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F 시리즈. 만약, 둘이 현실세계에서 만났다면?

나는 항상 학교에서 왕따를 당했다. 왕따를 당한다고 해서, 맞거나 돈을 뜯기는 경우는 없었다. 무관심, 그게 더 나를 아프게 하고 괴롭게 했다. 왜인지 모르지만, 방관만하는 그 눈동자가 너무나 싫었다. 외면을 하려고 해도, 들려오는 나에 대한 소문들. 더욱더 신경을 안쓸 수 없었다. 차라리 나를 괴롭히면, 살아있다는 느낌은 들텐데.




"야야! 완전 빅뉴스!!"




어느 반에나 있는, 정보배달원인 한 아이가 앞문을 거칠게 열고 들어서면서 말했다. 그 아이의 말에 반 아이들은 하던 일을 멈추고 그 아이 주위로 몰려들어, 얼렁 말해달라고 재촉했다. 반 아이들이 거의 모이자, 그 아이는 목을 가다듬더니 이내 입을 열었다.




"우리 반에 전학생이 온데!!"




그 아이의 말에 반은 흥분의 도가니가 되었다. 끼리끼리 모여 그 아이가 남자다, 여자다 토론을 하거나. 어떤 아이일지 궁금해하거나, 추측을 하는 아이들도 대다수 있었다. 그러는 사이, 소문의 주인공이 뒷문을 열고 반에 들어섰다. 크지도 작지도 않는 키, 오른 쪽에 찬 안대, 푸른 빛으로 빛나는 머리와 왼쪽 눈. 그리고, 남다른 분위기와 탁한 눈동자를 가진 그 아이가. 아이는 반을 쓱 훓어보더니 이내 비어있는 내 옆자리에 와서 앉아 버렸다.




평소 나 답지 않게, 자꾸 그 아이에게 시선이 갔다. 왜인지는 나도 잘 모르겠다. 그냥, 맨 처음 반에 들어섰을 때 보였던 탁한 눈동자가 자꾸만 머릿속을 헤집어 놓았다. 그 눈동자는 내가 너무나 잘 알고있기 때문이였다. 그 눈동자는,




"우와, 엄청 이쁘장하게 생겼다!"

"어디서 전학 왔어?"

"이름은 뭐야?"




생각할 겨를도 없이, 반 아이들은 전학생에게로 우르르 몰려와 질문을 해댔다. 그 모습을 보자니 절로 피곤해지는 것 같아, 애써 고개를 돌려 아까 전 부터 계속 끄적거리던 그림을 바라보았다. 하, 언제나 내 그림은 볼품없다. 나는 낮게 한숨을 내쉬고는 그대로 책상위로 엎드려 버렸다. 그리고 곧, 잠에 빠져들었다.




"야."




내가 눈을 뜬 건, 굉장히 낮은 듯 아닌 듯한 목소리가 나를 향했을 때였다. 부스스, 눈을 뜬 나는 곧바로 내 눈앞에 보이는 푸른 눈동자 때문에 그만 소리없는 아우성을 치며 넘어지고 말았다. 다행인지, 불행인지. 반에는 나와 내 앞에 있는 이 아이를 제외하고는 없었다. 민망함에 목을 가다듬으며 자리에서 일어난 나는 앞에 서있는 아이에게 시선을 돌렸다.




"왜 불렀어?"




나의 물음에 아이는 고개를 갸웃거릴 뿐. 어떤 말도 하지 않았다. 덕분에, 우리 둘 사이에 어색한 침묵이 흘렀다. 침묵이 이제 막 1분을 넘길 때 즘. 그 아이가 입을 열었다.




"밥, 같이 먹자. 나 오늘 전학와서 친구 없으니까."




반 강제적인 발언. 하지만 왜인지. 나는 그 아이의 말에 고개를 작게 끄덕일 수 밖에 없었다. 그 아이와 나란히 교실을 나와 복도를 걷는 지금. 나는 그제서야 이 아이의 이름도 모른다는 것을 깨달았다. 급식실로 향하는 계단을 밟는 지금도, 우리둘 사이에는 그 어떠한 말도 오가지 않았다. 그리고, 이내 급식실에 도착해 배식을 받을려는 지금 그 아이가 입을 열어와...




"내 이름은 시엘이야. 넌?"




생긴거와는 다른 상냥함에 한 번, 내 이름을 묻는 너를 본 순간 봐버린 미소의 두 번, 너에게 심장이 빠르게 뛰었다. 나는 식판을 들고 앞으로 걸음을 옮기며 애써 떨리는 목소리를 가다듬으며 말했다.




"난, 세실이야."




내 이름을 들은 시엘은 고개를 주억거리더니 이내 입을 열어왔다. 아까보다 조금은 싸늘한 목소리로.




"넌 왜 친구가 없어?"




정곡을 찔러버리는 시엘의 질문에 몸을 흠칫 떨고 말았다. 배식을 받고 앉을 자리를 몰색한 나는 시엘보다 앞장 서서 자리에 앉았고, 이런 나를 뒤따라 온 시엘이 맞은편에 앉아다. 시엘이 앉는 것을 확인한 나는 약간은 싸늘한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




"그냥, 학기초 부터 없었어. 뭐, 굳이 만들고 싶다는 생각도 없었고... 그래서 지금 이 상황인거야."




대답을 마친 나는 숟가락으로 국을 떠 입으로 가져가며, 앞에 앉은 시엘을 곁눈질로 바라보았다. 시엘은 아직 음식에 손도 안댔고, 내 대답이 맘에 안들은건지 급식 메뉴가 맘에 안드는건지 모르게, 표정이 상당이 구거져있었다. 나는 입안에 멤도는 국을 넘기며 시엘에게 물었다.




"왜 그래?"




내 물음의 시엘은 멍한 시선을 내개로 던지며 입을 열었다.




"맘에 안들어."




금방이라도 나를 집어 삼킬것 같은 시엘의 푸른 눈동자가 그 한마디를 끝으로 사라졌다. 뭐지, 뭘까. 이 아이는 도대체 뭐지?




그 후, 우리는 한마디도 나누지 않고 밥을 먹었다. 식판을 깨끗이 비우고 나서야 자리에서 일어난 나와 시엘은, 급식실을 나와 교실로 향하려던 발을 돌려 옥상으로 향했다. 물론, 이런 우리의 손에는 밥을 먹은 후 입가심을 해줄 아이스크림이 하나씩 들려있던 참이였다. 옥상 문을 열고 들어서니, 산들거리며 봄바람이 불어오고 있었다. 시엘도 그 바람이 맘에 드는지 가만히 서서 눈을 감고 있을 뿐이였다. 나는 손에 들고있던 아이스크림을 입에 물고는 옥상 난간에 다가서 기댔다.




"아까 그 말. 무슨 뜻이야?"




봄바람이 여전히 계속 불어와, 내 머리를 헝크리는 현재. 내 물음을 들은 시엘이 내 곁으로 오며 입을열었다.




"그냥, 다."




애매한 대답. 아까도, 지금도. 시엘은 그렇게 말하고는 나와 같이 아이스크림을 입에 물었다. 달달한거 안좋아하게 생겨서는, 잘도 초코맛 아이스크림을 먹어치웠다. 그런 시엘의 옆모습을 보던 나는 뭐에 홀리기라도 한 듯 입을 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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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화 신고 2017-04-07 02:57 | 조회 : 2,777 목록
작가의 말
시우미키

헑 중세풍만 쓰다보니 현실이 쓰고 싶었던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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