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F 시리즈. 만약, 둘이 현실세계에서 만났다면? (2)

애매한 대답. 아까도, 지금도. 시엘은 그렇게 말하고는 나와 같이 아이스크림을 입에 물었다. 달달한거 안 좋아하게 생겨서는, 잘도 초코맛 아이스크림을 먹어치웠다. 그런 시엘의 옆모습을 보던 나는 뭐에 홀리기라도 한 듯 입을 열었다.




“처음 네가 반에 들어섰을 때, 보았던 눈동자가 내 머릿속에서 떠나지를 않아.”

“...왜?”




난간의 기댔던 몸을 돌려, 이번에는 하늘로 시선을 두며 말을 이었다. 그런 내 손에는 어느새 녹아버린 아이스크림이 들려 있었다.




“그 눈동자를 잘 아니까, 그 눈동자는...”




하늘로 향했던 눈을 시엘로 돌렸다. 내 시선을 느낀 시엘도 나를 바라본다. 우리 둘의 시선이 허공에서 제대로 마주쳤다.




“모든걸 놓아버린, 텅 비어버려 공허한 눈동자니까.”




바람이 불었다. 말을 끝마친 나와 시엘의 사이에. 그 바람은 우리 사이를 지나 어디론가 가버렸고, 바람이 그치자 시엘은 내게서 시선을 돌렸다, 나도 시선을 돌리며, 대화는 일단락되었다.




“오늘 방과 후의 시간 있어?”

“어?”




오후 수업시간 10분 전을 알리는 예비 종이 울리는 소리가 들려와, 우리는 아쉬움을 뒤로 한 채 옥상을 나왔다. 반으로 향하는 계단을 시엘보다 조금 앞서 걷고 있는데, 뒤에서 시엘이 조심스럽게 물어왔다. 예상도 못한 물음의 내가 되물어 보자, 부끄러운 듯 나와 시선을 마주치지 못하는 시엘이 있었다. 이런걸 동질감이라고 하던가.




“그래!”




시엘의 자기 집 초대로 인해 기분이 괜스레 좋아졌다. 처음 만났을 때는 이 아이와 그렇게 친해질 수 없을 것 같았는데. 밥도 같이 먹고, 같이 놀고, 이야기도 나누다니.




오후 수업은 금방 끝났다. 그리고 좋아하는 과목이 아니어서 잠으로 시간을 보내서 일지도 모른다. 아니, 시엘이 자기 집의 놀러오라는 말 때문일지도 모른다. 담임의 종례가 끝나고, 청소 당번들은 청소 도구를 들고 청소를 시작하는 방과 후. 시엘은 어느새 가방을 챙겨 내 자리로 다가왔다.




“가자, 세실.”

“응!”




시엘과 나란히 학교를 나섰다. 그리고, 정문을 막 지나려던 찰나. 시엘은 익숙하다는 듯이 정문 앞의 주차되어 있는 검은 색의 외제차의 몸을 실었다.




“뭐해? 안 타고.”

“너, 부잣집 도련님이였어?!”




아니, 행동이나 모습에서 조금은 그렇게 생각 했지만. 막상 이렇게 보니 이상하잖아. 나는 마른 침을 삼키며 시엘이 올라탄 외제차의 몸을 실었다. 나, 얘랑 정말 이렇게 지내도 되는 걸까?




차는 빠르게 도시를 벗어나 점점 외진 곳으로 향했다. 가는 동안 시엘은 창 밖으로만 시선을 두고 있었다. 그런 시엘을 잠시 바라보던 나는 조금은 몰려오는 피곤함의 살며시 눈을 감았다.




“세실, 세실.”




시엘의 부름의 화들짝 놀라서 깬 내가 놀란 눈으로 시엘을 바라보았다.




“으, 응?!”

“다 왔어, 내려.”





시엘의 말에 나는 주위를 둘러보았다. 산 속인 듯, 도시보다 맑은 공기. 그리고 차에서 내린 내 눈의 보이는 건. 거대한 저택과 앞마당. 차를 볼 때부터 알아보았지만, 이 정도일 줄은...




“세바스찬.”

“네, 도련님.”




신기함의 이리저리 둘러보는 사이. 시엘은 아까 전 운전을 맡았던 남자를 불러, 뭐라 지시하기 시작했다. 그러던가 말던가, 나는 저택을 둘러보며 감탄사만 늘어 놓았다.




“자, 내 방으로 가자.”

“응!”




점점 더 이 저택이 궁금해졌다. 그리고 덩달아 시엘도. 시엘을 따라 방으로 향하는 길. 중앙 계단을 밟아 올라서는 내 눈앞의 사진이 눈에 들어왔다. 사진에는 시엘의 어머니와 아버지, 그리고 시엘로 보이는 사람과 강아지가 한 마리 그려져 있었다. 시엘의 어머니는 엄청나게 상냥해 보였고, 강아지는 어린 시엘만 했다. 그리고 아버지는...




“세실?”

“아, 지금 가!”




조금 더 자세히 보려던 찰나, 시엘의 부름의 나는 황급히 발을 돌릴 수 밖에 없었다.
시엘을 따라 들어온 방은 저택만큼이나 넓었다. 내 방의 4배 정도? 그 큰 방에는 성인 남서 3명이 누워도 클 정도의 침대와 책상, 의자 등이 있었다. 시엘은 방 한 쪽 구석의 있는 테이블의 나를 안내했다.




“세바스찬이 간식을 내올거야.”

“세바스찬이면, 아까 그 사람?”

“응.”




시엘은 그렇게 말하며 가방에서 무언가를 꺼내 책상 위에 올려놨다.





“응? 문제집?”

“응, 몸이 많이 아파서 학교를 많이 쉬었거든. 공부 좀 도와줘.”




그렇게 말한 시엘은 펜을 하나 내게 건내며 말했다. 그런 시엘이 건넨 펜을 받으며 자세를 고쳐 앉았다. 그렇게, 둘 만의 과외가 시작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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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화 신고 2017-06-01 02:14 | 조회 : 2,316 목록
작가의 말
시우미키

헿 오랜만이에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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