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메이크 25화

정적이 스튜디오를 감싸고 MC마저 긴장하고 있는 이 순간.

"형편없네요."

정적을 깨고 웃으면서 독설을 날리는 유세현을 그저 바라만 보고 있는 사람들이었다.

10분전.
무대에 오른 이들은 간단한 인터뷰와 함께 노래를 했다.

"와... 정말 엄청나네요."

심사위원들은 모두 무대 위의 참가자들을 향해 감탄사를 내뱉었다.
하지만 유세현 그는 오묘한 표정으로 경청한다.

"저번에도 말했었지만 기대한만큼 실망도 큰거 같습니다."

정말 실망이라는 듯이 말하고 있었지만 표정만큼은 아니었다.

"유유빈, 고지한 아니. 쓰리콜라보에게 저는 합격을 드릴 수가 없네요."

마침내 이름까지 언급하며 둘에게는 빨간 불빛의 불합격이 떴다.

"아..... 왜죠? 저는 준비도 잘해왔고 둘의 호흡도 완벽했다고 생각합니다."

심사위원 중 하나인 하나양이 정말 모르겠다는 듯 세현에게 물어본다.

"노래는 단순이 잘부른다고 해서 좋은 노래가 아니죠."

유세현은 하나양을 바라보며 말한다.

"기교뿐인 노래는 노래로 인정할 수 없습니다."

유세현의 말에 스튜디오가 술렁인다.
그리고 그 말에 어느정도 공감한다는 듯한 표정들이었다.

"화려한 기술이 오히려 독이 된거 같네요."

다시 둘을 쳐다보며 유세현은 웃는다. 그리고 마지막 일격을 가한다.

"다음에도 뵐 수 있었으면 좋겠네요. 저는 아직 두분에게 기대하는게 많으니까요."

입은 웃고 있었지만 눈은 전혀 웃고 있지 않았다.
멜로는 그런 유세현을 곁눈질로 쳐다보다 시선을 돌린다.

"세현씨가 한 말이 아주 틀렸다고는 못하겠지만... 다시 생각해보시죠."

둘에게 시선을 고정시킨 멜로는 부드럽게 웃으며 말한다.

"잘불렀다고 생각하지 않았습니까? 기교뿐인 노래는 노래로 인정할 수 없는것처럼 감정뿐인 노래도 노래라고 인정할 수 없습니다. 오히려 부족한 감정을 기교로 잘 감춘것에 큰 점수를 주고 싶네요."

파란 불이 들어오며 합격 표시가 뜬다.
멜로는 잘했다는 듯 엄지를 치켜 세워준다.
유세현이 불합격을 주었지만 남은 심사위원들은 멜로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며 저마다 심사평과 함께 기대한다는 말을 끝으로 합격을 주었다.

"4표..."

하지만 이번 오디션은 과반수 투표가 아니었다.
둘의 대전 상대는 미국계 한국인으로 하프인 여자였다.
자유 자재로 넘나드는 음역대와 음을 가지고 놀듯 부드럽게 타고 노는걸로 주목받는 사람이었다.
이 사람이 5표를 모두 받는다면 둘은 탈락하게 되는 것이다.

"제인. 노래 준비 되었나요?"

"......"

무대에 올라선 제인은 무언가 불편한듯 아니, 절망스러운 표정을 짓고 있었다.

"네."

한참의 침묵 끝에 제인이 대답을 하자 반주가 흘러나온다.

"...어?"

결과는 놀라웠다. 제인의 노래는 그녀의 표정처럼 절망스러울 정도로 끔찍했다.
갈라진 목소리가 마이크를 타고 뻗치면서 최악의 음악을 만들어내고 있었다.
결국 제인은 중간에 마이크를 내려놓고 눈물을 흘리기 시작했다.

"제인..."

안타깝다는 듯이 하나양이 제인의 이름을 부른다.

"괜찮습니다."

제인은 눈물을 닦고 하나양을 본다.
그녀는 오디션을 며칠 앞두고 성대결절이 와 노래를 부를 수 있는 상태가 아니었다.

"정말...괜찮습니다..."

괜찮다고 말하는 목소리조차 심하게 갈라져서 알아듣는게 어려울 정도였다.
결과는 4표의 불합격과 마지막 심사위원이었던 하나양의 합격표였다.

"제인은 물론 불합격이지만 음악을 완전히 포기하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에 던져봅니다. 다시 돌아올거라고 믿고 있을게요. 제인의 노래는 언제나 자유롭고 듣는이로 하여금 즐거운 감정을 떠오르게 하니까요."

그렇게 그녀의 노래가 끝났다.
컨디션의 악화까지도 오디션의 일부분이라며 그것이 자신들이 될 수도 있음을 상기하며 참가자들이 그녀에 대한 안쓰러움을 표했다.

이번 오디션에서는 15명의 합격자와 3명이 패자부활전으로 올라오게 된다.
두사람은 15명의 합격자에 이름을 올리며 대기실로 돌아간다.

"후우..."

분명 이겼지만 그렇게 썩 좋은 기분이 아니었던 두사람은 대기실 모니터를 본다.
그곳에는 다음 참가자들이 있었고 그들은 유세현이 키우는 쌍둥이었다.

"댄스곡을 선곡하셨는데."

쌍둥이들은 댄스곡을 선곡했고 자신만만한 표정으로 노래를 시작한다.



그리고 모두의 예상을 깨고 흘러나온 노래는 발라드였다.

"댄스곡을 발라드로 편곡을 해??"

자칫 잘못하면 댄스곡의 흥과 신나는 리듬을 기억하는 사람들에게는 안좋게 작용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 지한이는 놀란 눈으로 둘의 무대를 본다.

"놀란 토끼 눈으로 날 보던."

"귀여운 모습이 맴돌아."

두 사람의 무대는 중반을 접어들었고 화려한 움직임 대신 감정에 충실한 무대였다.
그러나. 간주가 끝나고 리듬이 변하더니 템포가 빨라진다.

"저기 자기 나를 좀 봐."

"너의 사랑을 봐."

"여기 여기에 서있는 나를 좀 봐."

"저기 자기 나를 좀 봐."

"사랑스런 모습을~"

처음에는 조심스럽게 그러나 얼마 안있어 둘은 무대를 장악하고 화려한 춤과 함께 노래를 이어간다.

"그대 눈에 새겨줘."

둘의 무대는 넋을 놓고 바라보게 만들었다.
감정이 충실한 앞부분과 엄청난 무대 장악력을 보여주는 후반.

"유세현..."

둘은 그들의 모습에 입을 다물 수 밖에 없었다.
결과는 5표 만점. 화려한 박수 속에 두사람은 대기실로 이동한다.

"이게 누구야~ 세현 세현한테 쿠사리 먹은 놈들 아니야~"

"까불지마. 존중을 하라고."

"소소한 잔소리 좀 그만해."

소연은 대꾸도 하지 않는 유빈이와 지한이를 놀리며 소한이와 함께 자리에 착석한다.
소한과 소연은 꾸준히 떠들고 있었지만 유빈이와 지한이는 가벼운 저들의 공기와는 다르게 무겁게 가라 앉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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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화 신고 2020-07-03 23:51 | 조회 : 1,364 목록
작가의 말
약쟁이

잘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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