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 갈린 길 중에 (1)

“얘들아, 곧 모의고사인 거 알지? 너희 2학년 올라오고 보는 모의고사잖니. 너희 이제 예비 수험생이야. 이번 모의고사가 너희 수능 성적이나 다름 없다? 잘 봐야 해.”
“네~”
“그래, 오늘 조례는 이 정도로 끝내자. 반장, 인사.”
“차렷, 선생님께 인사.”
“선생님, 감사합니다.”

조례가 끝나고 선생님이 나간지 얼마 되지 않아 아이들은 금세 시끄러워 졌다. 뭐 평소에도 시끄럽긴 했지만… 아무튼 아무튼!

“야, 조나경. 너 시험 공부 하고 있냐?”
“공부? 야, 모의고사는 딱 3일 전에 공부하는 게 미덕이야~”
“역시 넌 내 친구다.”
“에헤이, 그런 말 들으니까 좀 너랑 나랑 동급이라는 거 같잖아. 난 엄연한 4등급, 넌 엄연한 6등급이라고.”
“거기서 거기지! 난 솔직히 1, 2 등급 아니면 다 거기서 거기라 생각해.”
“그게 무슨 전국 3, 4 등급들한테 쳐맞을 소리야? 너 진짜 입 조심해~”
“너나요.”

조나경과 오늘도 티격태격 하고 있을 때 즈음, 유하영이 눈에 띄었다. 유하영은 예상에 벗어나지 않고 역시나 문제집을 풀며 관자놀이를 두드리고 있었다.

“진짜 쟤도 대단해? 어떻게 아침부터 수학을 풀고 있지?”
“그러게…”
“오~ 한 번 더 반했냐?”
“뭐래! 그냥 대단하다 한 거 가지고 그래.”
“맞잖아~ 눈에서 꿀이 아주 뚝뚝 흐르셔? 에휴, 모의고사 얼마 남지도 않았는데 이래도 돼? 너 이번엔 3등급으로 오르겠다며.”
“그랬지… 그래야만 하지…”
“불가능하다에 내 손목을 걸게.”

조나경은 날 한 번 째려보고는 갑자기 교과서를 들고 유하영에게 향했다.

”에? 저게, 저게!“

조나경은 유하영 옆에 털썩 주저 앉으며 유하영을 뚫어져라 바라보았다.

“야.”
“…”
“유하영~”
“…나?”

유하영은 조나경의 물음에 당황스러운 듯 말 끝을 떨며 대답했다. 조나경도 유하영을 한 번 부르고는 딱히 다른 말을 하지는 않았다. 분명 얼마 전까지도 같이 나 빼고 잘 놀더만… 쟤네 싸운 게 분명하다. 백퍼야…

“야, 유하영.”
“…”
“야~”
“아니, 왜 그래.”
“별 건 아니고. 오늘 끝나고 뭐해.”
“딱히 뭐 없는데.”

조나경은 교과서를 유하영 책상에 확 내려놓고는 말했다.

“그럼 나랑 끝나고 도서관 가서 같이 공부하자!”
“내가 왜?”

어라, 쟤네 진짜 왜 저래?

조나경도 당황한 눈치가 가득했다. 주변 애들도 조금씩 눈치를 보기 시작했다. 조나경은 시선을 한 번 바닥으로 떨구고는 고개를 천장으로 휙 돌렸다.

“같이 공부 하자~ 나 이번에 진짜 등급 올려야 해…”
“…나중에 얘기하자.”
“음… 알겠어. 생각 잘 해 봐!”

조나경은 뿌듯한지 턱을 들쳐올리며 자리로 돌아갔다. 저거 저거 지금 까였는데도 저래? 진짜 미쳤구만, 미쳤어! 진짜 이해가 안돼요. 저 특이취향 같으니라고.

“야, 야.”
“뭐.”
“조나경, 니 진짜 쟤랑 싸웠지.”
“뭐래, 안 싸웠어.”
“그럼 왜 이렇게 둘이 어색하냐.”
“글쎄~ 하영이가 부끄러워서 그런가?”

조나경 저게 진짜 눈치는 더럽게 없어요. 백 퍼 유하영 화났구만.

“에휴, 됐다.”

*

“유하영, 생각은 좀 해보셨나?”
“해봤지.”
“그럼 나랑 공부 하는거야?”
“…그래.”

조나경은 활짝 웃으면서 방방 뛰었다. 나랑 공부하는 게 그렇게 좋나…

“오케이~ 그럼 너 우리 아파트 도서관 알아?”
“어, 알지.”
“앞으로 거기서 공부하자. 어때?”
“그래, 너가 그러고 싶으면.”
“뭐 마시고 싶은 건 없어? 공부하다 목 마를 수도 있잖아. 내가 사줄게!”
“됐어.”

조나경은 입술을 삐쭉 내밀며 앙탈을 부렸다.

“아아아~ 내가 진짜 고마워서 그래. 응?”
“아… 알았어.”
“딸기 라떼, 맞지?”
“어, 맞아.”

솔직히 말하자면 앙탈 부릴 때 좀 귀여웠다. 순간 자연스럽게 말할 뻔 해서 애 먹었네….

어? 나 왜 이래? 조나경이 귀여워? 하… 유하영 정신 좀 차리자… 조나경 저거 밀어내야 해. 조나경한테는 미안하지만 지금은 연애 비스무리 한 걸 할 때도 아니고, 만약 조나경이랑 사귀게 되더라도 그럼 조나경은 내 하찮고 추한 모습을 더 보게 될 거 아닌가… 솔직히 그게 제일 무섭다.

“왜 가만히 있어, 카페 가야지?”
“어? 어. 가자.”

조나경은 가벼운 발 걸음으로 뛰며 인도 옆 화단 잔디를 지근지근 밟았다. 그러다 질렸는지 화단과 인도 사이에 있는 생각보다 높이가 꽤 있는 보도 블럭 위를 중심을 잡으며 흔들거리며 걷고 있었다. 저거 좀 위험해 보이는데.

“야, 위험하다. 내려와.”
“에이~ 뭐가 위험해~ 나 발레도 다니잖아. 이 정도는 껌이… 어?”

조나경은 내 예상을 적중하여 보도블럭에서 심하게 흔들거리며 넘어지려 했다.

(조나경 시점)

아! 이거 넘어질 거 같은데?

“아!”

결국 몸이 인도 쪽으로 심하게 기울었고, 그나마 머리가 아닌 허리부터 바닥에 닿나 싶어 그나마 다행이다 생각하며 넘어지려 하던 그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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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화 신고 2023-08-06 19:56 | 조회 : 195 목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