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왔어."
"..."
"이젠 대답도 안해주네. 눈이라도 마주쳐주지 그래?"
나는 고개를 돌려서 그를 쳐다보았다.
그는 여전히 차가웠다. 어쩌면 내가 여전히 차가울지도...
이곳을 나가려는 수많은 흔적들, 너를 지우려는 수많은 노력들은 전부 쓸모없는 것들이었다. 이렇게까지 하면 적어도 너는 나를 보내줄 것 같았다. 너를, 내가 너를 과소평가한 것이다.
그는 낮게 한숨을 내뱉고 그의 방으로 들어갔다. 이 무한한 일상의 반복, 그리고 차가운 공기. 너에게서 멀어지고 싶다. 벗어나고 싶다. 이 공간에서 나가고 싶다.
나가고 싶어서 미칠 것 같다.
도망치고 싶다.
따뜻한 너에게로 도망가고 싶다.
나를 따스하게 반겨주던 너에게로
나를 따뜻하게 안아주던 너에게로
이 끝날 것 같지 않은 차가운 겨울을 지나서 따뜻한 봄을 맞이하고 싶다.
아마 이 긴 겨울이 끝나면 꽃샘추위가 오겠지. 나의 사계절 중 가장 긴 추위가 끝나는 날을 기다릴게. 나에게 그 따스함을 안겨줘. 봄옷을 꺼내들고 기다리고 있을게. 너를 준비할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