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눈

"수고하셨습니다~!"
"수소하셨어요."

중간에 비극적인 일이 있었지만 영화 반란은 무사히 촬영을 끝냈다.

"하늘씨. 수고했어요."
"아닙니다. 저야 뭐 중간중간에 잠깐 액션 좀 찍은 것 뿐인데요."

하늘이 왠일로 겸손을 떤게 아니라 정말 이런 반응이 나올 정도로 많이 하지는 않았다,

"어머, 아니예요 하늘씨. 하늘씨가 얼마나 고생 많이 하셨는데요. 봐요! 이 꽃들이 증명 하고 있지 않아요?"

갈색 머리에 파마한 여성은 반란의 여주인공 하 연이었다. 안타깝게도 하늘은 '자신에게 촥 붙어 눈을 반짝이는 귀찮은 여주인공'이라는 것만 알지 이름 조차도 모른다.

"글쎄요. 왜 이렇게 꽃을 많이 주는건지."
"호호... 전의 하늘씨라면 이번 영화 분량의 반도 안찍었을 거란거 모두가 알고있어요. 그런데 이번에는 착실하게 다 찍어 주셨잖아요."
"..... 제가 전에는 잘 안찍었습니까?"
"어머, 기억 안나요? 전에 용환 감독이었나? 그 사람 작품 때 하루 3시간 계약인데 3시간 반 촬영하게 한다고 깽판치고 가셨잖아요."
"아......"
"근데 이번에는 한 시간 넘어도 인상만 찌푸릴 뿐 깽판치지는 않았잖아요."

여자가 귀엽게 윙크를 했고 하늘은 어렴풋이 나는 기억에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다가 저 멀리서 스태프 들과 얘기를 나누던 감독을 발견하고 여주인공은 공손히 인사했고 하늘은 고개를 까닥여 인사했다. 감독은 여배우와 하늘의 인사법 차이에 웃으며 와 하늘의 앞에 섰다.

"하늘군! 회식 어떄?"
"죄송합니다. 집에 가고싶네요."
"크으..! 역시! 이래야 우리 하늘군이지!"

감독은 전부터 하늘이 단호하게 집에 간다고 할 때 마다 기분나쁜 티를 전혀 안내고 오히려 좋아했다.

'이상한 감독.'

하늘이 묘한 눈길로 감독을 보니 감독의 단추구넝 눈이 파르르 떨렸다.

"하.. 하늘군! 그렇게 뜨겁게 보면 심장이 떨린다고!"

감독이 오버스럽게 심장 부근을 쥐며 난리를 피우니 주변에서 얘기를 하고 있던 사람들이 하늘에게 시선을 모았다.

"저... 하늘씨. 가요?"

하늘이 한심하게 감독을 보다가 돌아서서 '도로 위의 검은 무법차' 라는 별명이 붙어 유명해진 검은 차량으로 가려 하자 머뭇머뭇 거리던 한 조연 배우가 하늘의 소매를 잡고 소심하게 물었다.

"네."

조연 배우의 가지 말라는 눈빛을 그대로 튕겨내는 하늘. 그러나 그건 배우에게 큰 자극제가 되었다. 소심한 태도는 집어 던지고 과감하게 나오기 시작한거다.

"저..! 그럼 이 꽃들 차량에 실을 수 있도록 도와드릴게요!"

하늘이 필요 없다고 말하려고 했지만 작은 키로 어찌나 빠른지 하늘 주변에 배경마냥 놓은 꽃들을 검은 차에 실기 시작했다.

"뭐.... 집에 빨리 가니까 상관 없나."

하늘은 상관 없겠거니 하고 자신도 꽃을 챙겨들기 시작했다. 꽃다발을 준 장본인인 주변 사람들은 그런 둘을 흥미롭게 관찰했다.

"내 꽃 실린다."
"제 꽃도 실렸네요."

