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1. 시작은 밝고 명량하게 (1)

새 학기를 맞은 학교는 언제나 소란스러움이 넘쳐 난다.

"야! 이세리! 또 우리 같은 반이야!"
"정말? 다행이다. 나 이번에 아는 애 없을까 봐... 걱정 많이 했거든."
"에이~ 너라면 애들이 알아서 다가올 걸?"
"그래, 세리 너면 애들이 친해지려고 발악을 했을 걸?"
"그럼 다행이네."

누군가는 아는 사람을 만나 이번 학년은 무사히 잘 보내겠구나 생각하고.

"아, 안녕..? 나 1학년 2반 이였는데... 너는?"
"아... 난 4반. 하하... 어? 강민혁!"
"아..."

누군가는 아는 사람이 없어 어떻게든 무리에 끼려 발악을 하고 있을 새 학기.

그 안에서 나는...

"야, 이서호!"
"이서호 어딨어?"
"서호야!"
"서호야~ 안녕?"
"이서호, 하이~"

끊임 없이 들리는 이 이름의 주인공이 바로, 나다!

"응, 안녕~"
"꺄악! 서호가 내 인사 받아줬어!"
"서호야, 좋은 아침!"
"안녕~ 좋은 아침!"

이서호, 내 입으로 말하긴 조금 그렇지만 난 학교에서 가장 인기 있는 사람이라 해도 무방할 정도로 어릴 때부터 사람들이 알아서 달라 붙는... 그런 사람이다. 덕분에 1학년 때 친하게 지내던 애들이 모두 2학년 때 떨어졌어도 괜찮다.

지금 봐라, 벌써 나랑 친해지려고 주변에 모인 애들만 10명이 넘는다. 이번 학기도 무사히 잘 보내겠네!

"서호야, 넌 같이 올라온 애 없어?"
"응, 없어. 그래서 혼자 다녀야 하나 싶었는데... 다행이다!"
"나도 딱히 친해질 만한 애가 없어서..."
"아, 근데 쟤는 누구야?"
"쟤? 쟤 걔잖아. 그, 전교 1등."

전교 1등이란 애는 첫 날부터 책상에 패드로 인강을 틀어 놓은 채, 문제집을 집중하며 풀어가고 있었다. 무슨 새 학기 첫 날부터 저렇게 열심히 한담? 일찍 공부를 놓은 나로써는 전혀 이해가 가지 않았다.

"전교 1등? 대단하네~ 이름이 뭐래?"
"어... 글쎄? 쟤 1학년 때부터 친한 애 없어서 나도 이름을 모르겠네."
"그래? 잠시만."

새학기, 친구에게 다가가는 건 처음이지만! 국룰은 이거 아니겠어?

시작은 밝고 명량하게!

전교 1등에게 다가가 한 쪽 무선 이어폰을 빼고 말했다.

"안녕! 난 이서호야, 넌 이름이 뭐야?"
"..."
"저기? 나 너한테 말 한 건데..."
"이어폰이나 돌려줘."
"우와... 너 목소리 진짜 좋다. 성우 해도 되겠어."
"돌려 달라고."

그 애는 나를 싸늘하게 노려보며 말했다. 으아, 설마 나 얘 화 나게 한 건가? 이름만 알려주면 돌려줄 생각인데...

"이름만 알려줘, 그럼 돌려줄게!"
"하... 내 놔. 너랑 친해질 생각 없어."
"뭐?"

솔직히 속으로 돌덩이가 내려 앉은 기분이었다. 누군가가 나랑 친해지고 싶지 않아 한 건 이번이 처음이니까... 그동안 난 누구나 친해지고 싶어하는 사람이었는데... 말도 안돼!

"이름만 알려줘! 그럼 돌려줄게."
"하... 유하영."
"유하연?"
"아니, 유. 하. 영."
"아~ 유하영~ 그래, 자, 돌려줄게."
"..."

난 하영이를 향해 싱긋 웃으며 말했다. 나... 잘 한 거 맞겠지?!

"앞으로 친하게 지내자, 하영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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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화 신고 2023-02-24 13:35 | 조회 : 418 목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