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집사, 정체

내 인사에 시엘의 인상이 보기 좋게 구겨졌다. 음, 내가 뭐 잘못했나? 그러는 사이 세바스찬이 담요를 가져와 내 몸에 걸쳐주었다. 아, 옷 때문에 그렇구나. 시엘이 자신의 이마를 손으로 짚으며 말했다.



"옷부터 갈아입혀."

"네, 작은 도련님. 방으로 가시죠."



세바스찬의 말을 따라 서재를 나왔다. 복도를 걸으며 나는 세바스찬에게 궁금한 걸 물었다.



"내 방도 있어?"

"네, 도련님이 혹시 모르니 만들어두라 하셨습니다."

"흐음, 세바스찬은 환생을 믿어?"

"네?"



어느새 도착한 내 방앞에 서며 묻자, 세바스찬이 모르겠다는 듯이 반문했다. 딱히 대답을 바라고 물은건 아니기에 나는 세바스찬이 열어준 방 안으로 발을 들였다. 방은 생각보다 크고, 쾌적했다. 내가 좋아하는 하늘색으로 도배되어 있는 듯한 방이였다. 나는 침대에 걸터 앉았다. 3살에서 갑자기 이렇게 커버린게 조금은 당황스럽지만, 뭐. 괜찮을려나.



"그나저나, 나는 몇 살이야?"

"네?"

"난 3살에서 약 먹고 큰거잖아, 그럼 나 몇살이지?"

"10살의 모습으로 해주는 약이라고 들었습니다."



그럼 나는 10살인거네? 세바스찬이 손수 입혀주는 옷을 입고 전신 거울 앞에 섰다. 살아 생전 처음보는 내 얼굴은 귀여웠다. 그래, 내가봐도 반할 정도로 말이다. 조금 신기한게 있다면, 시엘과 외관이 조금 아니, 많이 비슷하다는 거다. 실제로 같은 피도 받지 않았는데, 내 머리는 시엘과 같은 푸른 머리카락에 푸른 눈동자를 가졌다. 차이는 안대를 하고 안하고겠지만. 거울을 보며 여기저기 둘러보며 나는 세바스찬에게 물었다.



"세바스찬, 나는 환생했어."

"네?"

"음, 영혼은 18살이라고 해둘까. 보다시피 나는 10살이지만, 전생을 기억한다구?"

"..."



장난스럽지만, 어딘가 소름 돋는 웃음을 지으며 뒤돌아보았다. 세바스찬이 이런 나를 조금은 소름돋는다는 듯이 바라본다. 그런 세바스찬을 지나치며 말했다.



"이 세계를 동경했지만, 죽어서 이런데 올 줄은 꿈에도 몰랐지. 그래서 그런데, 나는 이 시계를 아주 잘 알아."

"..."

"형과 너가 계약 관계라는 것도, 너가 악마라는 것도 말이야."

"이런, 이런, 엄청난 도련님이시군요."



가느다랗게 뜬 눈으로 세바스찬을 흘겨보고는 방을 나섰다. 이런 내 뒤를 세바스찬이 따라붙었다. 갑자기 커버리기는 해도, 전생의 기억 덕에 잘 적응하는 듯 하다. 뭐, 내 말에 세바스찬은 지금 매우 신경이 거슬리겠지. 뭔가, 재밌는데?



"왔군."

"형은 바쁘구나ㅡ."

"당연한거 아닌가, 당주니까."

"그럼, 난 저택 좀 둘러봐도 되지? 세바스찬이랑."



내 말에 시엘이 움직이던 손을 멈추고는 나를 바라보았다. 그런 그에게 웃어보였다. 이 어둠침침한 저택을 내가 바꿔주겠어! 가만히 바라보던 시엘이 이내 손을 내저어보였다. 허락의 의미겠지. 나는 기쁜마음에 종종걸음으로 서재를 나섰다. 이런 날보며 시엘은 웃어보였다.




* * *




팬텀 하이브가는 여왕의 번견이니까, 나도 뒷세계를 관리하는 건가. 언젠가 이런거 해보고 싶었지만, 형이랑 나는 다른데? 형은 세바스찬이 도와준다고 쳐도, 난 아무도 없잖아. 이건 불공평해. 물론, 형이 나를 데리고 다니냐가 우선이지만. 엄청난 귀족가 답게 저택은 어마했다. 여기저기 둘러보는 나를 세바스찬이 빤히 바라보았다. 그렇게 보면 나 부끄러운데.



"저택을 잘 아시는거 같군요."

"말했잖아, 전생의 이 세계를 동경했다고."

"이해가 되지 않군요."

"글쎄, 그냥 이 세계를 만들어낸 신이라고 생각해. 그게 편할걸?"



중앙 홀을 지나치며 말하자 세바스찬은 못 말린다는 듯이 고개를 내저었다. 그렇게 저택을 둘러본 나는 누군가에게 잡혔다.



"시엘ㅡ! 보고 싶었어ㅡ!"



잠만, 이 목소리... 리지?



"엘리자베스님, 그 분은 도련님이 아닙니다."

"응? 그럼, 누구..."

"안녕하세요, 엘리자베스님ㅡ!"



리지에게 잡혀 아둥바둥하는 나를 본 세바스찬이 리지를 말렸다. 겨우 품에서 벗어난 나는 품위를 지키며 리지에게 인사를 올렸고, 이런 나를 리지가 놀란 표정으로 바라본다. 음, 어디부터 말해야 하나. 라는 생각을 하던 차에 반가운 목소리가 들려왔다.



"내 동생, 세시아다."

"어머, 시엘 동생이야? 닮았어!"

"그나저나, 여긴 왠일이지, 리지."



형, 약혼자한테 너무한거 아니야? 둘이 대화하기 편하게 뒤로 물러난 내 자리에 형이 선다. 시엘의 말에 리지가 밝게 웃어보이며 말한다.



"시엘이 보고 싶어서 왔지!"

"세바스찬, 홍차를 내와."

"본부대로."



나는 방이나 가야겠다. 둘에게서 등을 돌려 천천히 계단을 밟았다. 이런건 예의가 아니겠지만, 커플사이에 끼고 싶지는 않다. 계단을 밟는 내 등뒤로 목소리가 들려왔다.



"세시아, 너도 다과의 끼지 않겠어?"

"둘이 오븟한 시간 보내, 난 방에가서 쉴래."

"어머, 괜찮아요! 세시아 도련님!"



정말, 쉬고 싶은데요. 하지만, 나를 바라보는 네 개의 눈동자가 나를 너무 간곡히 우너하는 바람에 나는 다시 올라온 계단을 내려갔다. 그렇게 셋이 온 유희실. 항상 체스를 두거나 당구를 치는 방. 한쪽에는 유명한 팬텀사 상품들이 몇개 놓여져있다. 시엘을 모티브로 한건지, 안대를 한 토끼인형이 보였다. 흠, 체스는 조금 둘 줄 아는데. 시엘이랑 하는게 조금 마음에 걸리는 군.



"앉아, 세시아."

"응!"



형아, 조금은 재밌는 이야기를 해줄까? 원래는 이런 생각이 없었지만, 나도 형아랑 같은 길을 가보고 싶은데, 밀어줄거지? 응? 형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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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화 신고 2016-10-02 01:51 | 조회 : 5,387 목록
작가의 말
시우미키

헐.. 이런 작레기에게 5위라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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