중간 중간에 자기 꽃이 실리면 좋아하기도 했다,

"허허.... 하늘군이 여기 모두를 홀리고 가는구만."
"그러게요. 그 사람도 홀릴 정도인데 여기 모두 홀리는 것 정도야 쉽지 않겠어요?"
"문제는 하늘군이 고의로 그러는게 아니라는 거지."
"뭐... 그렇기야 하죠. 하늘군은... 뭐랄까 대부분의 여자는 사랑에 빠지게 하고.."
""소수의 남자는 미치게 만들지.""

감독와 여주인공의 말이 동시에 나왔다. 그리고 서로를 보고는 웃으며 키작은 조연 배우가 억지로 조수석게 타는걸 봤다.

"쟤는 어떨것 같아요?"
"글쎄...... 차 안에서 하늘군과 10분 이상 있으면 스토커로 진화하게 될거야."

하늘이 조수석에 탄 채로 배째라 있는 배우를 보며 긴 한 숨을 쉬고 자신도 운전석에 탔다.

부아아아앙-

"잘가요 하늘씨!"
"어엉 엉 하늘씨.. 가지 말아요!"

검은 차가 출발하고 이제 하늘을 보기 힘들거란걸 알아차린 사람들이 그제야 몇몇이 눈물을 흘리며 주저 앉았다.

"이거이거... 회식이라기 보다는 이별식인데."
"그러게요. 하여간 하늘씨는 죄 많은 남자예요."
"그 죄로 그 놈한테 시달릴 테니 너무 뭐라 하지 마."








"집이 어디예요?"
"................"
"후.... 저기요."
"................"

왠일로 조금 빠르게 달리는 차 안, 고개를 푹 수그린체 목 중간 까지 오는 커트머리의 남자 조연 배우는 하늘의 짜증 섞인 말에도 대답하지 않은체 자신을 구속한 벨트만 꼭 쥐고 있다.

하늘은 전방을 보다가 힐긋 조연 배우를 보고 짜증스럽게 이제는 많이 긴 갈색 머리를 쓸어 넘겼다.

"진원씨. 집이 어디예요."

그러다가 이대로는 안되겠다고 여긴 하늘이 도로변에 차를 세우고 몸을 돌려 배우를 봤다. 하늘의 시선이 느껴진건지 얼굴을 새빨갛게 붉힌 채로 안그래도 푹 수그린 고개를 더욱 숙였다.

"제.. 이름.. 아시네요."

그리고 나온 말은 집 주소가 아니라 저 한 마디였다. 하늘은 답답함과 계속 떠오르는 카르의 얼굴에 결국은 인상을 확 찌푸렸다가 제 미간을 검지로 꾹꾹 펴 짜증을 풀려 애썼다.

"한진원씨. 주소 말 안할거면 내려요."
"우으.."

하늘은 둔치가 아니기에 이 남자 배우가 저를 꽤나 많이 좋아한다는 것 쯤은 예전부터 알았다. 촬영 시작한지 3일 만에 저 놈이 언제쯤에 나를 덮칠까 하고 생각한 적이 있을 정도였으니까. 그 덕분에 여주인공 이름도 모르는 하늘이 진원의 이름을 알고 있는 거였다.
하지만 그는 어떡해 해석한 건지 이중인격자 마냥 아까의 당돌함으로 고개를 번쩍 들었다.

"전..! 하늘씨가 이렇게 제 이름을 입에 담아줄 때 마다 심장이 막.... 미친듯이 뛰고 정신을 못차릴 정도로 머리가 비어요! 그리고... 하늘씨를 생각할 때 마다 아.. 아...."

하늘은 시큰둥하게 언제 내리냐는 표정으로 보고 있었지만 진원은 무시하는 건지 알아차리지 못한건지 부끄러움에 말을 더듬다가 빽 하고 소리지르며 말을 끝냈다.

"아래가 서요...!!!!"
"네. 알아요. 지금도 좀 섰어요."
"으악!!!"

그제야 제 성기가 섰음을 인식했는지 비명을 지르며 아래를 가리려 손을 펼쳤지만 어째 그게 더 보기 안좋았다.

"하...."

그래서 하늘이 검은 코트를 벗어 아래를 덮어줬다. 그리고 그가 이 차에서 내리는건 무리란 생각이 들어 차를 다시 몰기 시작했다.

