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2. 부사장님의 소울메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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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어.. 그래서 전 뭘하면 됩니까? "


자세한 건 카페가서 이야기하자며 대학 근처 카페로 둘을 데리고 온 제하는 오래간만에 만났다는 명목으로 다현과 안부이야기를 나누었다. 그런데 어쩌다보니 그 이야기가 길어져서 30분 가까이 둘이 조잘대고 있었고 더 이상 참지 못한 하랑이 둘의 말을 끊었다.


" 아.. 미안. 그냥 시키는 거 하면 돼. "

" ...시키는 거라면... "

" 카페알바 해봤냐? "

" 네. "

" 그럼 됐어. "


하랑은 어? 하며 고개를 갸우뚱거렸다. 사무실 보조 업무라며 커피를 만들어? 응?


" 아싸. 하랑이보러 자주 가야지! "

" 오지마. 더워. "

" 에어컨도 풀로 틀면서 덥기는.. "


에라. 모르겠다...

하랑은 생각하는 것. 말하는 것을 멈추고 제하가 사준 ( 그 와중에 한잔 마시라고 했더니 가장 비싼 프라푸치노를 골랐다. ) 자바칩 프라푸치노를 마시며 휴대폰을 만지작거렸다.

휙.


" 엥? "

" 바보 같은 소리 내지말고. 내 번호 저장해 놨으니까 내일부터 나와. "

" 저기... 알바 이번 주까지라고 했는데요.. "

" ...내가 더 급해. 이번 달 알바비는 안 받겠다 그래. "

" 예? 그게 무슨.. "

" 내가 준다고. 그니까 내일부터 나와. "


넵. 돈만 주신다면야!

하랑은 재빠르게 고개를 끄덕이고 얼른 각 사장님들께 문자를 넣었다. 역시 예상대로 날라오는 건 각종 육두문자에 이 새끼 저 새끼 였지만 하랑은 익숙하다는 듯이 스팸처리를 했다.

그런 하랑의 재빠른 행동이 마음에 들었는 지, 제하는 한 쪽 입꼬리를 올리고는 한 손을 하랑의 머리 위에 올렸다.


" 새끼. 이런건 마음에 드네. "


하랑은 오래간만에 느끼는 두근거림에 생소함을 느꼈지만 이내 기분이 좋아졌다.


" 나 간다. 꼬맹이들아. "

" 응. 잘가. "


제하가 일어나서 느린 걸음으로 카페를 나갔고 하랑은 가볍게 가슴위의 옷을 부여잡고는 제하가 나간 문을 쳐다봤다.


" 야. "

" ...어? "


다현이 한동안 말없이 하랑을 보다가 진지한 목소리로 그를 불렀다. 하랑은 순간 흠칫해서 그녀를 쳐다봤다.


" ...너... 저 인간은 안돼. "

" 어..? "

" 죽어도 안돼. 저 인간한테 반하지마. "


사실 다현은 항상 힘도 없고 남자답지 않게 소극적인 하랑의 성격이 적극적으로 되길 바래서 굳이 조폭들과도 같은 남자들이 득실한 제하의 사무실에 그를 소개시켰다. 그런데 방금의 표정... 이거 본 적있어..

다현은 불안한 심정을 숨기지 않고 그대로 드러내며 말했다.


" 내 말 알아들었어? 저 인간은 안된다고. 안돼. "

" ..그게 무슨.. "

" ...너 방금 표정 고2때 학생회장 오빠한테 반했을 때랑 똑같애. "


하랑은 얼굴이 빨개지는 것 대신 귀와 목뒤가 화끈하게 달아올랐다. 얼굴로는 태연한 표정을 하며 그게 무슨소리냐는 듯이 물었다.


" 아 물론 그 인간도 개쓰레기였지만. 어쨌든 저 인간은 안된다? "

" ....왜..? "


하랑이 조심스레 물었다.


" 죽고싶냐?! 안된다는 데 말이 많아 왜?!?! "


다현이 갑작스레 테이블을 치며 소리치자 하랑은 놀란 고양이처럼 허리를 움추렸다. 아무리 다혈질이라지만 왠만해서 다현은 자신에게 소리치지 않았다.


" 휴... 너 잘 들어. 박제하 머릿속은 온통 신여주밖에 없어. 다른건 없어. 돈도 뭣도. 박제하 머릿속이며 몸이며 모든건 망할 신여우년꺼라고. 알아 들었어? "

" ....저 사람 노말 이라고? "

" 그게 논점이 아니잖아. 이 썩을!!! 노말이든 바이든! 뭐든 너가 발하나 못 디딘다고! 너 머리카락 한 올도 못 들어간다고 저 인간한테! "


다현은 답답했다. 하랑이 헤픈 남자가 아니라는 건 안다. 그래서 더 위험하다. 여지껏 좋아했던 사람이 두 명밖에 없을 정도로 그는 한 번 빠지면 푹. 고아서 없어질 정도로 빠졌다가 파스스 부서질 정도로 상처받는다.

