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 시작(2)

둘은 함께 2층으로 올라갔다.

2층은 1층과는 다르게 계단 앞으로 길게 복도가 있었고 양 옆으로 방이 많았다. 왼쪽으로 3개, 오른쪽으로 2개로 총 5개가 되는 듯했다.

연우는 감탄을 금치 못했다.



“오른쪽에 있는 방은 내 방이랑 서재야.
왼쪽은 작업실, 화장실, 그리고 지금은 안 쓰는 방 하나가 있는데……. ”

민운은 연우에게 2층 구조를 설명해주며 앞으로 걸어갔다.

그를 따라가다 보니,
오른쪽 벽에 액자 하나가 걸려있는게 보였다.
그 액자에는 그와 한 외국인이 단풍나무가 가득한 곳에서 행복하게 웃고 있는 사진이 담겨있었다.

‘누구지? 친구인가……. 혼혈 같아.’

연우가 그 사람에 대해 묻기도 전에
그는 왼쪽 끝 방의 문을 열고 들어가자고 손짓했다.
그리고 말했다.

“이제 네 방이야.”

연우는 하늘색 벽지로 도배된 방 안을 구경하다가 깜짝 놀랐다.

“네……?”

“너 오기 전에도 다들 이 방 썼어. 여기 쓰는게 편할 거야.
1층의 빈 방들은 손님방이거든.
아, 그리고 디자인, 미술 공부 했었다며?”

“그런……데요?”

“그 말 듣고 내가 얼마나 좋아했는데.
이쪽에 관심이 있으니까 일하는 거 재미있을 걸?”

민운은 책상 옆에 있던 의자를 끌고 와 연우를 앉히고, 자신은 바로 옆에 있는 침대 위에 앉았다.


“집안 정리정돈 외에도 네가 도와줘야 할 일이 조금 있어.
내가 가끔 아침에 못 일어나는 경우가 있는데, 그럴 때 깨워줬으면 해. 알람 소리도 못 듣고 세상 모르게 자다가 일을 그르친 적이 좀 있거든.”

그는 그 날의 일을 생각하며 한숨을 쉬더니, 다시 말을 이었다.

“그리고 밤에는 내가 작업실에서 디자인하고 옷을 만들 거든. 해야 할 양이 많다 보니까, 혼자서는 조금 무리가 있어. 어려운 거 안 시키니까 걱정 말고 옆에서 조금만 보조해주면 돼.”

연우는 디자인이라는 말에 눈을 반짝였다.

“디자인도 해요?”

“응, 원래 회사가 이렇게 커지기 전에는 내가 절반 이상 했어. 원한다면 가르쳐줄까? 왠지 잘할 것 같단 말이야.”

민운은 몸을 기울여 책상에 팔꿈치를 대고 턱을 괴었다.

“됐어요. 별로 배우고 싶지 않아요.”
“왜?”
“오래전에 포기했으니까요.”
“내가 직접 가르쳐줄 거고, 진짜 디자이너들도 만나볼 수 있는데.”

민운은 연우의 눈을 바라보며 말했다.
그래도 그는 싫다는 표정이었다. 하지만 조금 망설이는 것 같았다.

“어차피 내 옆에 있다 보면 다 알게 될 걸.
내가 장담하는데, 그때 되면 네가 먼저 물어보게 될 거야.
궁금해 죽겠는데 안 물어보고 배겨?”

“……그럴 리는 없어요.”

“그래, 입으로 물어보는 게 아니라 엄청 궁금한 표정으로 물어보겠지.”

연우는 그의 말에 반박할 수 없었는지
당황하는 얼굴만 새빨개졌다.

민운은 그 얼굴을 보고 웃음을 참을 수가 없었다.

‘하여간 당황하면 나오는 저 표정 되게 웃기다니까.’

“이 정도면 다 알려준 것 같고, 내려가자.
소개시켜줄 사람이 있어.”



계단을 내려가니, 현관문에서 처음 보는 사람이 정장을 차려 입고 무스로 머리를 뒤로 모두 넘기고, 팔에는 큰 노트북을 끼고 들어오는 모습이 보였다.

그는 계단으로 내려오는 연우를 발견하고
그 공원에서 봤던 아이임을 알아챘다.

“어라? 그…….”

강 비서가 민운에게 그 애가 맞냐고 눈빛을 보내자
그는 아는 체 말라는 신호를 보냈다.

“그……어, 못보던 식구이네요?”

강 비서는 재빠르게 눈치채고 임기응변하였다.

“이번에 새로 구한 사람이에요. 이름은 이연우고, 저랑 동갑입니다.
연우야, 이 사람은 내 비서인데, 그냥 대충 아저씨라고 불러.”

“아뇨, 형이라고 불러요.”

강 비서는 질색하며 형이라고 부를 것을 요구했다.
그리고 악수를 청했다.

“연우씨, 맞죠? 잘 부탁합니다. 전 거기 사장님의 비서이고, 이름은 강은혁입니다. 제가 여기에 살지는 않지만, 집이 가깝기도 하고 사장님 때문에 자주 들려서 많이 만나게 될 거에요.”

“아, 네……. 저도 잘 부탁드려요.”

강 비서가 손을 내밀자
연우는 머뭇거리다가 조심스레 일어나 손을 잡았다.


“그럼 인사들 했으니 이만 가볼까요?”
“뭐야, 겨우 이 얘기하려고 부른 거에요? 너무하네 진짜…….”
“새로 온 사람 얼굴 보는 김에 저도 데려가라고요.”

민운은 드디어 한번 골탕 먹였다는 듯이 호탕하게 웃었다.

강비서는 민운을 노려보다가 하는 수 없이 일어나서 밖으로 나갔다. 민운도 현관 앞에 걸려있는 거울로 옷 차림새를 확인하고 구두를 신었다.

“저녁은 아마 못 먹을 거에요. 그럼 다녀올게요. 그리고 연우 너는 오늘부터 당장 시작할 거니까 기대하고 있어.”

그는 남은 두 사람에게 인사를 하고 나갔다.

연우는 거실 창문으로 그가 차를 타고 시야에서 사라질 때까지 시선을 놓지 않다가, 아줌마가 부르자 곧바로 그녀에게 달려갔다.

‘꿈만 같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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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화 신고 2016-07-25 20:26 | 조회 : 3,468 목록
작가의 말
로렐라이

이제 프롤로그가 끝났다고 보시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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