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집사, 목걸이

나는 이 세계가 좋다, 맘에 든다. 전생에서 판타지 세계를 동경해오던 나에게는 이 세계는 정말, 꿈만 같은 곳이다. 악마와 계약한 사람, 사람들의 영혼을 정리하는 사신, 악마보다 더 악마같은 천사까지. 아, 이 얼마나 좋은 세상인가. 하지만, 나는 정작 이 곳에서 그 누구도 아니었다. 그저, 악의 귀족으로 유명한 팬텀 하이브家의 양 동생일 뿐. 내게는 세바스찬 같은 악마도, 시엘같은 명석한 두뇌도 없다. 그래, 나는 전생과 다를바 없는 그저 평범한 꼬마 아이일뿐이다.



"지루해ㅡ."



팬텀 하이브라고 해서 내게 그렇게 특별한 삶이 주어진건 아니었다. 일은 거의다 형이 처리했고, 저택은 세바스찬이 담당하고 있었기에, 나는 잉여나 다름없었다. 이거, 왕따가 된 기분인데. 나 홀로 방에서 창가에 앉아 멍하니 있는다. 아까전 다나카가 내준 홍차는 진작에 식어버린 뒤라, 나는 쿠키로 손을 뻗었다. 그리고 그 순간, 방 한 구석에서 고양이 울음소리가 들려왔다.



"먀아오옹ㅡ."

"...고양이?"



의자에서 일어난 나는 소리가 나는 곳으로 조심이 걸음을 옮겼다. 세바스찬의 고양이 인가? 옷장에서 들려오는 소리같아 옷장문을 열어보니 그 안에는 온 몸이 검은 고양이가 있었다. 그리 어려보이지도, 커보이지도 않는 고양이는 나를 보자마자 울었다. 눈물을 쏟아낸다거나 그런건 아니지만, 고양이의 울음소리에는 어딘가 모를 서러움이 묻어났다. 그런 고양이를 안아들었다. 이렇게 보니 오드아이를 가진 희귀한 아이였다.



"넌 어디로 들어왔니?"

"냐아아ㅡ."



그래, 그래. 아무것도 묻지 않을게. 고양이를 데리고 자리로 돌아온 나는 내 무릎에 고양이를 앉힌 뒤, 머리를 쓰다듬어 주었다. 그러자 기분이 좋은 듯 그르릉 거리는 아이가 어딘지 모르게 귀여웠다. 근데 진짜 어디로 들어온걸까. 세바스찬을 따라 들어왔나? 그랬다면 형이 가만히 있지 않을텐데.



"밥은 먹었어? 밥 줄까?"

"캬아아ㅡ."



어, 내 물음에 고양이가 갑자기 돌변하더니 내 무릎에서 뛰어내렸다. 그러고는 살짝 열린 내 방문 밖으로 사라졌다. 뭐야, 따라오라는 건가? 의자에서 일어난 내가 조심이 방문을 열자 기다린건지, 고양이가 복도 너머로 걸어간다. 그런 아이의 뒤를 열심히 따랐다.



그리고, 도착한 곳은 지하실이였다. 내가 애니메이션에서 본 적없는, 하지만 알거 같은. 어둡고 칙칙한 곳이였다. 고양이는 어디로 간건지 안 보였고, 그 곳을 밝혀주는 건 횃불 뿐이였다. 그리고 그때, 어둠 속에서 두 눈이 빛났다. 분명, 아까 본 아이의 눈이였다. 그 눈을 따라 가까이 갈려는 순간, 목소리가 들려왔다.



[꼬마야, 너는 마법을 믿니?]

"프랑스어?"



고양이가 말을 하는 것도 신기했지만, 이 세계는 원래 그러했기에 내비뒀다. 무엇보다 문제는, 저 고양이가 프랑스어를 한다는 거다. 물론, 프랑스어도 배우고 있다만. 그렇게 유창하게는 못하는데.



[마법을 믿냐고 물었다, 꼬마.]

[...악마도 나오는데, 마법은 못 믿으건 뭐야.]

[그럼 이야기가 빠르겠군.]



다행이도 전생의 배웠던 프랑스어가 조금은 도움이 되었다. 듣는건 못하지만, 말은 잘하기에. 고양이가 말하는 말 중 몇개의 단어만 해석해 대답했다. 고양이는 여전히 어둠 속에서 눈을 빛내며 말을 이었다.



[너에게 신기한 힘을 하나 줄게.]

[신기한, 힘?]

[그래, 하지만 그 힘을 끌어내는 건 네 몫이야.]

[...그 힘이 뭔데?]



내 대답에 고양이가 작은 목걸이를 내게 던져주었다. 그 목걸이를 얼떨결에 받아든 나는 다시 고양이가 있는 쪽을 바라보았지만, 고양이는 흔적도 없이 사라진 후였다. 대신 지하실 가득 울리는 고양이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 힘을 어떡해 끌어내고, 어떡해 쓰는지는, 너에게 달렸다. 그럼, 행운을 빌지. 꼬마.]

"잠ㅡ!"

"세시아 도련님ㅡ!"

"...칫."



사라지는 고양이를 불러내려는 찰나, 위에서 메이린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나를 부르는 소리에 나는 뒷말을 삼키며 황급히 계단을 올랐다. 이게 뭐야, 너무 내 뜻대로 흘러가는거 아니야?





* * *





"세시아."

"응, 형아."



저녁 시간, 유일하게 저택에 있는 모든 사람들이 한 자리에 모이는 시간. 저녁으로 나온 연어 샐러드를 포크로 집어 입에 넣은 형이 나를 나지막히 부른다. 형의 부름의 나는 고기를 썰다 말고 형을 바라본다. 나의 시선을 느낀건지 형도 나와 시선을 마주하며 묻는다.



"혼자 있는건 지루하지 않아?"

"지루하지만, 형은 바쁘니까."

"...가끔은 내 방에 와도 상관없다만."

"진짜? 방해 안 돼?!"



자리를 박차면서 까지 좋아하는 나를 본 형이 이내 작게 웃는다. 내가 이렇게 좋아하는 이유는, 하루종일 방에 있는 것도 있지만, 형과 있는게 즐겁기 때문이다. 방에서 책을 읽거나 혼자 있는것보다는 백배 좋으니까.



"그래, 너무 방해만 안되면 괜찮으니까."

"헤헤ㅡ, 내일 부터 형아 옆에 꼭 붙어있을거니까, 각오해!"

"좋을대로."



그렇게 말한 형은 스테이크를 잘게 썰어 입으로 가져갔다. 오늘 저녁은 어느때보다 맛있는것 같아!






* * *





"세바스찬."

"네, 도련님."



어두운 방안, 마지막으로 시엘에게 이불까지 덮어준 세바스찬이 방을 나서려는 찰나, 시엘이 나지막히 세바스찬을 불렀다. 시엘은 몸을 창가쪽으로 돌리며 말했다.



"아까 전, 세시아 목에 걸려있는거 말이야."

"네."

"조금 의심스러우니까, 조사해봐."

"본부대로."



시엘의 명을 받은 세바스찬이 촛대를 들고 방을 나선다. 세바스찬의 밤은 오늘도 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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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화 신고 2016-10-02 17:09 | 조회 : 4,347 목록
작가의 말
시우미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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