그걸 옆에서 지켜본 다현이기에 지금 이 상황은 매우 불안했으며 답답했고 왜 이 생각을 못했을까 싶었다. 이 말은 죽어도 안 꺼낼려고 했는데...


" 너... 그 학생회장 새끼... 그 꼴난다. "


어느새 호칭이 오빠에서 새끼로 하락했다. 나름대로 효과가 있었는지 하랑의 눈이 더 커지고 몸이 흠칫하고 굳었다.


" 그 새끼보다 더한 꼴나. 그러니까 더 가지마. 위험해. 내가 확신하는 데, 회장새끼는 너한테 사랑한다는 말이라도 했지. 저 놈은... 너가 아무리 울고불고 빌어도 ... 널 한강에 던질 놈이야. "


그 말에 하랑은 그대로 얼굴이 굳었다. 그러나 이내 입꼬리가 올라가더니 다현을 향해 생긋 웃어보였다.


" 고마워. 미리 말해줘서. 네 말 명심할게. 절대 좋아하는 일 없을거야. "

" ..후.. 그래. 너 좋아하면... 내 손에 죽는다? "


하랑은 고개를 끄덕였지만 테이블 밑에 가지런히 모인 손은 덜덜 떨렸다.

다현아. 미안.



-




" 아.. 안녕하세요. "


하랑은 쉼호흡을 하고 문을 열었다. 그리고 눈을 꼭 감은채로 인사를 했다. ...어라?

너무 조용하다 싶어 눈을 슬며시 뜨니,


" 엌...."


터져나오려는 비명을 간신히 삼켰다. 다들 덩치가 보통이 아니었다. 그리고! 왜! 윗통을 까고 있는가... 나 보통아니예요. 라는 걸 보여주듯 하나같이 해괴한 문신들이 등이며 팔이며 심지어 가슴팍에도 새겨저 있었다.


" 어... 너? 뭐냐? "


덜덜덜.

이건 생존 본능이다!!


" 아.. 저 ... 알바생.. "

" 알바생? ... 아 알바생이야? "

" 이야!! 왠일로 부사장님이 이런 꽃돌이를! "

" 여자 아니였어? 에라이. 그럼 됐어. "


하랑의 등장으로 순간 멈쳤던 사무실 안이 다시 시끄러워졌다. 무서운표정을 하고 하랑을 노려보던 큰 형님(?)들은 생글생글 웃으며 농담도 던지고 하랑에게 말도 걸었다.


' 예상외로.. 나쁜사람들은 아닐지도.. '


왜 이렇게 이쁘냐며 우리 막내냐며 물어보던 말들이 한 마디에 순간적으로 다 사라졌다.


" 왜 이렇게 시끄럽냐. "

" 아 부 사장님! 이 꽃돌이가 우리 새 알바생이라며요? "

" 어? 오냐. 왜? 불만이야? "

" 나이스입니다! "


팔뚝에 늑대 문신을 한 형님 한 분이 씨익 웃으며 엄지손가락을 척하고 들어올렸다. 제하도 만족한다는 듯이 피식 웃었다.


" 야. 김부장. 걔 작은 방에 넣어놔. "

" 작은방? 부사장님 소울메이트랑요? "

" 어. 그 방에 쇼파있지? 담요나 하나 깔아주고. "

" 엥? 왜요? "

" 왜긴 왜야. 내 소울메이트랑 더 가까이 있고 더 친해지라고 하는거지. "


재하의 말에 아. 하며 납득했다능 듯이 김 부장은 하랑의 손을 잡고 일으켜세웠다. 하랑은 제하와 김부장이 무슨 말을 하는 지 모르겠지만 담요 하나 깔아주라는 제하의 배려에 빠져있었다.


" 이름이 하랑이라고? "

" 네. "

" 내 이름은 이 한서야. "

" 네? 방금 김 부장이라고... "

" 아 그거 애칭. 부장이긴한데 부사장님이 김 부장이 어감이 더 좋다고 애칭이라고 부르시거든. "


하랑은 아무말도 하지 못했다. 그리고 속으로 확신했다.


' 이 사람들... 정상은 아니야. '


하랑이 심각해져 있자 김 부장은 하랑을 향해 씨익 웃으며 말했다.


" 부사장님 소울메이트랑 얼른 친해지는 게 좋을거야. "


하랑은 혹시 강아지라도 있나 싶었다. 아... 그럼 낭팬데.. 나 강아지 싫은데... 하랑은 조그맣게 얼버무리고는 김 부장에게 끌려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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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화 신고 2016-07-26 22:00 | 조회 : 8,657 목록
작가의 말
MIRIBYEOL

아...그려논것도 올려야 되는데....ㅋㅋㅋ 2편도 잘부탁드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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