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 세리의 비밀 (9)

(이번 편엔 조금 보기 흉하거나 역겨울 수 있는 표현이 있습니다. 주의해서 읽어주세요."

"뭐? 너희 집?"
"응, 우리 부모님께서 나랑 네가 친하다고 하니까 궁금해 하셔서."
"됐어, 다음에 찾아 뵐게. 지금 내 꼴로 무슨..."

강채영은 푸히히 웃으며 날 힐끔 쳐다보았다. 저 새*는 저딴 행동 때문에 존* 음침하고 기분 나쁘다. 학교에서는 절대 안 저러는 애가 나랑 둘이 있을 때만 저런다니까. 근데 저 모습 어디서 본 것 같다. 분명 내가 싫어하는 누군가가 저래서 별 거 아닌 이 일에 내가 화난 게 맞다.

"야."
"응?"
"너 그따구로 사람 쳐다보는 거 좀 안 하면 안되냐?"
"내가 뭘 어떻게 쳐다본다고?"
"하... 대놓고 쳐다보지는 못할 망정, 존* 음침하게 힐끔 거리면서 사람 쳐다보는 거."
"..."
"너 그렇게 사람 보는 거 존~* 기분 나빠."
"풉."

강채영은 한 번 웃음을 못 참다가 들킨 이후로는 그냥 대놓고 크게 웃었다.

"아하하하! 아~ 진짜 개웃기네..."
"뭐?"
"그래, 알겠어. 이제부터는 그럼 대놓고... 하면 되지?"
"하... 그 말이 아니잖아."
"아니, 그럼 뭐 어쩌라는 건데?"
"...하, 됐어."

강채영을 떼어내고 집으로 향했다.

"야, 너 왜 따라오는데?"
"우리 집 들렸다 가라니까?"
"됐다고. 집 들어가 봐야 해."
"그럼 아침만 먹고 가~ 그렇게 바쁜거야?"
"응, 바빠. 그러니까 좀 가. 집 거의 다 도착했어."
"... 그럼 나 네 집 구경해도 돼?"

강채영은 뒤에서 내게 팔짱을 끼고 물어봤다. 그게 말이라고...

"안돼, 우리 가족은 말도 없이 그렇게 오는 거 싫어해."
"그럼 집 들어가서 물어보고 와주면 안돼?"
"어, 안돼."
"그럼 뭐 어쩔 수 없지~ 내일 보자."
"내일 주말이거든?"
"에이~ 그 정도는 넘어가 줘."
"하... 얼른 가기나 해."

강채영은 윙크를 하고는 공중에 손을 흔들며 작별 인사를 건넸다. 으... 진짜 졸~* 기분 나빠. 쟤는 지 싫다고 밀어내는 데도 저러네. 안 지치나? 강채영이 시야에서 완전히 사라진 이후에야 안심 하고 집에 들어갈 수 있었다.

"다녀왔습니다."
"야."

집에 들어가자 날 화들짝 놀라게 한 건 다리를 절뚝 거리며 나타난 오빠의 모습이었다. 얼굴은 피멍과 상처 투성이에 목엔 동전 만한 혹이 하나 나 있었다. 오빠는 벽에 기댄 채, 내가 신발을 벗고 들어올 때까지 기다렸다. 들어가도 되는 걸까..? 들어갔다가 오빠한테 무슨 말을 듣고 무슨 일을 당할지 예상이 가지 않았다. 오빠가 왜 저렇게 됐는지도 왜 화가 났는지도 모르겠는데...

"오, 오빠... 무슨 일이에요..?"
"하엘아~ 어제 어디 있다가 왔어?"
"친구네 집에서 자고 왔어요. 근데... 오빠 꼴이 왜 그래요?"
"그렇구나... 친구랑 잘 놀았어?"
"...네, 오빠 근데 진짜 왜 그래요..?"
"하엘아, 오빠가 어제 무슨 일이 있었는지 알아?"

오빠는 내가 신발을 벗고 현관에서 발을 떼자 내 손목을 잡아 끌고 소파에 앉혔다. 오빠는 그 앞에서 서 있는 채로 날 빤히 바라보았다. 아, 오빠가 빤히 바라보는 건 언제나 좋은 신호는 아니었다. 날 패기 전이나 화가 났을 때, 그리고...

"하엘아, 어제 네가 안 들어오니까 아버지께서 화풀이 할 대상이 없어서 날 패셨어."
"네, 네?"
"하엘아, 어제 일찍 들어왔어야지. 안 그래?"
"네... 죄, 송해요..."

오빠는 옆에 걸터 앉으며 내 어깨를 감싸 안았다. 오빠는 한 손으로는 휴대폰으로 SNS를 보고 한 손으로는 내 어깨를 감싸 안은 채로 팔을 만지작 거렸다. 너무 기분이 더러웠다. 제발 여기서 끝나기를 빌고 있을 수 밖에 없었다. 인상을 찡그리며 SNS를 보던 오빠가 휴대폰을 끄고 식탁 위에 내려놓았다.

아, 제발...

"하엘아."
"네?"
"오빠가 하엘이 때문에 아버지한테 처맞아서 기분이 너~무 나쁘거든?"
"..."
"그러니까 하엘이가 책임지고 풀어줘야 할 거 같은데..."
"..."
"그래, 안 그래?"
"..."
"대답."

오빠는 날 자기 쪽으로 더 끌어 당기며 내 대답을 요구했다. 대답을 안 하면 맞을 게 분명하다. 하지만 대답을 해도... 차라리 맞는 게 더 낫지 않을까..?

"정하엘."
"네..?"
"지금은 대답을 잘~ 하는데... 왜 방금은 대답을 안 했을까?"
"하엘아, 내가 생각을 해봤는데... 너도 내 의사 반영 없이 멋대로 집에 안 들어왔는데, 내가 굳이 네 대답을 듣고 네가 내 기분을 풀어줄지 말지 결정하는 건 좀 불공정한 거 같아서."

오빠는 씨익 미소지었다.

"그냥 오빠 마음대로 할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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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화 신고 2023-02-12 12:30 | 조회 : 297 목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