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8화 - Side Story 카이엘(1) or 명령이 아닌, 부탁

"아가씨! 클레아리스 아가씨!!"

저택의 입구에서 조금 떨어진 곳에서 계속 소리치는 사람은 누군가를 계속 찾고 있었다.

'차라리 아가씨와 함께 출발했다면. 아가씨께서 그런 장면을 보게 두지 않았을텐데...!! 대체 어디계시는 겁니까.'

"클레아리스 아가씨..."
평소에 그렇게 이름으로만 부르라는 걸 기어코 거절하지 말걸 그랬다. 한번 쯤은 불러줄 수도 있었는데. 기사가 뭐라고...! 이렇게 될 줄 알았다면, 한번쯤은 불러볼 걸 그랬다. 저가 거절하자, 울상짓다가 주변을 의식하고는 애써 웃는 아가씨의 표정이 떠올랐다.

카이엘은 손에 쥐여있는 아가씨의 피에 젖은 손수건을 꽈악 쥐었다.

한심했다.

그렇게 지키고 싶은 이를 위해서, 단 하나의 존재를 위해서 노력했으면서! 검술에 모든 것을 쏟아부었는데도 지금 눈 앞에 펼쳐져있는 이 결과가 믿기지가 않았다. 지금까지 한 노력들이 가장 필요한 순간에 쓰이지 못하고, 지킬 존재가 살아있는지 조차 모르는 이 상황이 카이엘의 숨통을 조여왔다.

이미 끝나버렸다.

지키고자 하는 이는 이미 눈 앞에서 사라져버렸다.

"이런 제가 기사를 계속 할 자격이 있는 걸까요..."

최대한 낼수 있는 목소리로 오랜 시간 소리친 결과, 그의 목소리는 잠겼고, 망연자실한 표정, 그리고 멍한 눈은 자신을 채찍질 함으로써 어떻게든 표정을 지우고 눈에 어떻게든 찾겠다는 의지를 내보였고, 그런 그는 그럼에도 자신에 대한 분노로 이를 갈 수밖에 없었다.

일리아님도 잃은 마당에, 하나뿐인 후계인 클레아리스님을 잃을 수는 없었다.

대공의 후계라는 자리라도 만만히 볼 것이 아니었다. 그 자리가 주는 무게는 결코 가볍지 않았다.

"검은 머리에 푸른 눈을 가졌습니다. 혹시 보셨습니까? 조금이라도 떠오르는 게 있다면 말해주십시오."

"이쪽으로 마물이 오지는 않았습니까?"

여러사람에게 물었지만, 카이엘이 원하는 대답은 나오지 않았고, 이 곳은 탑의 보호구역에 속하는데. 마물이 나타날 리가 없다고 웃으며 말할 뿐이었다.

찾는 사람은 나타날 낌새조차 보이지 않았고, 살아남은 이들이 조를 이뤄 주변을 계속 수색하고 있음에도 발견되지 않는 아가씨를 생각하며, 이를 악물고 처음 아가씨를 찾으러 나왔을 때부터 계속 눈에 들어왔던 숲을 향해 발을 옮겼다.

마을에서는 주인님의 흔적은 전혀 없었다.

그렇다면,

마물이 지나가도 티가 나지 않고, 클레아리스 아가씨를 찾을 가능성이 가장 높은 곳은 저 곳밖에 없었다.

아니길 바랬지만, 가장 높은 확률에 카이엘은 눈을 질끈 감았다.

"무사하셔야 합니다."

*

"그래서 어떻게 됐나."

"그냥 그랬죠. 아무런 것도 하지 않았는데. 저택에는 이미 마물들이 침범해 있었고, 그 일가의 일원들과 충돌하고 있는 중이었어요."

"그래서? 어떻게 했지? 설마 그 길로 그대로 온 건 아니겠지."

"설마요. 공작님, 공작부인을 호위하는 있는 것들을 모조리 죽여버렸죠~"

"왜 공작부인은 처리하지 않은거지?"

"귀찮아지면 어떻게 합니까. 저희도 입장이란 게 있는데. 직접적으로 죽이는 건 안될 말이죠."

"대공은?"

"저희 측에서 제대로 확인된 정보는 아닙니다만. 알려드릴까요?"

"말해봐."

"정보료는 더 받도록 하겠습니다~?"

"허?"

"허? 라뇨. 분명히 저희에게 의뢰하신 내용에는 공작님의 동생분만이었을 텐데요? 그런 점은 미리미리 서류를 보내주셔야 그에 해당하는 것들을 알려드리는 데. 이 정보는 그 서류에는 들어있지 않은 내용이니까요. 더 받아야죠~ 다음에는 미리미리 보내주시길~"

"잠깐, 그럼 공작부인과 함께 있는 아이는 없었나?"

"없었습니다만?"

"그럴 리가 없다. 없었다는 건 말도 안돼. 지금 그렇게 돈을 받아먹고서 똑바로 일 안하는 건가!"

"아니아니, 정말 억울한데요? 저희는 분명 공작부인에 관해서만 서류가 왔는데. 지금 무슨 헛소리를 하는 겁니까? 그 자녀에 대해서는 내용이 없었다고요. 그리고 저희는 후계는 안 건드린다고요."

"이런-!"

"하아? 진짜 말 안 통하는 분이네. 그만하죠. 어차피 서로 볼일도 끝났는데."

계속 소리치는 의뢰인을 싸늘하게 바라본 소년은 자리에서 일어났다.

"이만 가보겠습니다. 다음에는 볼 일이 없었으면 좋겠네요."

달칵-

"아아~ 짜증나네."
골목으로 나온 소년이 하고 있던 귀걸이를 만지작거리자, 귀걸이에서 빛이 났다.

"네네, 임무는 완수했어요. 이제 어떻게 할까요. 에? 임무가 아니라뇨. 당신이 부탁을 한다니 말도 안돼. 뭐, 이번 일을 마지막으로 더 맡지 않을 생각이었는데. 부탁이라면 뭐... 상관없을 것 같은데요? 저희가 애초에 움직인 것도 아니고, 그 아줌마. 딱 봐도, 자기보다 더 잘난 사람이 있는 게 싫은 것 뿐인 것 같던데요. 눈으로도 보일 정도면 다했지. 네네~ 그럼 간만에 부탁하신 건데 들어드리러 가볼까요~?"

그 말을 끝으로 귀걸이의 빛은 서서히 줄어들었고, 빛이 사라지고 나서야 은회색 눈동자를 반짝이며 골목을 향해 발을 옮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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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화 신고 2017-10-24 01:54 | 조회 : 1,024 목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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