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화


"너네 셋말이야."

"응."

"좋아하는 음악 장르가 어떻게 돼?"

"힙팝쪽이려나. 발라드도 좋아하긴 하는데 기본적으로 신나는 쪽을 좋아하지."

"랩 할 줄 아는 애가 있긴해?"

"형용이가 노래도 되고 랩도 되는 사기캐야."

"그럼 영화는? 로맨스? 아니면 히어로물? 공포?"

"..음.. 역시 히어로물.. 그보다 왜 묻는거야?"

지금 내가 하고 있는 일은 사전 조사다.
곡을 만들라고 해도 난 내 생각대로 만든적은 있어도 누구에게 맞춰서 만들어본 기억은 없으니까 말이다.

"사전조사."

"...공포가 좋다고 하면 어떤 곡이 나오는건데?"

"사람들을 깜짝 놀래키는 곡이 나오겠지."

"깜짝?"

"깜짝이라고 해도 노래 말고 무대 효과가 되겠지만."

"....."

"뭐 랩이 된다면.."

나는 유빈이에게 대강의 정보를 듣고 방으로 들어왔다.
앞으로 일주일.
절대로 그자식 코를 납작하게 만들어 주겠다는 일념하에 방 안에서 대량의 A4용지와 오선지를 들고 엄마의 작업실로 갔다.
방 앞에는 일주일간 방해하지 마시오. 라는 문구를 걸어두고 문까지 걸어 잠궈 버렸다.
그래서 일주일 동안 밥도 잘 안먹는 나 때문에 이호 형은 많은 걱정을 했다고 한다.

"야.. 너 괜찮냐..?"

"뭐가."

"잠은 자는거야?"

"응."

"대체 그게 뭐라고 그렇게까지 하냐.."

"가온아."

"응.."

"영어 선생님은 천사야. 잘 수 있게 해줘."

"..정신 차려 이빈아.."

"zzz...."

학교에서도 거의 이런 식이였다.

그리고 발표 바로 전날.

"가이드 녹음?"

나는 평소에 알고 지내던 엄마 회사의 엘리트 분들에게 도움 요청을 했다.

"뭐. 못해줄건 없지."

세명이서 가이드 녹음을 해주었고 그렇게 곡이 탄생했다.

그리고 다음날.

"막둥아. 나가야 한다며."

"으응.. 5시간만..."

"누굴 닮았는지 참 양심없다. 보통은 5분 이잖아?"

"엄마아.. 졸려요.."

"빨리 일어나서 가."

"네에.."

엄마의 손에 깨워져 유유빈에게 씻겨지고 그대로 질질 끌려나가 다신 가기 싫었던 형용이네로 도착했다.

"이빈아.. 정신 좀 차려봐.."

일주일간의 피로가 쌓여서 도저히 정신을 못차리고 잠이들었다.
그러자 그들은 내 주머니에 들어있던 USB를 꺼내서 컴퓨터에 연결하더니 멋대로 꺼내 들었다.



♪♬♩~

가만히 앉아서 아무것도 하기 싫었어.

누가 대신 학교를 가고

누가 대신 내 삶을 살아줬음 했어.

나약한 자신이 뭘 해야 할지도 모르고

후회하기 싫어서. 도망만 쳐왔어.


가만히 앉아서. 아무것도 하질 않았어.

그냥 흘러가는대로 살아왔어.

어느날 길을 가다 흘러 나오는 노래에 무심.코 발을 멈췄어.


oh oh 안녕하세요

내 이름은 강형용.

형형 색색 그건 날 두고 하는 소리.

난 어떤 색에도 구애 받지 않는 멋쟁이.

날 따라오고 싶으면 그 자존심 끝까지 지켜라.

왓? 아무도 몰라 나도 몰라. 앞으로 나 자신이 어떻게 될지는.

그러니 그 자존심. 끝까지 지켜라. 멍청하게 굴다간 그 자존심부터 짓밞힌다.

이제 나와 함께 할 준비가 됐으면 외쳐라. 원 투 쓰리 ! 세상이. 미쳐. 돈.다!

Oh oh oh oh oh oh oh oh.


아무것도 하지 않기엔

Oh oh oh oh oh oh oh oh.

시간이 너무 많아.

Oh oh oh oh oh oh oh oh.

학교에서는 가르쳐주지 않는.

Oh oh oh oh oh oh oh oh.

내 자신을 살아가는 방법.

♪♬♩~


일절만 들고 왔던 노래가 끝이 났다.

역시.. 형들은 노랠 참 잘해.

"괜찮다. 특히 랩 부분이 멋있어."

"가사도 좋은거 같아. 아무것도 하지 않던 사람이 tv를 보고 움직이게 되었다는 거잖아? 오디션에서 써먹기도 괜찮을거 같아."

수근 수근.

"이빈아. 일어나봐."

"응..?"

살짝 눈을 뜨고 멍한 정신을 붙잡고 일어나 앉았다.
그러자 지한이가 뭔가 말을 하려고 입을 움직였다.
하지만 강형용이 더 빨랐다.

"이 곡 우리 줘!!!"

반짝 반짝 빛나는 눈이 코 앞까지 가까이에 왔다.
그래서 나는 자신있게 말했다.

"싫어."

그리고 그대로 잠이 들었던거 같다.

훗.훗.훗. 일절만 들고와서 어떻게 하지도 못할게 분명하다.


+


"으아악!! 짜증나!!!"

벌써 이틀째다..

