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 세리의 비밀 (6)

(유혈 표현이 있습니다. 주의하며 읽어주세요.)

잠들고 싶은데 아까 맞은 곳이 너무 아팠다.

"으윽... 아파..."

맞은 곳을 살펴보자 정말 뼈가 부러졌는지 튀어나온 뼈와 팅팅 부은 게 누가 봐도 위험해 보였다. 맞은 곳을 빤히 쳐다보자 그때의 감각이 생생하게 기억났다. 날 패면서 희열을 느끼던 오빠의 표정이 정말... 역겨웠다. 토가 나올 것만 같았다. 몰래 집을 빠져나와 돈을 들고 응급실로 향했다. 제대로 걷지도 못하며 절뚝 거리면서 응급실에 가까스로 도착했다. 응급실에 들어가자 간호사 한 명이 귀찮다는 듯이 말했다.

"무슨 일로 오셨어요?"
"아... 그... 계단에서 굴러서... 아마 뼈가 부러진 거 같아요... 너무 아파요... 도와주세요..."
"네? 어디가 그런데요?"
"팔이랑 다리요."
"어? 구른 거 맞아요?"

들켰나 싶어 순간 머리에 돌던 피가 멈추는 느낌이었다.

"...네, 계단에서 굴렀어요."
"...기다리세요. 의사쌤 불러드릴게요."
"네."

혹시 정말 들킨걸까? 간호사의 표정이 미묘하게 굳어가는 걸 보고 말았다. 간호사는 카운터에 앉아있는 다른 간호사에게 날 힐끔 거리며 뭐라 뭐라 귓속말을 했다. 윽, 진짜 들켰나보네. 이게 이렇게나 티가 잘 나는 상처인가? 오빠는 왜 때려도 이딴 곳을 때려서 이 사단이 나게 만드는거야. 진짜 예전부터 맞는 부분이 없어...

얼마 있지 않아 뿔테 안경을 쓴 여자 의사가 그 간호사를 데리고 내게 다가왔다. 의사는 날 침대에 눕히고 커튼을 쳤다. 천장의 전등빛 때문에 눈이 잘 떠지지 않았다. 저 새하얀 불빛은 정말 아무 생각 없이 보기에 너무 적합했다. 어느 정도 눈이 빛에 익숙해질 즈음, 의사가 내게 말을 걸어왔다.

"학생, 혹시 몇살이에요?"
"고등학생이요."

의사가 내게 물어보자 난 스스럼 없이 답했다. 뒤에 있는 간호사가 내가 답한 내용을 빠르게 차트에 적어나갔다. 그녀의 심기를 건드리지 않기 위해서라도 빨리 답해야 했다. 딱 봐도 간호사는 한 성깔 해보였다. 한 번 진상질 해볼까 하는 생각도 그녀의 눈빛에 의해 제지 되었다. 이런... 아쉽네. 이런 식으로라도 스트레스를 풀어야 좋은데. 내가 겉으로는 되게 완벽해 보여도 언제 터질 지 모르는 시한 폭탄 같은 사람이라서 말이야...

"보호자를 불러야 하는데... 부모님 전화번호 좀 알려주세요."
"..."
"학생?"
"...그건 안될 거 같아요."
"... 안돼요. 미성년자는 보호자를 데려와야 해요."
"하... 안됀다고요. 저 부모님 못 데려와요."
"알겠어요, 그럼 학생. 이거엔 꼭 답해주세요."
"뭔데요."

의사는 침을 꿀꺽 삼키더니 내게 물었다.

"학생, 혹시 부모님한테 맞았어요?"

...

"학생, 솔직히 말해도 돼요."
"아니에요, 그냥 굴렀다니까요?"
"이건 겨우 구른다고 생길 수 있는 상처가 아니에요. 학생, 나한테는 솔직히 말해도 돼요."
"...아니라고."
"그럼 부모님 부를게요. 학생, 이름은 세리이고, 나이는 고등학생, 교복 보니까 화연고 같은데... 그냥 신원조사 해서 부모님 불러줄게요."

의사는 간호사에게 속닥거렸다. 간호사는 고개를 끄덕거린 후, 카운터로 향했다.

자세를 고쳐 침대에서 일어났다.

"학생?"

카트에 올려져 있는 가위 하나를 집어 들었다.

"...그거 놔요."

의사의 말 따위는 들리지 않았다. 난 뒤를 돌아보고 있는 간호사를 향해 뛰었다.

그리고...

"(환자들) 꺄악!!"
"(환자들) 누, 누가, 사람을..."

간호사의 머리에 가위를 꽂았다.

꽂힌 가위를 다시 빼고 그녀의 가녀린 등에 다시 가위를 꽂아 넣었다. 씁쓸한 향이 나는 피가 내 얼굴에 튀었다. 입에 들어가 버린 피의 맛은 너무 달콤했다. 이런 상황 때문에 달콤하게 느껴지는 건지, 정말 피의 맛은 달콤한 건지 알 수는 없었지만.

오빠가 날 때릴 때 마다 했던 말이 있다.

"그거 알아? 널 팰 때마다 내 혀에서 되게 달콤한 맛이 나. 신기하지?"

오빠가 난다고 했던 달콤한 맛이,

이 맛이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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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화 신고 2023-01-28 22:52 | 조회 : 303 목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