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눈(3)

"아! 하늘씨!"

하늘이 평소처럼 가운을 걸친채 머리를 털며 방 밖으로 나오자 마자 들려오는 진원의 음성에 흠칫 몸을 굳혔다.

"아."
"어라, 하늘씨 야해요."
"아직도 안갔어요?"
"밥 차렸는데 어서 와서 드세요!"

미묘하게 틀어진 대화에 하늘은 고개를 절레절레 젓고 주방에 갔다. 그리고 식기를 꺼내 식탁 위에 놓자 쇳소리가 탁 하고 났다.

"헤헤."

뭐가 그렇게 좋은건지 진원은 웃음 꽃을 피운채 헤실헤실 웃으며 장인의 정신으로 끓인 미역국을 식탁에 놓았다.

"미역국이예요."
"... 잘 먹을게요."

여전히 당황한 하늘이지만 겉 모습은 무표정이었다. 그런 표정으로 잘 먹겠다고 말하니 다른 사람이 보면 이 사람이 미역국을 싫어하나 여길만했다.

하지만 그 다른 사람에 진원은 포함되지 않았다.

'하늘씨 당황하는 모습도 귀여워. 아 껴안고 싶다.'
"안 먹어요?"
"헤헤. 먹어요."

하늘은 여전히 무표정한 얼굴로 미역국을 한 번 먹고 눈을 크게 떴다. 진원은 생글생글 웃는 얼굴로 하늘이 먹는걸 구경하다가 하늘의 커지는 눈에 진원 자신이 더 놀라 눈이 땡그레졌다.

'헉! 반응이 엄청 커!!'
"무슨 문제 있어요?"

진원은 하늘의 무표정을 깼다는 희열에 반쯤 선 페니스를 진정시키는 동시에 걱정스러운 척 물었다.
그리고 하늘은 그런 진원을 빤히 보더니 머뭇 머뭇 입을 열었다.

"이거 엄청 맛있네요."
"헤헤. 제가 음식은 되게 잘하거든요."
"음.. 부럽네요. 이거 중독 될 것 같은 맛이예요."

하늘의 감탄은 끝나지 않았다.

한 번 깨진 무표정은 복구되지 않았고 심지어 기분이 좋은지 미소를 지으면서 미역국과 예쁜 계란 말이를 오물오물 먹었다.

진원도 그런 하늘을 보면서 미역국을 먹었다. 호릅 소리와 함께 입 안으로 들어오는 뜨끈한 국물과 약물의 맛.

진원은 약물에 있어서 세기의 천재. 아니 괴물이었다. 게다가 이 것에 들어간 약물은 진원이 만든 약물이었다. 그러니 하늘이 못느낄정도로 아주 미세한 약물의 맛이어도 진원은 선명하게 느낄 수 있었다.

'이 약물 이름이 홀림이었나.'

진원은 파르르 올라가는 입꼬리를 최대한 억제했다. 그리고 아주 작은 주사기를 주머니에서 꺼내 제 허벅지에 바늘을 꽂았다. 그러자 형형하게 제 존재감을 과시하던 페니스가 진정이 되었다.

'아직은 아니야.'

"잘 먹었어요."

본래 밥을 많이 먹지 않는 하늘의 아침 식사 시간은 짧았다. 진원은 머리에 '밥을 조금 먹어서 식사 시간이 짧음.' 이라는 문장을 각인시켜 놓으면서 씩 웃었다. 그리고 저도 다 먹었다고 같이 치우자고 하려는 순간 하늘의 말이 연달아서 진원의 귀를 달콤하게 적셨다.

"기다려 줄테니까 천천히 먹어요."

이제 진원의 입 꼬리는 하늘의 눈에 선명히 보일정도로 파르르르 떨렸다. 엄청 웃음이 나오는데 억지로 참는 모양세가 기괴하기 짝이 없다.

"그냥 웃어요, 진원씨."
"흐헿헤헤헤헤."
"그렇게 괴상하게 웃지 않으면 좋겠는데."
"죄, 죄송.. 흐흐. 근데 이거 너무 좋네요. "

진원의 좋아 죽는 모습에 하늘은 고개를 갸웃 했다.

'왜 저렇게 좋아하지?'

카르 또한 하늘을 감상하다가 밥을 늦게 먹기 때문에 하늘이 카르가 밥을 다 먹을 때 까지 기다려 줬다. 카르가 다 먹은걸 확인한 후에야 그릇을 치우는 하늘이었기에 습관적으로, 또는 당연하게 한 행동인데 진원이 이렇게 괴기하게 좋아하니 하늘의 입장에서는 의문스러울 뿐이었다.

"고마워요, 하늘씨."
"늘 하던 거였는데요 뭐."

심드렁하게 말한 후 무의식적으로 미역국을 떠먹은 하늘은 못느꼈지만 진원의 속은 천국에 갔다가 나락으로 떨어진 상태였다.

'빌어먹을 녀석.'

늘 하던 이것의 대상이 누구인지 뻔했다.

'검정 머리에 보라색 눈의 몽한적인 녀석. 계집처럼 생겨가지고는.......'

진원은 슬금슬금 올라오는 역겨움을 익숙하게 찍어 누르고 미역국을 먹었다.

'그 녀석이 비운 지금이 기회다.'

그래. 그를 영원히 삼켜버릴 기회.

"와. 진원씨 음식점 차리는게 좋을것 같은데요. 계속 먹게되네."

거실에 다시 두 개의 식기소리가 울렸다.









"형 보고싶다."

입 김이 나올정도로 추운 이곳은 지구상에 존재하지 않는 곳이었다. 눈이 내리는 하늘을 보며 카르는 이를 갈았다.

'빌어먹을 눈.'

눈을 뿌리는 하늘을 한 번 째려보고는 혼잣말을 했다.

"젠장. 이건 빨리 하고 싶어도 할 수 없으니."

카르는 입술을 삐죽 내민체 툴툴 거리며 거대한 동굴 안을 걸었다.

동굴의 크기는 높이는 아파트 5층 높이고 넓이는 금방이라도 고층 아파트가 단지별로 들어찰것 같은 넓이었다. 카르의 아직 덜 여문 채구와 동굴은 거인과 개미 똥과 같은 차이였다.

그 넓은 동굴의 중앙. 하얀 가루로 이루어진 마법진이 자리해 있었는데 카르가 다가가자 태양을 마주한 듯한 밝음에 카르의 눈이 미세하게 찌푸려 졌다.

"하여간 성가신 노인네."

성스럽기 까지 한 마법진을 보며 저에게 깊은 빡침을 만들어준 노인네를 떠올린 카르는 혀를 차고 뚜벅뚜벅 마번진의 중앙에 섰다. 그리고 그 순간.

"이 세상에 마지막 남은 드래곤. 카르 덴 파이텔이 사명을 완수했음을 인정한다. 지금부터 카르 덴 파이텔의 성인식을 시작한다."

중저음의 무거운 목소리가 공간을 억누르는 느낌과 동시에 빛나던 마법진은 거대한 기둥을 생성해냈다. 그 기둥에 파묻히기 직전 카르는 짜증스럽게 중얼거리며 눈을 감았다.

"하여간 노인네. 목소리도 마음에 안들어."

그리고 현실과 같은 꿈이 재생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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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화 신고 2016-11-24 15:31 | 조회 : 3,699 목록
작가의 말
뚠뚜니

이상한나라의 토끼님 아직 팬아트 보내시지 않은거죠?/카르의 이야기가 풀리기 시작합니다./하늘이도 강한데 주변에 두 먼치킨 때문에 묻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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