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화

얼떨떨.
사람이 갑자기 이렇게 변해도 되는 걸까.
소연이는 그 동안 맞아 생긴 자국들을 훑어 보았다.
호수를 향한 감정은 시들어 버렸다. 깨진 지 이미 오래다.
솔직히...지금 이 집에서 있다는 것 자체가 혐오스럽다.
이 집 안에서 들이 내쉬는 숨, 공기조차 역겹다고 생각한다.
호수는 지금 이 집에 없다. 다행이었다. 손과 발이 자유로워진 지금 호수를 마주 한다면 그 녀석을 죽이거나 내가 죽거나 둘 중 하나였을 테니까.
그리고, 내가 지하에 묶여있지 않다고 너무 마음대로 행동하면 안 될 것이란 걸 난 잘 안다.
-…이 집 사방에 깔려있는 감시 카메라를 내가 눈치 못 챌 줄 알았어?
눈물이 솟구친다.
그 역겹던 지하에서 나왔는데, 아직도 자유로워지지 못하다니, 한심하다.
주변에 보이는 모든 물건을 부쉈다.
와장창-
산산조각이 난 유리조각들, 도자기 컵, 그 외 등등.
내 분은 이딴 것들 부순다고 풀릴 응어리가 아니었다.
지랄 맞다.
호수가 내게 보여준 동생의 사진들. 이거라도 보고 슬픔을 이겨내란 뜻이 아니었다.
실은 알고 있었다.
허튼 짓 하다간 네 동생부터 아웃 될 것 이라는 호수의 무언의 협박.
애초에, 동생 어느 학교에 다니는지 한 번도 알려준 적이 없는데 하교하는 모습을 보내온 것 자체가 문제인 거잖아.
이젠 됐고, 다 쓸모 없어. 이 집에서 나갈 거야.
죽기 전에 가족 얼굴이라도 보고 죽게 해줘.
옷을 갈아 입은 소연은 마지막으로 나를 찍고 있던 수 십개의 카메라 중 하나를 부수었다.
-잘 있어. 쓰레기야.
문을 열었다. 상쾌한 공기. 아무도 없는 꽃 향기 가득한 들판.

모두 내가 좋아하는 향기의 꽃들로만 채워져 있었다.
마지막 가는 길까지, 기분 좋게 보내 주지 않는구나, 호수야.
너 같은 쓰레기 때문에 내 인생 종쳤다.
나 좀 잊고 제발 잘 살아라.
네가 나 때문에 괴로워할 것이라는 사실이 날 더 역겹게 만드니까.
다신 보지 말자.
다시 태어난 후에도.
또 그 후에도.
영원히.
개새끼야.

7
이번 화 신고 2017-09-10 10:07 | 조회 : 7,064 목록
작가의 말
아이스자몽에이드

저 왔쏘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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