창피함에 신음을 흘리며 얼굴을 손에 묻고 있던 진원이 하늘의 눈치를 보며 묵직한 코트를 살짝 들어 코를 묻고 하늘의 살 냄새를 맡았다. 그렇게 시간을 보내다가 진원은 하늘이 목적지를 두고 운전하고 있음을 알아차린 그는 코트를 살짝 내려놓고 하늘의 눈치를 보며 물었다.

"저.... 하늘씨. 어디가요?"
"집이요."
"네?"
"집이요."
"누구의....?"
"진원씨가 저한데 본인 집 알려줬어요?"
"아니요."
"그럼 누구 집이겠어요."
"어어...."

진원의 얼굴이 '설마....' 하는 표정으로 물들었다가 하늘의 이어지는 말에 몸을 부르르르 떨었다.

"당연히 제 집 아니겠어요."














"실례하겠습니다...."

하늘이 현관으로 들어서고, 서로의 대화가 끝나자 마자 시작된 죽음의 레이싱에 의해 초췌해진 진원은 눈치를 보며 하늘을 따라 들어와 조심스럽게 신발을 벗었다.

"실례받을 사람 저 밖에 없으니까 그만 눈치보고 들어와요."
"네?! 네.. 네!"

진원은 동그랗게 커진 눈으로 집을 둘러 보다가 거실로 쫑쫑쫑쫑 걸어갔다.

"저.... 그 분은..?"

진원이 거실 쇼파 앞에 서서 검은 폴라티를 벗는 그를 보며 조심스럽게 묻다가 힉!! 하고 눈을 가렸다.

"카르요? 카르는 사정이 있어서 이틀 전에 한 달 동안 떠났습니다."
"저저...! 옷! 좀 입으시는게..."
"제 집에서 진원씨 눈치 보면서 옷을 벗어야 합니까?"
"아니.. 그건 아닌데..."
"진원씨는 저 방에 들어가서 옷 갈아 입으시고 나오세요."
"으... 네.... 네..."

하늘은 진원에게 건네받은 코트와 아직 제 체온이 남아있는 폴라티를 쇼파의 팔받이에 가지런하게 놓고 쇼파에 털썩 앉았다. 그동안 진원은 하늘의 매끄럽게 잡힌 근육과 흰 피부를 힐긋힐긋 보며 방에 주춤주춤 들어갔다.

그런 그를 아닌척 확인하던 하늘은 그가 완전히 문을 닫자 쇼파에 누워 보라색 쿠션을 안았다.

"아... 카르 보고싶다."

'형! 나... 이제 성인식 치뤄야 해서... 한 달 동안 떠나 있어야해. 으... 형이랑 떨어지기 싫은데.. 안치르면 형 뒷구멍에 내 것을 박을 수 없게되니... 어쩔 수 없지만 한 달 동안 사랑스러운 우리 형을 못 봐...'

아직도 귀에 웅웅 울리는 신난척 하는 카르의 말.

"아, 눈온다."

카르의 부재로 인한 허전함과 공허함을 카르가 오기 전에는 제일 좋아하던 눈으로 조금이나마 채우고 있다.

그 배우를 집에 데려온 이유도 사실 이 공허함과 허전함을 어찌해야 할 지 모르겠어서 무턱대로 대려온 거기도 하다.

빌어먹게도 저만 있는 집이 좋았던 나는 카르를 만난 후로.. 적막만 흐르는 집안에 있다는 것이 이제는 좋으면서도 쓸쓸하게 되었다.

아, 무섭도록 춥다.

"보고싶어.. 카르야.."

하늘은 몸을 틀어 옆으로 누웠다. 그리고 보라색 쿠션을 꼭 끌어안고 잠에 들었다.



2
이번 화 신고 2016-11-13 16:17 | 조회 : 3,943 목록
작가의 말
뚠뚜니

나머지 한 번 남은 성관계는 스킵됐습니다. 둘이 뜨거운 밤을 보내고 다음날 성인이 되기 위해 카르가 떠난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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