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F 시리즈. 만약, 둘이 현실세계에서 만났다면? (完)

어느덧 해가 뉘엿뉘엿 저물어갈 즈음, 그제서야 나와 시엘은 구부정하게 있던 허리를 곱게 폈다. 둘이 앉아있는 테이블 위로는 아까 전 주기적으로 간식을 챙겨준 세바스찬으로 인해 수북히 쌓인 고급진 접시들이 쌓여있었고, 그 옆으로 시엘의 문제집과 해설지. 그리고 지우개 가루와 여러 필기도구들이 어지럽게 놓여져있었다. 물론, 시엘의 문제집은 너덜하다 못해 걸레짝이 되었으니 말 다했다. 시엘은 창 밖으로 보이는 노을을 바라보다 이내 나를 보며 물었다.




“밥, 먹고 갈래?”

“저녁?”

“응, 세바스찬 요리도 잘해.”




조소를 띄우며 말한 시엘은 테이블 위를 천천히 정리하기 시작했다. 요리야 뭐, 간식을 먹어서 잘할거라 생각은 했다. 아니, 그 보다 그렇게 제안을 하면 거절을 못하잖아. 내가 먹을거에 약한 건 어떻게 알고. 그렇게 생각한 나는 시엘을 도와 테이블을 정리했다. 뭐, 과외해준 값이라 생각하고 감사히 먹어야겠다.

테이블을 정리한 나와 시엘은 다른 사용인을 따라 식당으로 향했다. 저녁이라 그런가 저택이 더 커보이고, 무서워 보였지만. 애써 아닌 척하며 식당의 들어섰다. 식당은 저택의 걸맞게 웅장했다. 100m쯤은 될 것 같은 테이블과 수많은 의자들. 그리고 그 위로 있는 음식들은 하나같이 고급져 보였다. 그제야 나는 시엘이 점심에 왜 그렇게 점심을 깨작거렸는지 알 것 같았다. 시엘은 자연스럽게 자신의 자리의 앉았고, 여전히 식당 입구의 멍하니 서있는 나를 보며 시엘이 말을 건넸다.




“안 앉아?”

“아, 응. 앉아야지.”




시엘의 물음에 나는 그제서야 내 자리의 앉았다. 빛이 날 것만 같은 접시와 은식기들. 나는 최대한 얼마 전 보았던 프랑스의 식사법 이라는 책을 기억해 식사를 시작했다. 다행히, 식사는 잘 마무리 되었다. 시엘은 집까지 바래다주겠다며, 가디건을 걸치고 나왔고, 결국 같이 차에 오르게 되었다. 차를 타고 달리는 동안 왜 그렇게 눈꺼풀이 무겁던지, 결국 잠에 빠져들고 말았다.




“...잘 자, 좋음 꿈 꿔. 세시아.”

“...”




잠에 빠지는 순간 시엘이 뭐라 말하는 것 같았는데, 기분 탓인 걸까?




“많이, 좋아해.”




안 돼, 시엘이 지금 무슨 말을 하는지 제대로 들어야 하는데, 물어봐야 하는데. 이 망할 놈의 몸은 말을 듣지를 않는다. 시엘, 시엘. 나도 좋아해. 많이 좋아해. 그니까, 또 만날 수 있겠지? 왠지, 눈을 뜨면 이 모든게 꿈일 것 같아. 마치, 신기루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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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화 신고 2017-06-18 00:13 | 조회 : 2,122 목록
작가의 말
시우미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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