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집사, 작가의 1주년!

침실 가득히 햇빛이 들어섰다. 그 햇빛의 눈이 부셔와 인상을 썼지만, 그래도 피할 수 없는 햇빛에 결국에는 이불을 신경질 적으로 걷어내고는 상체를 일으켜 앉았다. 잘 떠지지 않는 눈의 힘을 줘, 방 한쪽의 있는 창문을 바라보았다. 잠들기 전에 쳐두었던 커츤은 어느새 누군가의 손에 의해 예쁘게 정리 되어 창 끝의 각각 자리하고 있을 뿐이였다. 그 모습을 가만히 바라보던 나는 한 손으로 거칠게 머리를 쓸어 넘기고는 작게 한숨을 내뱉었다. 저렇게 정리하는 건, 이 집에서 한 명 밖에 없다.



"세바스찬..."



아무도 없는 방에 옅게 내 목소리가 흩어졌다. 작게 중얼거린 그의 이름을 뒤로하고 침대를 나온 나는 곧바로 욕실로 향했다. 아니, 향하려고 했다. 욕실 옆에 세워져있는 전신거울을 보기 전까지는 말이다.




"...?!"




이 모든 상황파악이 되는데 까지는 그리 긴 시간이 필요하지 않았다. 전신거울의 비춰져있는 건, 분명히 나였다. 하지만, 달랐다.




"성별이..."




모든게 그대로다. 그대로인데, 남자였던 내가. 여자가 되었다. 그것도 하루 밤 사이에 말이다. 전신거울에 가까이 다가섰다. 이런 나의 모습을 더 자세히 보기 위해서. 전생에는 여자로 살았기에 불편하거나 낯선 기시감은 없었다. 단지, 이런 내 모습이 아름다웠을 뿐. 아니다, 말을 정정하자면, 시엘을 닮은 내 모습이 말이다.




"세시아!"



전신거울을 통해 내 얼굴을 찬찬히 바라보던 그때, 내 방문이 거칠게 열림과 동시에 시엘이 모습을 들어냈다. 그리고 내가 본 시엘의 모습 또한, 나와 같은...



"여자...?!"
"여자...?!"



나와 시엘이 동시에 서로를 보며 외쳤다. 놀랄만도 했다. 여기가 아무리 판타지 세계라고 하지만, 하루 밤 만에 남자에서 여자가 되다니.



"형아, 어떻게 된거야?"



아니, 언니라고 해야하나. 내가 시엘을 향해 다가가며 묻자, 시엘도 모른다는 표정을 지을 뿐이였다. 그때, 시엘의 직속 집사인 세바스찬이 모습을 들어내며 입을 열었다.



"작가가 1주년을 기념해서 저희의 성별이 바꼈다고 하는군요."
"하아?!"
"하아?!"



세바스찬의 말에 나와 시엘은 동시에 세바스찬을 돌아보며 소리쳤다. 1주년? 작가? 이게 다 무슨 소리냐구요!




***




그렇게, 확인을 해본 결과. 이 저택에서 유일하게 성별이 바뀌지 않은 건 세바스찬 뿐이였다. 덕분에 항상 옷 입는 것을 도와주던 세바스찬 대신 피니가 와서 도와주었다. 그리고, 식당에 모인 지금.



"푸흡..."



너무 웃음이 나와서 밥도 못 먹을 지경입니다. 그 이유가 무엇이냐면...



"...여자 옷이 이거 밖에 없다고?"
"네."



시엘은 신경질 적으로 세바스찬이 들고있는 드레스를 낚아 채, 그대로 바닥에 던졌다. 그리고 발을 들고 드레스를 밟으려는 시엘을 막아선 세바스찬이 웃으며 말을 이었다.



"그렇다고 평소 입으시던 걸 입지는 않을 거죠, 아가씨?"
"윽..."



그렇게 해서 시엘은 드레스를 입게 되었는데, 그 드레스가 무엇이냐고 묻는다면. 시엘이 레드마담 사건 때, 변장을 위해 입었던 드레스였다. 아니, 그걸 아직도 갖고 있는게 더 신기한데?



"푸하하하!!"



결국엔, 아까전 시엘이 들려준 이야기를 곱씹어 본 탓에, 그만 참고있던 웃음이 터지고 말았다. 덕분에 시엘의 표정은 울그락 불그락. 부끄러워서 고개도 들지 못하는 꼴은 꽤나 귀여웠다. 응? 나? 나는 뭐, 전생이 여자인 것도 있고, 이런 풍의 드레스 입어보고 싶었는걸?



"세시아."
"윽..."



시엘의 부끄러움은 점차 분노로 변환이 되고, 나지막히 내 이름을 부른 시엘이 나를 노려보았다. 하하, 제가 너무 웃었군요. 시엘의 시선을 애써 피하며 나는 마저 식사를 했다고 한다.




***




"그래서, 작가라는 작자는 우리를 이렇게 만들어서 무엇을 하고 싶은거지?"



식사를 마친 시엘과 나는 테라스의 앉아 티타임을 즐기고 있다. 홍차는 별로 좋아하지 않기에, 따뜻한 우유의 꿀을 조금 타서 홀짝이고 있는 내게로 아직도 날카로운 시엘의 말투가 들려왔다. 아직도 화나있네. 그렇게 중얼거리며 나는 쿠키를 하나 집어 입에 넣었다.



"그건 저도 모릅니다."
"세바스찬이 모르는 것도 있어?"
"예."



예상 외에 대답에 내가 묻자, 세바스찬이 싱긋 웃으며 답헀다. 윽, 심장에 해로워. 세바스찬의 대답을 들은 시엘이 또 다시 중얼거리기 시작했다. 그런 시엘을 보며 나는찻잔을 입으로 가져갔다. 이왕 이렇게 된거 즐기면 될텐데. 왜 저리 화를 낸담.



"후... 금방이라도 드레스를 찢어 태워버리고 싶어."
"그건 참아, 형아."



티타임이 끝나고, 서재로 향하는 계단을 밟으며 시엘이 중얼거렸다. 그런 시엘의 얼굴은 그 사이에 몇 년이나 늙어보였다.



"리지는 이런거 잘도 입고 다니는군."
"그러니까 잘 해줘. 알겠지?"



나의 말에 시엘이 한숨을 내쉬며 고개를 끄덕였다. 한숨 많이 쉬면 일찍 죽는다는데. 뭐, 이번 특집은 작가만 좋아하게 된 꼴이네. 아, 나도 좋아하니까 둘인가.



"안 오고 뭐해, 세시아."
"응, 지금 가!"



벌써 저만치 멀어진 시엘이 나를 부르는 소리에 나는 두 손으로 드레스 자락을 잡고 답하며 달렸다. 이런 날 보며 넘어진다며 걱정하는 시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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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화 신고 2017-10-02 21:26 | 조회 : 2,273 목록
작가의 말
시우미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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