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 방황

그녀의 말에는 틀린 말 하나 없었다. 이제 어떡하지?

"공작, 다시 한 번 물어보지. 올리비아... 퀴헨 가문의 영애가 맞나?"
"..."
"...다시 한 번 물어보지, 올리비아라는 이 여자... 퀴헨 가문의 영애 인가?"
"...사실..."
"라우터바흐 가문의 영애가 아니라?"

어?

대체 어떻게 안 거지?

"올리비아 라우터바흐... 우리 저택에 소개장을 이미 넣었길래 한 번 봐보았지. 그 여자 엄청 멍청하더군. 그 여자가 이름을 올리비아 라우터바흐로 적고 사진도 자기 원래 사진을 썼더군? 주근깨에 네모난 턱이 정말 못생겼던데? 뭐... 귀엽기는 했어. 공작은 우리 저택에선 얼굴을 보고 뽑는 다는 사실을 몰랐나 보지? 공작이 다 알아서 해줄 텐 데 글도 제대로 모르는 여자가 한 자 한 자 꾹꾹 눌러 쓴 글이 얼마나 웃기던지..."
"아니... 대체 어떻게..."
"뭐... 공작이 원한다면 그 여자를 뽑아주지."
"...뭐?"
"공작이 그렇게 까지 뽑아 달라 하는 여자면 실력은 뛰어나겠지."

그녀가 내 작전에 넘어 온 건가? 마음 속에서 함성을 질러 댔다. 그녀가 일어나려는 듯 보여 나도 같이 일어났다. 그녀는 부채를 펼치고 내 옆으로 와 귀에 대고 속삭였다.

"그녀를 내 최측근으로 두진 않을 거니까 걱정 마. 저기 마구간 일이나 시키려 하니까."

그녀가 가소롭다는 듯이 씨익 웃고는 한 걸음 내딛었다가 다시 돌아섰다.

"아, 나랑 파혼할 생각은 꿈도 꾸지 말고. 지금 카밀라 일 때문에 이러는 거 다 알아. 그녀는 풀어주도록 하지."

그녀의 말에 나도 모르게 입에 미소가 지어졌다. 그녀는 내 미소를 보고는 표정이 바로 굳더니 내게 소름끼치게 말했다.

"대신 그녀를 더 이상 만나지도 마. 앞으로 우리 저택에서 살도록 해. 방은 많이 남으니까 걱정하지 말고. 칼럼에게 카밀라를 풀어주는 조건으로 가문을 이으라고 얘기해 뒀지. 그러니까 카밀라를 더 이상 만나지도 마."
"..."

순간 세상이 무너져 내렸다.

"그리고..."

이번엔 어떤 말을 할까..?

"날 사랑하도록 해 봐. 3개월 줄게. 그 안에도 날 사랑하지 못하거나 그녀를 한 번이라도 만난다면 그녀의 사형 집행은 다시 진행 될 거니까."
"그게 힘들다는 건 알고 있는 거지?"

입에서 나오는 말이 겨우 저거라니.

"응."

그녀는 구두 소리를 내며 방을 빠져나갔다.

*

그녀가 방을 빠져나가자 마자 다리의 힘이 풀렸다. 의자에 털썩 주저 앉아 고개를 푹 숙였다. 집사가 들어와 도와드릴 게 있냐 물어봤다.

"내 짐 좀 싸주겠나?"
"아... 네? 그건 갑자기 왜 그러신지요?"
"이제 프뢸리히 공녀 저택에서 살게 되었어. 이제 칼럼이 가문을 이을 거니까 칼럼이 들어오면 바로 나가도록 하지. 그리고 칼럼에게 교육 좀 제대로 해주게. 방황하던 애라 적응하기 정말 힘들 거야. 가문 운영을 가장 우선으로 알려주도록 해. 그리고 내가 처리를 끝까지 못한 서류들은 칼럼에게 맡길 테니 걱정하지 말게."
"아... 그러신가요? 그럼 공작님께서는 가문 운영을 그만 두시는 건지..."
"아니, 그런 건 아니라네. 중요한 사항은 내가 정하도록 할 거야. 난 잠시 쉰다고 생각 하 게나. 그럼 좀 편한가?"
"공작님께서 그게 편하시다면... 저도 그렇게 하도록 하겠습니다. 또 도와드릴 건 없으신지요?"
"그리고 심신 안정에 도움이 되는 따뜻한 차 한 잔만 가져다주게."
"그건 갑자기 왜..?"
"...그녀가..."
"프뢸리히 공녀님이요?"

"응, 그녀가 너무 아름다워서 말이야."

#19세기 #전염병 #혐관 #퓨전사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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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화 신고 2022-09-26 20:56 | 조회 : 341 목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