"강형용!!!!!"

그새끼는 진짜 또라이다.

"대체 뭐야 그자식은!!!"

2일째 끈덕지게 나를 따라다닌다.
심지어 학교가 다른데도 불구하고 그녀석은 우리 학교에 나타날 정도였다.

게.다.가!!

"너 왜 우리집에 있는거야!!!"

"곡 줘!"

"아아악!!!!!!"

요즘은 우리 집에서 밥까지 먹고 간다.
안그래도 집에 여자가 엄마 하나라 복잡하고 미어터지는 집인데 녀석 까지 오니 정말 말도 못할 정도다.

"후하. 후하. 후하. 진정해. 절대 곡은 주지 않아!!!"

대체 누구 좋으라고 내가 곡을 그녀석들한테 줘야 한단 말인가!

"잘 생각해봐. 너도 니 곡이 어디까지 올라갈지 궁금하잖아?"

"악!! 깜짝이야!!!"

"어때. 궁금하지~? 응? 궁금하잖아!"

"안 궁금해 미친놈아!!!!"

"에이 에이 에이 그러지 말고 우리한테 주세요. 일등 만들어 줄게."

"시끄러!!"

"뭣하면 상금도 줄까? 우리 집 부자라서 그런거 필요없는데."

"은근 슬쩍 자랑하지마! 서민 무시하냐!?"

"서민이라니. 너희 집도 잘 사는걸로 아는데. 거짓말은 노노해."

"너야말로 노노하니까 제발 사라져!!!"

"싫은걸? 아! 너도 우리 맴버로 넣어줄게!! 이름 같이 올리면 좋겠다. 신청서 다시 작성해야지."

"야! 사람 말좀 들어! 야!!!!!!!"

뒤도 안돌아보고 사라지는 형용이..

"정말 저녀석을 형용할 말이 없네.."

심지어 날 작다고 하는만큼 큰 녀석이라 사라지는것도 빠르다.

"훌쩍 훌쩍. 대체 왜 학교에서까지 저녀석을 봐야 하는 거냐구.."

점심시간이면 어김없이 나타나는 그녀석 때문에 나는 요즘 불안해서 살 수가 없다.

"응? 유빈아 여기서 뭐해?"

"...!"

"왜그래? 못볼거라도 봤...! 으읍..!!"

체육관 쪽을 지나치다가 뭔가를 보고 있는 유빈이를 툭툭 쳤더니 놀래서 나를 보던 유빈이가 내 입을 틀어막고 다시 뒤쪽을 본다.

"조용히해."

대체 뭐 때문에 그런가 싶어 고개를 끄덕이자 손을 풀어준다.
그리고 나와 유빈이는 벽 뒤쪽을 구경하기 시작했다.

"잠..!"

거기서는 익숙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미안. 그러고 싶지 않아."

"싫...으읍..!!"

진한 키스씬.. 벽에 밀쳐져 있는 놈이 잘 안보이지만 대충 누군지 짐작은 간다.

"응..으응..! 응..하아..아읏..! 핥..지마!"

할짝.

목을 핥기 위해 고개를 숙여 할짝이는 놈 덕분에 벽에 밀쳐져 있던 녀석의 정체가 확실히 들어났다.
역시나 예상대로의 그놈이였고 두 손이 한 손에 의해 높이 올려져 벽에 붙어있는 녀석이 가련했다.

"하읏.."

눈을 감고 볼을 빨갛게 물들이고 쾌락에 신음을 내지르면서도 빨리 끝나길 바라듯 울고 있는 녀석은 다름아닌 가온이였고.

"하아.."

그런 가온이를 이젠 정말 못참겠다는 듯이 바라보며 입술을 탐하는 녀석은 지한이였다.

"으응..응..!"

지한이 덕분에 가온이의 교복은 흐트러져있었고 단추 몇개는 떨어진듯 했다.
자유로운 한 손을 이용해 흰 티 안으로 손을 밀어 넣고 가슴을 만지작 거리자
고지한의 입때문에 막힌 입이 소리를 삼키고 비음 소리가 난다.

"가자."

"뭐? 이제 재미있는데."

"시끄러."

조용 조용 얘기하며 나를 끌고 나온 유유빈은 그들이 안보일 때쯤 되자 내게 물었다.

"난 그렇다쳐도 저거 니 친구 아니야? 안도와줘도 돼? 나라면 죽도록 패줬을텐데."

무슨 소리인지는 알고 있다.
그래서 나는 웃어주며 말했다.

"뭐가?"

가온이의 일은 난 모른 다는 듯이 말하자 유유빈은 뭔가를 더 말하려다 입을 다물어버린다.

"넌 악마냐."

"뭐. 사촌뻘은 되겠지."

사실 가온이가 많이 아깝기는 하다.
하지만 나는 도와줄 마음이 없다.
왜냐. 고지한이 나와 같은 부류기 때문이다.
잘못 건드리면 어떤 참사가 벌어질지 알기에 입다무는 것이다.
가온이가 저녀석을 발로 차고 도망치지 않는한 도와줄 사람은 없을 것이다.

"고지한은 말이지. 나랑 너무 닮았어."

"..그러냐."

나름 즐거운 학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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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화 신고 2016-07-02 18:25 | 조회 : 2,610 목록
작가의 말
약쟁이

작곡 지식이나 노래에 대해선 수박 겉핥기 식으로 밖에 모르니 이점 양해 부탁드립니다. 그리고 짧게나마 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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