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집에서 벗어나다

바쁜(?) 아침을 보내고 점심에 가까워 졌을 무렵이었다.

"형. 야한 영화 보자."
"안 돼."
"쳇."

소파에 가로로 앉은 하늘과 하늘의 다리 사이에 앉아 하늘에게 기댄 카르가 평화롭게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어디서 벨 소리 나는것 같은데."

카르가 무의식 적으로 중얼거리고 아차 싶은 표정을 지었다.

"아, 내꺼구나. 내 꺼인지 몰랐네."

하늘이 소파에 나른하게 기댄 몸을 일으키려 했다. 그러자 카르가 하늘의 팔을 부여잡고 고개를 흔들었다.

"받지 마."
"흠.... 연락이 오면 받아야 돼. 그러라고 있는게 핸드폰이잖아."

하늘이 부드럽게 웃으며 카르에게 잡힌 손으로 카르의 머리를 쓸었다. 그 손길이 좋으면서도 그게 저를 달래는 손길이란걸 알기에 심통맞은 표정을 짓다가 몸을 일으켜 하늘이 원활히 움직일 수 있도록 했다.

"여보세요?"

전화를 받았다.

"야! 살아 있냐?"
"죽었는데 받겠냐?"

전화기 너머로 들려오는 익숙한 목소리에 하늘은 희미하게 웃었다.

"ㅋㅋㅋ 얌마, 일이다."

하늘이 슬쩍 카르를 봤다. 하늘이 다른 남자와 연락하는게 몹시 못마땅한지 어두운 아우라를 풍기면서 표정으로 빨리 끊으라고 재촉했다.
그렇게 싫으면서도 연락하는데 방해하지 않는게 기특해 카르의 머리를 쓰다듬엇다.

"너 한테 말하는 걸 깜빡했네. 이제 일 안받아."
"엥? 고정수익이라도 생겼냐?"
"응"

하늘의 친구, 희철이 하늘의 말에 끙- 하고 앓는 소리를 냈다. 그에 의아한 하늘이 희천에게 무슨 일 있냐고 묻자 희천이 우물쭈물 대답했다.

"그게.... 이 영화가 너 아니면 촬영을 못할 정도로 감독이 까다롭거든. 네 밑으로 유명한 스턴트 맨 불렀는데 다 까이고 너만 남았어."
"그래서? 지금 곤란한 상황인 것 같은데 네가 말한 거랑 관련있어?"

핸드폰에서 먹먹한 한 숨 소리가 들려왔다.

"이재진 감독 알지?"
"당연하지. 액션영화로 엄청 유명하잖아. .....설마?"
"맞아. 처음에는 나를 지목해 줘서 엄청 좋아했는데 알고보니 너랑 친분 때문에 고용한거래."

하늘은 아무런 말도 할 수 없었다. 아마 일을 거절하면 희철이 해고 될거고 그건 평판에 심각한 문제를 줄 수 있었다.

"갈게."
"...... 미안."
"됐어. 내가 너 한테 도움 받은게 얼만데."
"아, 진짜 미안하다,"
"차라리 고맙다고 해라. 장소랑 시간 문자로 보내줘."
"응. 끄응... 진짜 정말 너무너무! 고마워!"

전화를 끊고 얼마 안돼서 문자가 왔다. 그걸 찬찬히 확인한 하늘은 나갈 준비를 위해 화장실로 향했다.

"형. 어디가?"
"응. 일하러."
"나도 같이 가면 안 돼?"

카르가 힐긋 하늘의 눈치를 보며 다가왔다. 하늘은 아침의 일 때문에 눈치를 보는 카르가 마냥 귀여웠다.

"당연히 같이 가야지. 옷 입어."
"응."

카르의 옷이 순식간에 외출용 옷으로 바뀌었다. 하늘은 편리하겠다 생각하며 옷장을 열었다.

"...형. 다 까매."
"엉? 아. 난 검정 옷 만 입어서."

옷장을 여니 스타일과 재질만 다르고 모두 검정 옷이었다. 그런 옷장을 보면서 카르는 어이없단 표정으로 세미 정장을 꺼내는 하늘을 봤다.

"다른 색 옷 좀 사지 그래?"

하늘이 옷을 벗으려다 카르를 힐긋 보고 자연스럽게 카르를 등 떠밀어 밖으로 내보냈다. 그리고 문을 잠그고 옷을 벗고 까만 세미 정장을 입기 시작했다.

"안그래도 다른 색 옷 사고 싶어졌어."
"무슨 색?"
"보라색."

카르는 주머니에 손을 꼿고 굳게 닫힌 문 쪽을 보며 고개를 갸웃했다. 사실 말만 다른 색상 옷을 사 보라고 한 거여서 하늘이 다른 색 옷을 산다는 말에 의아해 졌다.

'꽤 오랫동안 검정 색 옷을 고집했을텐데.'

카르는 왜 갑자기 보라색을 사고 싶어 졌을까 궁금해서 직접적으로 물어봤다.

"왜?"

그리고 들려오는 대답에 얼굴이 빨개진체 고개를 숙이고 손으로 자동으로 헤벌레 벌어지는 입을 가렸다.

'네 눈이 보라색이잖아.'

너무나도 무덤덤한 말은 카르의 심장에 강한 어택을 주고 머릿속을 어지럽게 돌아다녔다.

부르르 떨며 좋아하던 카르는

"나 투시 된다."

라고 말했고 무덤덤 하던 하늘의 표정은 새 빨개지다 못해 터질 것 같이 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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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화 신고 2016-10-08 14:33 | 조회 : 4,548 목록
작가의 말
뚠뚜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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