 골목에 유일하게 환하게 불이 밝혀져 있는 곳.





"-찾았다."





마인은 검집을 쥔 주먹에 힘을 주었다. 그는 성큼성큼 어두운 골목의 끝으로 걸어들어갔다.








***








"귀중한 손님이 오셨네. 킥, 널 데리러 왔나 보지-?"




".....당신 대체 뮙니까."



리안은 깊게 숨을 토해내듯 물었다. 어느새 리안의 입가는 이드의 타액으로 더럽혀져 있었다. 입술은 보기만 해도 티가 날 정도로 붉게 부풀어 올라 있었다. 방금까지 꽤나 강압적인 키스를 했다는 뜻이겠지.

리안은 크게 숨을 들이쉬곤, 흑발의 소년, 이드를 노려보았다. 그는 능글거리는 표정으로 리안을 내려다보며 아까까지 했던 겁먹은 어린 소년의 연기와는 다르게, 즐거운 미소를 띄고 있었다.




"어째서... 어째서....!"




리안의 음성이 점차 흥분을 주체 못하고 커졌다. 진한 키스의 여파로 숨이 차올랐으나, 그는 한 음 한 음 힘을 주어 소리쳤다.











"어째서 당신도 신력을 사용하는 거야...!!"




이드의 입 꼬리가 길게 올라갔다. 어느새 들어왔던 덩치의 남자는, 나가고 방은 서로를 바라보고 있는 두 명의 소년만이 대치하고 있을 뿐이었다. 이드는 손을 올려 덥수룩해 보이던 앞머리를 쓸어 넘겼다.





보랏빛 왼쪽 눈동자 옆, 가려져 있던 빛나는 은빛의 눈동자.



그의 주변으로 일렁이는 푸른 빛의 물결이 불길하게 퍼져갔다.






"너무 성급하게 굴지 말라고-? 처음 시작은 같은 신력을 가진 소년이 얼마나 대단한 인물인 지 보고 싶었던 것 뿐이었고, 이젠 꽤나 흥미가 생겨 버렸거든."


이드는 입가를 핥으며 리안의 머리를 부드럽게 쓰다듬었다. 그의 머릿속엔 자신도 움직이기 힘들 정도로 맞았으면서, 자신을 일말의 주저도 없이 막아선 리안의 그 표정이 또렷하게 떠올랐다.




"걱정 마. 미친 듯이 살기를 내뿜는 남자와는 오늘은 싸우지 않을 거야. 너도, 곧 데리러 올게? 그때까지 잘 살아 있어, 내가 너에게 모든 흥미가 떨어져 직접 숨통을 끊어 놓을 때까지."





리안의 온 몸에 소름이 돋았다. 그가 하는 살벌한 말이며, 그 차갑게 빛나는 은빛과 보랏빛의 눈동자. 무서웠다. 이 남자는 위험하다. 온 몸이 잔뜩 경직된 채 그 경고를 알리고 있었다. 그는 아마, 마인보다 더 위험하다.


마인을 처음 봤을 때 느꼈던 위압감의 배로, 따가운 살기가 온 몸에 떨어졌다. 금방이라도 기절을 할 듯 했으나 몸 속에서 피어 오르는 신력 덕에 겨우 정신을 유지했다.






위험해. 정말 위험해. 이 남자는.




"그럼 나중에 데리러 올게. 넌 내 배우자로 정했으니까. 내 시험에 통과한 걸 다행으로 여겨. 안 그랬으면 정말 노예 시장에 팔아 넘겼을 거니까."





이드는 리안의 볼을 가볍게 몇 번 톡 톡 건드리곤 입가에 흘러내린 타액을 손가락으로 닦아냈다.


그리고 마인이 1층부터 빠르게 자신을 막는 경호원들을 제압하고 리안이 갇혀 있던 건물의 맨 위층까지 도달했을 땐, 이미 칸의 황제. 이드는 자취를 감춘 후였다.










"리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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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화 신고 2017-02-19 21:58 | 조회 : 2,751 목록
작가의 말
렌테

감사합니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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