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9화 - Side Story 카이엘(2) or 신하가 아닌, 친우로서

"아가씨! 클레아 아가씨!! 여기 계시면 대답해주세요!"

한참을 숲을 헤집고 다니던 카이엘은 비교적 아가씨와 자주 놀러오곤 했던 곳이 나오자, 안색이 창백해졌다.

눈 앞에 보이는 큰 나무는 분명 아가씨와 자주 놀던 장소를 의미했다. 하지만, 이 주변은 며칠 전까지만 해도 이런 공터가 아니었다. 한쪽에는 무언가를 불태운 것처럼 그을린 자국이 있었고, 나무 전체에 마력이 둘러싸여 있었다.

무언가가 많이 달라졌다.

그리고 이 변화가 모두 오늘 일어난 일 같았다. 그것도 얼마 되지 않은.

'아가씨, 저 나무에는 전설이 내려오고 있다는 거 아십니까?'

'응? 그런 것도 있었어?'

전설과 관련됐다는 말에 호기심부터 내비치며 눈을 반짝이는 클레아 아가씨에 살풋 웃으면서 대답했던 때가 불과 일주일 전이었는데.

"네, 저도 마을 주민분들한테 들은 거지만, 이 나무는 [문]이 열리기 전부터 존재했다고 합니다."

"[오페르툼] 말하는거야?"

"아십니까? 그만 할까요?"

"아니! 돌아다니다가 주변 사람들이 말하는 거 들어서 알고 있는거야, 제대로 몰라. 말해줘!"

검술수련으로 거칠어진 손을 따뜻한 손으로 꼭 잡아오는 아가씨와 함께 그 뒤로도 계속 뭔가를 주제로 한 대화를 했었다.

[오페르툼]

열매가 맺히는 것도 드물지만, 열매가 맺힌 것을 발견한 사람이 그것을 흙에 심고, 그 열매가 싹을 피워 묘목이 되면, 그 때 정말 간절한 소원을 꾸준히 빌면 그 소원을 이뤄준다는 전설이 있었다.

그리고 이 나무에는 기준은 모르겠지만, [오페르툼]의 마음에 드는 마력을 가진 이가 나타나면 [오페르툼]이 그 마력을 끌어당긴다는 소문. 그리고 지금 눈에 보이는 마력이 [오페르툼]을 중심으로 떨어지려 하지 않으려는 것을 보면, 사실인 것 같았다.

"......"
잡생각에 빠져있던 카이엘의 손에 떨어진 열매에 카이엘은 잠시 침묵했다.

*

"폐하!!!!"

'마력이 바닥나더라도 끝까지 따라갔어야 했어...! 2급 마법사면 뭐하나! 이런 일이 일어났을 때, 대처도 하지 못하는데...!!'

이런 다엠의 생각을 카이엘이 알았다면, 기겁할 생각이었다. 카이엘이 클레아를 찾지 못하고 저택으로 잠시 돌아왔을 때, 다엠은 정신력으로 버티고 있었다. 마력도 바닥난 상태에서 오직 체력만으로, 검술만으로 마물들을 모두 처리한 줄 알았는데, 마지막으로 남은 한마리가 뒤를 습격한 것을 카이엘이 보고 마물을 처리했는데.

그 후에 뭐라 말하려고 하던 다엠이 쓰러지는 것을 부축한 카이엘이었다. 그만큼 그의 상태에 대해서 잘 알고 있었다.

안그래도 어제 대부분의 마력을 국경부근에 보호진을 견고하게 정비하느라 써버린 후여서인지, 평소보다 더 피곤해했던 다엠이었다.

"무슨일인가."

"마물이 저택을 습격했습니다."

"잠깐, 마물이라고 했나? 그 지역은 탑에서 보호해주는 구역일텐데?"

"분명히. 저택에 침입한 것은 마물이었습니다. 클레아가 사라졌습니다. 죽었는지 살았는지도 모른채로! 그 조그만 아이가 대체 혼자서 어떻게 도망쳤을지. 무섭지는 않았을지. 혹여 다치지는 않았을지!"

처음에는 침착함을 유지하던 다엠이었으나, 클레아가 떠오르자 황제의 앞임에도 불구하고 언성이 점점 높아져만 갔다. 그와 함께 부들부들 떨리는 손을 발견한 황제는 생각보다 일이 심각하다는 것을 느꼈고, 일단 오랜 친우를 진정시켰다.

'이러다간... 죽도 밥도 안된다.'

"클레아리스 영애가 정말 사라졌나...?"

"사라졌습니다. 누구도 클레아의 행방을 알지 못합니다...! 대체 어디로 간건지...!"

겨우 진정시켰던 다엠의 손은 부들부들 떨렸고, 표정은 구겨졌으나, 손으로 떨어지는 물을 대충 닦아내곤, 다엠은 황제와 눈을 마주했다.

"그러니, 도와주십시오. 이건 신하로서의 부탁이 아닌, 친우로서의 부탁입니다."

눈을 마주쳐오는 친우의 눈을 한참 보던 황제는 잠시 침묵을 유지했다.

친우의 손등으로 떨어지는 물을 보며, 정확히는 그 물이, 닦아냈음에도 불구하고 다시 흐르는 얼굴을 보며 안타까웠으나, 자신은 황제였다. 감정에 치우쳐서는 안되었다.

'...하지만. 도와줄 수는 있겠지.'

"페르디온."

.
.
.

"나로서는 이게 최선이네."

황제의 말을 듣고도, 다엠은 분을 삭힐 수 없었다. 정말 이게 최선인 건지는 아무도 몰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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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화 신고 2017-10-24 01:57 | 조회 : 1,033 목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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