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 사랑 아니었어?

“저… 공작? 왜 보자 한거야?”

그녀가 짧게 웃어보이며 날 바라보았다. 눈에서 따스한 감각과 함께 눈물이 흘러나올 뻔 했지만 잘 참고 그녀에게 차분히 얘기했다.

“이제 그대를 잘 못 만날 거 같아, 아니지… 아예 만나지 못 할 수도 있어.”
“응? 갑자기? 왜? 무슨 일이라도 있는거야?”
“음… 하… 있어.”
“제대로 말해줘, 그래야 내가 납득을 하지.”

그녀의 말을 듣고 마음을 독하게 먹기로 마음 먹었다.

“솔직히 생각해보면…”

그녀를 처음 만났을 때처럼 그녀의 눈높이에 맞춰 쭈그려 앉아 그녀를 바라보며 얘기를 시작했다. 그녀가 날 내려다 볼 수 있는 위치였다.

“나 같은 고귀한 공작과 그대와 같은 천한 평민이 같이 어울리는 게 말이 되나? 그동안은 판단력이 흐려져서 내가 미쳤었지, 안 그래?”
“…”
“그래서 이쯤에서 그대와의 관계도 끝내려 그래. 그리고 그대는 내가 공작이라서 좋아한 거 잖아? 자, 그대는 내가 없으면 생활하기도 힘들테지? 생활비야, 뭐… 부족하면 찾아와. 내가 얼마든지…”

짝!

그녀가 내 뺨을 정확히 쳤다.
그녀의 눈에서 눈물이 하염없이 흘렀다.
덕분에 이목이 확 집중되었다. 사람들이 수근대기 시작했고 날 욕하기 시작했다.

“저희 사랑… 아니었어요?”

그녀의 한 마디에 머리를 세게 얻어 맞은 듯 어지러웠다.

“공작을 믿은 내가 바보지, 그래요, 끝내고 싶으면 끝내요. 자, 여기 그쪽이 준 목걸이랑 핸드백, 향수, 만년필, 블레이져, 그동안 써준 편지… 다 가져가요. 이제 그쪽 보기도 싫어.”

“그리고 나 공작이라서 그쪽 좋아했던 거 아니야, 공작이 아니라 아밀론 카틀로우 당신을 좋아했던 거야.”

그녀는 내 머리 위로 그동안 받은 것들을 다 쏟아내고는 금새 내 곁을 떠났다.

사랑 아니였냐고?

당연히

“사랑이었죠…”

그녀의 핸드백에서 나온 그녀와 찍은 사진이 보였다. 사진 속 그녀의 모습은 날 사랑하기 짝이 없었다. 왜 이렇게 된 걸까? 그녀와 함께 데이트를 했으면 안됐던 걸까? 아니면 그녀와 잠을 자면 안됐던 걸까? 아니면… 처음부터 그녀를 만나면 안됐던걸까?

그녀와 함께 있던 날들이 떠오르며 다시는 돌이킬 수 없는 그 날을 다시 돌이키고 싶었다.

그녀의 향이 남아 있는 블레이져를 껴안고 그녀에게 가 말하고 싶은 말을 속삭였다.

“나… 그대 정말 사랑했어요… 그 전에도 그렇고… 지금도.”

*

공작이 제대로 말 하고 왔으려나 점점 불안해졌다. 그녀를 데리고 도망치기리도 하면 어쩌지..?

“하… 윌슨 후작, 이렇게 하는 게 맞을까?”
“맞고 말고. 그동안 내가 말한 건 다 맞았잖아. 이번에도 맞을거야.”
“그래.”

당신 말은 틀린 적이 없으니까.

"이번에도 당신을 믿어보지."
"당연..."
"근데, 만약 이번에도 실패한다 거나 오히려 다이애나와 카틀로우의 사이가 다시 좋아지기라도 한다면... 그땐 그대랑 다이애나 둘 다 끝이야."
"하하... 그래. 그럴 일은 절대 없을 거니까 날 믿어."
"...그래."

이번에야 말로 프뢸리히, 당신을 내 덫에 빠트려 줄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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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화 신고 2022-08-04 11:28 | 조회 : 362 목록