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 아픔

나는 어릴 때부터 이상한 눈초리를 받으며 살았다.
어머니는 나에게 눈과 귀를 닫고 살으라고 하셨다. 들려도 들리지 않은 척, 보여도 보이지 않은 척하면서.

"저 애가 좀 그렇다면서?"
"쉿. 애 지나가요. 근데 애 아빠는 있대?"
"애 아빠는 없다고 들었는데.."

동네에서 나에 대한 이야기는 주요 대화 주제이다. 사실이 아닌 이야기도 사실이 되어버리는 동네 사람들의 대화.
내가 지나가도 큰 목소리로 떠드는 아주머니들. 다가가서 따지고 들 수 있겠지만 어머니께서 그러지말라고 하셨으니 그냥 참고 지나간다.

"엄마.. 이거..."
"참관수업이네? 근데 지민아.. 엄마가 일이 많아서..."
"으응.. 아니야. 꼭 안와도 되요.."
"지민아. 다음에는 꼭 갈께. 알겠지?"

어머니께서는 일이 끝나시면 늦은 밤에 돌아오시는데 힘들어도 내 앞에서는 힘든 기색을 보여주지 않는다.
나에게는 늘 밝게 웃는 모습을 보여주신다. 어머니의 영향인건지 나도 어머니 앞에서는 밝게 웃는다.
그러다가 나는 어느날 신기한 꿈을 꿨다. 꿈에서 새하얀 누군가가 나에게 아무말도 없이 손을 내밀었었다. 망설이고 있었는데 내 뒤에 서 계시던 어머니께서 잡으라는 듯한 눈빛을 보내셨고 그 손을 잡자마자 그 꿈에서 깼다.

-지민아, 엄마 일 다녀올께. 우리아들 사랑해!-

어머니의 쪽지를 읽고 그 꿈에대해 생각해봤다.
그 사람은 아무말도 안했지만 이름은 알 수 있었다.
윤기, 민윤기였다. 그런데 왜 꿈에 나왔고, 아까부터 계속 느껴지는 알 수 없는 이 감정은 또 뭔지..
혼란과 당황. 그리고 공포.. 왜 이런 감정이 느껴지는건지 모르겠다. 그 꿈을 꾼 후부터 계속 윤기라는 사람이 아른거렸다.

"아. 지민아, 엄마 그 참관수업 갈 수 있을거같다."
"진짜? 엄마 올 수 있어??"
"그럼. 우리 지민이 보러가야지!"

내가 남들과 달라도 나를 좋아해주시는 어머니가 있었기에 나는 늘 버틸 수 있었다. 학교에서 따돌림을 당해도 동네에서 무시를 당해도. 버틸 수 있었다.
하지만 나의 평화는 얼마 가지못했다.
어머니의 교통사고.. 뺑소니를 당하셨다고 전해들었다.
참관수업날. 선생님께 전해들었고.. 나는 어머니의 사고를전혀 예상하지 못했다. 그 날 수업을 빼고 병원으로 갔을 때는 하얀 머리의 남자가 있었다.
위아래 검은색 옷에, 하얀 머리와 피부.
처음보는 남자였지만 한 눈에 누군지 알것같다. 내 꿈에 나오는 민윤기였다.

"너.. 윽! 그런 감정 버려라.. 아!!"
"...민윤기...?"
"너때문에.. 사고당하신거 아니다.. 자책하지마."
"..너는. 뭐가 무서운건데..? 내가 무서운거야?"

내가 가지고있는 생각과 감정은 저 민윤기가 알 수 있고, 민윤기의 생각과 감정은 내가 알 수 있나보다.
저 사람은 무서워한다. 무엇이 무서운걸까...
나도 모르게 쏘아대니 어머니가 깨신건지 내 손을 잡아온다.

"어.. 엄마!! 괜찮아..? 미안해.. 아무것도 못봐서..."
"엄만 괜찮아.. 저 분은 누구셔..?"
"아. 민윤기라 합니다. 안녕하세요."
"지민이 꿈에서 나왔던 분.. 지민이 엄마 박지현이에요.."

역시 엄마는 이 사람을 알고 있었구나. 그래서 그 때 손을 잡으라했던거고.
뭔가 익숙하게 대화하는 두 사람을 보다가 머리가 아파서 밖으로 나왔다.
엄마한테 말은 안했지만 내 몸안에서 늘 이상한 감정이 올라온다. 아마 민윤기도 느끼고 있을거다.
오늘따라 더 아프다. 정신을 잃을 것처럼 아프다. 엄마가 걱정하실텐데..

"박지민!!!"
"..민윤기...? 지민이랑 '연결'된 놈이네.."
"박지민..? 너.. 어떤 새끼야.."
"아. 얘는 박지민이지. 나는 이름이 뭐였더라.?"

민윤기의 당황한 표정. 보이는데 아무말도 할 수가 없다.
몸이 무겁고 정신이 멀쩡하지도 않고.. 힘이 없다.
가라앉는 느낌이랄까.. 자고싶다. 엄마 옆에서.
엄마한테 가고싶은데 내 몸이 말을 안듣는다. 그러고보니 이 사람은 누굴까? 나랑 똑같이 생겼는데..
생각하길 포기해야겠다. 머리굴리니 더 아파온다. 아무나 여기서 꺼내줬으면하는 생각을 마지막으로 정신을 잃었다.

"박지민은 정신잃었나보네."

아, 나는 지민이의 일부분이자 아빠야.

이름은.. 윤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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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화 신고 2015-08-31 11:00 | 조회 : 1,692 목록
작가의 말
nic33084725

이렇게 사랑이... 인데 아버님 등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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