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화 (호수 시점 입니다!)


가족간의 작은 식사자리가 있었다.
하하호호 웃으며 즐거워 보이는 새어머니와 아버지. 그 둘을 보고 있자니 화가 치밀어 올랐다.
아버지는 내 어머니를 한 번 쓰다 버리는 장난감 같은 것으로 생각했다.
어머니가 마음에 드실 땐 사랑을 아낌없이 나누셨으면서. 아닌가? 사랑이 아니었던가?
나이도 별로 차이가 나지 않는 새어머니는 어머니처럼 느껴지지 않았고 그녀 역시 나와 내 형을 자식으로써 보지 않았다.
매정하게도.
그런 그녀도 버려질 것이라는 생각을 하니 웃음이 피어 올랐다.
그래도, 지금 이 미친 가족사에 만족할 사람은 아버지, 새어머니, 그리고 어린 동생들 뿐이겠지.
하지만 이빨을 드러내서는 안 된다. 절대 안 된다.
무조건 잘 보여야만 한다. 웃어야 한다. 맞장구 쳐줘야 한다. 심기에 거슬릴 말들은 절대로 꺼내선 안 된다.
이 회사를 물려받는 것은 나여야만 하기에. 형은 아니다. 형은 자신의 삶을 스스로 꾸려나가고 있다. 난 그런 형이 부럽다.
하지만 형처럼 되고 싶은 생각은 추호도 없다. 큰 먹잇감을 두고 왜 굳이 작은 것을 선택한 건지, 이해는 되지 않았다,.
이 끔찍한 저녁식사가 끝나고, 집 근처의 작은 단골 술집에 들렸다.
속이 들끓었다. 계속 마셔댔다. 계속. 계속.
취한 느낌이 들었다. 문득 소연이 생각이 났다. 곧장 달려가 소연이에게로 갔다.
소연이를 더 이상 이런 곳에 묶어두지 않겠노라 다짐했다.
그렇게 말했다. 그렇게 할 것이다.

일어나보니 새벽. 소연이가 침대 밑에 잠들어 있었다. 나 때문이겠지…
소연이를 침대 위에 눕혀놓고 보니 어젯밤 기억이 생생히 떠올랐다.
갑자기 알 수 없는 불안감이 나를 휩싸 안았다.
소연이가 도망치면 어쩌지? 내가 싫다고 하면 이제 나는 어떤 심정으로 살아야 하지? 소연이가 영원히 내 곁으로 돌아오지 않는다면…그 땐 어쩔 거지?
소연이가. 내 소연이가.
정신을 차리니 거실의 유리잔과 도자기병 등이 심하게 깨져 있었다.
손가락에 피가 맺혔다. 아무 생각없이 멍-하게 쳐다보던 호수는 피를 매만졌다.
아,소연이가 도망치려하면 다리를 부러뜨려 버리면 되는 거야. 소연이의 발목을 잘라버리면 되는 거야. 소연이가, 도망치면.
호수의 얼굴엔 미소가 가득했다. 섬뜩한 미소가 가득했다,.
소연이는 내 것이니까.
깨뜨린 것들을 모두 치우고 소연이가 잠에서 깨길 기다렸다.
아, 내 이쁜 왕자는 잠에서 깨는 순간도 이쁘구나.
놀란 얼굴도 사랑스럽구나.
-말 했잖아. 이제 너 묶어두는 짓, 그만 하겠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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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화 신고 2017-06-22 23:15 | 조회 : 8,718 목록
작가의 말
아이스자몽에이드

오랜만에 오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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